나이키는 되고 펩시는 안 됐던 이유

조회수 2018. 12. 26.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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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DO IT

나이키의 JUST DO IT. 약간 뽕 맞고 말하자면 인류 역사상 최고의 브랜드 슬로건 중의 하나가 아닐까. 이제 막 운동화를 신기 시작한 꼬마부터 나이 지긋하신 본부장님까지 모두가 알고 있는 이 문장은 나이키라는 브랜드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슬로건임에 틀림없다.


1988년 첫 등장한 이래로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 슬로건이 2018년 3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올해 캠페인(Dream Crazy)의 메인 모델이 콜린 캐퍼닉이기 때문이다.

신념을 가져. 그게 모든 것을 희생하는 일이라고 해도 말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이 광고를 접했다면, 아마 그냥 여러 Just do it 캠페인 중 하나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를 알고 있다면 곧 모든 것을 희생한다(sacrificing everything)는 것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된다.

아주 위험한 싸움(The Perilous Fight-애국심과 관련된 논쟁이었기 때문)을 자초한 Kaepernick

2016년 샌프란시스코 49ers의 쿼터백이었던 콜린 캐퍼닉은 흑인에 대한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는 의미로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지던 순간 무릎을 꿇었다.


당시 미국에서 'Black Lives Matter'와 같은 사회 움직임이 있긴 했었다. 그러나 성조기, 국가(National Anthem) 등 국가의 상징에 대해 민감한 미국, 그리고 미국 프로 스포츠 중 특히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NFL에서 그의 행동은 곧 어마어마한 반대 여론에 휩싸인다.


이 기간에 캐퍼닉의 유니폼은 NFL 선수 중 3번째로 많이 팔렸지만, 이는 그에 대한 지지와 그의 유니폼을 불태우기 위한 반대 측의 협력(?)으로 가능한 일이라는 평이 있다.


그의 Kneeling 퍼포먼스는 과거 미국 사회에서 흑인 차별에 반대하며 고개를 숙인 채 손을 번쩍 들었던 '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의 Black Power Salute를 연상시키며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68년 당시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의 블랙 파워 살루트(Black Power Salute)(위)와 Marcus Peter(아래)
Kneeling에 참여하는 WNBA 선수들(위)과, MLB선수 Bruce Maxwell(아래)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질세라 이는 인종이 아닌 국기와 국가에 대한 respect 문제라고 외친다.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도람푸가 아니지!

논란이 한바탕 지나가고 난 2017년, FA(자유계약선수)가 된 캐퍼닉은 그를 원하는 팀을 찾지 못했고 지금은 경기에 뛰지 못하고 있다. 다시 한번 이번 NIKE 광고를 보자

그의 표정과 sacrificing everything이라는 말이 더 묵직하게 와닿지 않는가?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게 단순히 사회운동이 아니라 나이키의 마케팅 캠페인이라는 점이다.


미국을 양분했던 Kneeling은 정치적 이슈로 떠오른 지 오래였고 트럼프 지지자 혹은 애국주의자들에게 캐퍼닉은 거의 매국노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이키는 그를 메인 모델로 쓰기로 했다.


당연히 그들은 분노의 화살을 나이키로 돌렸다. 그들은 #boycottnike라는 태그와 함께 나이키에 대한 항의 시위로 제품을 불태우는 인증을 하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나이키도 The Perilous Fight(위험한 싸움)에 함께 뛰어든 셈이다. 캐퍼닉을 메인 모델로 쓰기로 결정한 순간 많은 시선과 관심을 받는 동시에 반대 측의 강력한 반작용과 사회적 파장도 있을 것이란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키는 해버렸다(They just did it)

2018년에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도람푸가 아니지!

어찌 보면 나이키도 The Perilous Fight(위험한 싸움)에 함께 뛰어든 셈이다. 캐퍼닉을 메인 모델로 쓰기로 결정한 순간 많은 시선과 관심을 받는 동시에 반대 측의 강력한 반작용과 사회적 파장도 있을 것이란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키는 해버렸다(They just did it)

Bloomberg, Kaepernick Campaign Created $43 Million in Buzz for Nike

실제로 새 캠페인을 시작한 뒤 약 25%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과연 내가 나이키의 마케팅 담당자라면 고객의 1/4을 적으로 돌릴 수 있는 이 위험한 캠페인을 집행할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무섭게 노려보는 The Perilous Fight을 승리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분명한 나이키의 승리다. 트럼프의 기대(Getting absolutely killed)와 달리 SNS상에서 #boycottnike은 빠르게 사라져 가는 것으로 보인다.


또 실제로 나이키 매출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Business Insider의 기사와 오히려 나이키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는 Yahoo의 기사가 이를 증명한다.

  • Trump says Nike is 'getting absolutely killed' over its Colin Kaepernick ad, but the boycott movement may already be dying
  • Nike stock closes at all-time high in aftermath of Colin Kaepernick ad campaign

이 캠페인은 어마어마한 Buzz를 일으키며 공개된 지 24시간 만에 약 4천3백만 달러(=약 48억)의 경제적 효과를 냈다고 한다. 이 정도면 대박 중의 대박, 소셜미디어 시대에 한 획을 긋는 또 다른 사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주년 Just Do It캠페인 공개 후 24시간의 결과

그런데, 나이키의 마케팅을 바라보며 떠오른 또 다른 마케팅 사례가 있었다. 바로 Kendall Jenner를 앞세운 펩시의

Live Bolder

캠페인이다.

물론 펩시는 나이키처럼 전면에 명확한 메시지를 내세우지는 않고 살짝 돌려 까기(?)를 시도했다. 켄달 제너가 화려한 화장과 가발, 옷을 벗어 던지고 사회의 움직임에 즐겁게 함께한다는 것 심지어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님도 함께(with 펩시) 라는 메시지다. 당시 한창 이슈이던 Black lives matter의 대표 격인 사진을 연상하게 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물론 펩시의 전달방법은 여러모로 구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Black Lives Matter를 이용하여 그들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나이키와 비슷한 시도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펩시의 마케팅 캠페인은 나이키와는 달리 참패하고 말았다.

  • 뉴욕타임스, 펩시의 새로운 광고가 Black Lives Matter를 하찮아 보이게 만든다는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펩시의 광고를 조롱하는 짤들

왜 나이키는 되고 펩시는 안됐을까? 이 두 캠페인의 성패를 가른 근본적인 요인은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다. 일관된 브랜드 철학, 혹은 나만의 분명한 색깔 등 여러 가지 다른 말로도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특정 마케팅 캠페인이 잠시 시류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중심(Origin)을 놓치지 않고 지속해오던 활동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느냐이다. 핫함 혹은 화젯거리가 될만한 것만을 찾다가 내 본질을 잃지 않아야 오리지널리티를 가질 수 있다.


펩시의 경우 브리트니 스피어스, 비욘세, 마이클 잭슨 등 유명 모델을 앞세워 '신나게 노는' 모습을 연출해왔다. 그들이 전하고 싶은 브랜드 이미지는 '핫한 파티엔 펩시지!'라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Black Lives Matter 같은 사회운동 현장에서도 '우리는 이 운동을 핫한 파티로 생각해! 펩시와 함께 즐기자!'라고 표현한 것 같다.


하지만 당시 뜨거운 감자였던 Black Lives Matter는 분명 핫한 소재임은 분명했지만 신나는 파티로 치환시켜버리기엔 누군가에게는 생존권과 인권이 걸린 심각하고 무거운 사회문제였고 그들이 한 번도 다뤄보지 못한 파티였다. 반면 나이키는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Just do it의 성격에 맞는 캠페인을 유지해왔다.


1988년 Just do it의 시초 모델은 아침마다 17마일을 달리는 80살의 러너(Runner) Walt Stack이었다.

1999년에는 부상당하거나 흉터를 입은 선수들을 응원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2015년에는 승리의 순간이 아닌 진짜 마라톤에 참가하고 있는 후미의 선수들(어쩌면 우리들의 진짜 민낯)에 대해서 조명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미국의 첫 번째 커밍아웃 트랜스젠더 철인 3종 경기 선수 Chris Moiser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나이키는 1988년 이래로 30년 동안 그들 나름대로 Just Do It이라는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왔다. 때로는 주인공이 80살의 노인일 때도, 이름 없는 평범한 우리일 때도, 세상의 뜨거운 눈총을 받는 성소수자일 때도 있었다. 때로는 재치 있게, 때로는 무겁지만 진지하게 주인공과 그들과 관련된 이슈를 다뤘다.


그렇게 30년의 세월 동안 흔들리지 않고 Just Do It만의 철학을 만들어왔다. 꾸준히 그 길을 묵묵히 계속 걸어왔기에 2018년 캐퍼닉을 메인 모델로 쓰고 sacrificing everything이라고 말해도 나이키는 어색하지 않다.


어쩌면 나이키는 Just Do It 30주년을 맞아 자기 스스로 말하고자하는 메시지를 광고로 제작했을지도 모른다. 비록 이번 캠페인이 엄청난 손해로 다가오더라도 세상에 당당히 Just Do It을 외치고 싶었을지 모른다. 30년 동안 나이키가 추구한 가치, 그렇게 만들어진 나이키만의 오리지널리티.

We believe in JUST DO IT. Even if we could sacrifice everything

우리는 JUST DO IT을 믿는다. 이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을지라도 말이다

그게 바로 나이키는 되고 펩시는 안 됐던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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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경욱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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