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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부도의 날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ㅍㅍㅅㅅ 작성일자2018.12.19. | 505 읽음

〈국가부도의 날〉이라는 매우 자극적인 제목의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영화 포스터를 보니 당시 생각도 나고, 특히 ‘부도’라는 단어가 크게 와닿았습니다. 해서 국가 부도는 아니라도 기업 부도와 관련해 경험한 이야기를 써보고자 합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포스터

지금까지 여러 회사를 투자하면서 부도로 망한 회사는 많지 않았습니다. 제조업이 아닌 IT업에 주로 투자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2013년도에 20억을 투자했으나 3년 만에 부도 나서 청산 절차에 들어간 기업이 있습니다. 투자한 회사가 망한 경험이 처음이라서 대상포진에 걸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었지만 이때 얻은 여러 경험이 지금 헤이비트를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당시 남긴 글을 공유하며 그림도 넣고 이해하기 쉽게 도표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다시 읽어 보아도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지만 사업에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고, 언제든 최악의 상황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그런 상황이 왔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2013년도에 투자했던 소재 제조업이 결국 청산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벤처캐피털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업체에 투자했는데 처음으로 겪는 일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이 아프네요. 여기서 얻은 교훈은 4가지입니다.

  1. 벤처기업의 경우 시중은행 돈은 함부로 쓰는 것이 아니다. 국책은행을 꼭 이용해라.
  2. 은행 차입금이 있는 회사는 은행에서는 단기적으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보다 매출이 더 중요한 평가지표로 이용되기 때문에 매출에 신경을 써야 한다.
  3.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패스트트랙, 워크아웃, 법정관리에 대한 개념은 명확히 알아야 한다.
  4. 추후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는 종이 한 장 차이로 바뀌므로 법원의 위탁을 받아 오는 회계실사 담당자에게는 사소한 것이라도 회사에 유리한 자료는 모두 다 제출해야 한다.

투자금을 레버리지해 은행에서 차입금을 빌려 대규모 생산설비를 설치하는 게 제조업이 투자를 받는 이유입니다. 은행에서는 대출 후 매출을 주기적으로 체크합니다.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은 제조업의 특성상 적시성 있게 파악하기 힘들지만 매출은 세금계산서를 통해서 수출기업의 경우 L/C를 통해서 비교적 적시성 있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은행에서는 매출이 현저하게 감소하면 상환 요청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여기서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시중은행의 경우 회사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상환을 요구합니다. 보통 ‘비 올 때 우산을 뺏는다’고 표현합니다.

출처 : 조선일보

하지만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은 다른 여러 제도를 이용해 회사를 정상화시킬 방법에 대해서 먼저 고려합니다. 시중은행이 주거래 은행인 회사의 경우 이자를 조금 더 주더라도 국책은행을 이용하는 것이 정석인 거 같습니다. 사업하는 분들은 이 내용을 한마디로 “시중은행 돈은 함부로 쓰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제가 투자한 회사는 주거래 은행이 시중은행이었습니다. 역시나 회사 매출이 감소하니 바로 상환 요청이 들어오고, 대부분 벤처기업이 그러듯 자금이 넉넉하지 않아 이 요청에 대응하지 못합니다. 그러면 연체가 되고 이는 다른 은행에도 통보되어 모든 은행 차입금에 대한 상환 요청이 들어옵니다.


여기서 회사의 매출 감소와 자금난이 일시적일 경우 주거래 은행을 통해서 패스트트랙 제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은행 본사에서는 회사 상황을 평가해 A~D등급으로 구분하는데 B등급 이상일 때 가능합니다.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와 달리 사업 진행하는 데 제약이 크게 없기 때문에 B2B 사업하는 기업은 패스트트랙 제도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패스트트랙 제도

C등급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주거래 은행이 다른 채권자들을 소집해 워크아웃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교과서에만 나오는 내용이고 패스트트랙 제도도 이용하지 못하는 등급을 준 주거래 은행에서 워크아웃을 진행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특히 주거래 은행의 경우 담보물도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워크아웃을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회사에서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합니다. 상환전환우선주로 투자한 벤처캐피털의 경우 법정관리 신청 전에 계약서에 따라서 상환 요청을 합니다. 하지만 이번 경험상 법원에서는 이를 채권으로 보지 않으며 채권자 지위를 주지 않습니다. 사실 상환이라는 글자가 있지만 보통주와 다른 점은 하나도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법원에서는 법정관리 신청이 들어오면 관계자 집회를 해 회사 상황을 파악을 합니다. 이후 회생절차 개시를 해 회생채권을 신고를 받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실사해 회사의 청산가치와 계속가치를 평가하고, 계속가치가 높을 경우 법정관리가 개시됩니다. 하지만 청산가치가 더 높을 경우 회사의 재산은 경매로 넘어가고 회사는 청산되어 사라집니다.


글로 쓰니 간단하지만 6개월 동안 이 모든 경험을 하면서 참 마음이 상했네요. 회사 대표만큼은 아니겠지만 투자한 회사가 사라진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네요. 이렇게 글로라도 남겨놓으니 마음이 조금 정리됩니다.


원문: 김현준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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