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거지?: 『앨저넌에게 꽃을』

조회수 2018. 12. 18. 19: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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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무식하다는 이유로, 이제는 똑똑하다는 이유로 배제당하고 있었다.

1.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

경가보거서 1 / 3얼3일 

이재부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뭘 기어카는지 하고 나한태 이러난 이른 전브 다 저거야 한다고 스트라우스 박사님이 그래따. 왜 그런진 나도 몰르개찌만 내가 쓴 게 중요하다고 박사님이 그래꼬 그 사람들이 날 쓸 수 있는지를 알 쑤 이쓸 꺼라고 해따.

그 사람들이 날 써주면 조캐타. 왜냐면 키니언 선생님이 말한 거처럼 그 사람들이 혹씨 내 머리를 똑똑카개 해줄찌도 몰르기 때문이다. 난 똑똑캐지고 싶다.

– 대니얼 키스 『앨저넌에게 꽃을』 중에서

이 소설은 찰리 고든이라는 32세의 나이지만 7세의 지능을 가진 남자의 기록으로 시작한다. 똑똑해지고 싶다는 열망으로 지능 향상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소설 전반은 이 프로젝트로 인해 변화되는 찰리의 어조와 생각의 변화를 통해 찰리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을 전달하고 있다. 처음에는 맞춤법도 틀리고 생각의 범위도 현재에 머물고 타인의 의도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걸로 나오지만, 소설 중반부터는 엄청난 천재가 되어 있어서 찰리의 고차원적인 생각을 독자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찰리보다 먼저 임상 실험을 거친 앨저넌이라는 쥐는 찰리가 걷게 될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소설 초기에는 똑똑한 앨저넌과의 미로 게임에서 찰리는 계속 지는 걸로 나온다. 어떤 어려운 과제에서도 앨저넌은 해답을 찾아내고야 만다.


그리고 앨저넌에게 발생한 부작용으로 찰리는 자신의 어두운 미래를 직감하며 준비한다. 과연 찰리는 앨저넌과 같은 미래를 맞닥뜨리지 않을 수 있을까?

출처: 교보문고

뇌 수술을 거치고 난 뒤 찰리는 서서히 변화하는 듯하다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기 시작한다. 맞춤법을 새로 배우자마자 흡습하여 글은 자신의 말 하고자를 정확하게 전달한다. 학습을 위해 책을 읽으면 그대로 흡수해버리고 점차 사고의 폭도 넓어져, 단 수개월 만에 대학교수들도 피할 정도의 천재가 된다.


지능이 높아지면서 겪게 되는 변화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뇌 수술을 받기 전 지능이 낮았던 찰리의 과거를 자꾸 꿈속에서 만나게 되고, 자신을 바꾸려 했다가 동생이 태어난 후 방치해버린 엄마의 히스테리컬한 대응, 현실적으로 자신을 받아들였던 아버지, 자신을 싫어했던 어린 여동생을 기억해내게 된다.


과거의 기억은 자꾸 찰리를 찾아오고 이제 명석해진 찰리는 예전의 찰리와 자신이 같은 존재가 아닌 분리된 자아로 여긴다.


뇌 수술 전 찰리는 작은 빵집에서 일하면서 그곳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뇌 수술 후 빵집 동료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전에 자신과 함께 있었던 이유가 자신들의 자신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제 빠른 속도로 명석해지는 찰리 곁에서 자신들의 무식함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찰리는 이전에는 무식하다는 이유로, 이제는 똑똑하다는 이유로 사람들 사이에서 배제되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의 우리보다 뛰어나다면 더 행복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지금이 아닌 더 나은 내가 된다면 좋을 거라고. 그러나 고 지능화로 찰리에게 다가온 시련을 보면 지능-행복의 관계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찰리를 이해하기 위한 예를 들자면, 초등학교 시절 하굣길에 친구들과 먹던 설탕을 열에 녹여 먹는 ‘뽑기’가 당시 나에게 주었던 행복감과 지금 그 ‘뽑기’를 먹을 때의 행복감과는 차이가 상당할 것이다. 추억을 상기할 수 있는 점을 배제하면, 이제 ‘뽑기’ 가 주는 달콤한 맛은 나에게 별로 의미가 없다.



2. 아이큐가 정말 내 지능을 측정한다고?

아이큐란 게 도대체 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네가 얼마나 똑똑한지를 측정하는 것이라고 니머 교수님이 말했고 마치 약국에서 파운드를 재는 저울과 같다고 했다. 하지만 스트라우스 박사님은 니머 교수님과 논쟁을 크게 벌였고 아이큐가 지능을 측정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아이큐는 얼마나 많은 지능을 얻을 수 있는지를 보여줄 뿐이라고 말했고, 계량컵 겉에 적힌 숫자와 같은 거라고 했다. 컵 안의 내용물은 여전히 채워야 했다. 

내가 버트샐던에게 물었더니 스트라우스 박사와 니머 교수 둘 다 틀렸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말했고 자신이 읽고 있는 글에 따르면 아이큐라는 것은 수많은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측정하는데 거기에는 이미 배운 것들도 포함되기 때문에 지능을 측정하기에는 사실 좋은 측정방법이 아니라고 한다.

(……) 내 아이큐는 이제 100 정도이고, 곧 150이 넘을 것이지만, 그래도 그들은 더욱 많은 내용물로 계속 나를 채워야 할 것이다. 나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이큐가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지를 그들이 모른다면 얼마나 되는지는 과연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인지를 나는 잘 모르겠다.

– 대니얼 키스 『앨저넌에게 꽃을』 중에서

아이큐는 대체 무엇일까? 한국 사람들도 아이큐 몇인지 얘기할 때가 종종 있는데, 보통 초등학교에서 자신의 어릴 적 아이큐 검사받았던 것을 떠올리며 그때 받았던 점수를 말한다. 난 학교에서 봤던 점수는 기억나지 않고, 내가 이후에 학습지에서 옵션으로 주었던 지능 검사 결과가 기억나는데, 상당히 높았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내 기억에 왜곡이 있을지도 모르고, 그때 봤던 지능 검사들에 대해 조금 의심을 가지고 있다. 내 친구 중에 그렇게 공부를 잘하는 친구는 아닌데, 그 친구가 아이큐로는 우리 학교 전교 1등이 되기도 했기 때문에 지능 검사가 과연 그 사람의 수행 결과에 기여하는 바가 얼마나 되는지 의심을 가지고 있다.

알프레드 비네(Alfred Binet, 1857~1911). 프랑스의 심리학자, 의사이며 지능 검사의 기초를 세웠다.

현대의 지능검사와 유사한 최초의 검사는 19세기 후반 프랑스 심리학자 알프레드 비네가 고안해내었다. 당시 프랑스 정부가 모든 아동들에게 의무교육을 실시하면서 교사들이 아이들의 학습 차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적으로 지체가 심해 정규교육을 받기 어려운 아동을 가려낼 수 있는 검사를 만들어야 했다.


이후,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루이스 터만이 비네 검사를 미국 아동들에게 맞도록 수정하여 스탠퍼드-비네 검사를 만들었다. 터만은 비네의 정신 연령 개념을 존속했는데, 이는 신체 연령에 대한 정신 연령의 비율로 지능을 평가하는 것이다.


(터만은 터만 연구로도 유명한 학자인데, 터만 연구는 IQ 상위 1%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종단 연구로, 사회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거라 기대한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그렇지 못한 결과를 얻게 되면서, 지능 검사의 허상에 대해 깨닫게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힐가드와 애트킨슨의 심리학 원론 제 14판』 p388
지능지수(IQ) = 정신 연령 /신체 연령 × 100

100이란 수치는 정신연령이 신체 연령과 동일할 때 지능지수가 100이 되도록 곱해지는 수치다. 더 쉽게 말하자면, 10살의 아이가 정신 연령 또한 10살이라면 아이큐 100이 나올 것이고, 그 이상의 정신 연령을 가졌다면 100 이상의 아이큐가 나올 것이다.


현재까지 심리학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지능 검사 도구로는, 웩슬러 지능 검사가 있다. 한국에도 K-WAIS(청소년·성인용), K-WISC(아동용), K-WPPSI(유아용) 등의 이름으로 나와 있다. 웩슬러 지능검사는 이전 스탠포드-비네 검사가 언어적 능력을 측정하는 데에 비중이 큰 것을 비판해, 언어성 검사와 함께 동작성 검사로 구성되어 측정한다. 치매, 우울장애, 뇌 수술 등 환자의 병전 지능을 측정할 수 있어 병으로 인한 기능장애의 정도를 양적으로 알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언어성 점수 차와 동작성 점수 차의 크기, 소검사 간의 상호적인 관계와 함께 검사 참여자 개인의 성격적 측면과 정신역동, 심리 내적인 갈등, 정신 병리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현재 한국에서 K-WAIS-Ⅳ와 K-WISC-Ⅳ가 가장 최신판으로 사용되고 있다.



3. 나에게 중요한 건 뭐지?


당신들이 모두 놓친 한 가지 사실을 이제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능과 교육도 인간에 대한 애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 오해는 마세요. 지능은 인간에게 주어진 뛰어난 능력들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지식을 추구하다가 사랑을 몰아내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제가 최근에 발견한 다른 사실이 있는데요. 가설로 제시하죠. 애정을 주고받을 줄 모른다면, 지능은 정신적이거나 도덕적인 붕괴로 이어지고, 신경증이나 정신병까지 낳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기적인 목표에 온 정신이 팔려 타인과의 관계를 배척하면, 분명 폭력과 고통만 남게 되겠죠.

 – 대니얼 키스 『앨저넌에게 꽃을』 중에서

자신을 여전히 실험 대상으로 바라보며 인격적인 대우를 하지 않는 니머 교수에게 찰리는 외친다. 찰리의 이 발언이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 책이 출간한 1959년 당시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생의학이 눈부신 속도로 발달했으나 과학자들이 현재와 같이 연구 대상에 대한 윤리 의식을 갖추지 못했던 시기다. 또한, 이 소설이 나온 미국에서는 당시 지능검사는 세계 대전에 참전할 군인들을 선발하는 용도로 쓰였고, 세계 대전 이후에는 미국으로의 이민을 희망하며 밀려드는 이민자들을 선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


지능 검사를 만능처럼 사용하며, 인간을 재단할 수 있다고 믿던 때였다. 대니얼 키스는 그 시대적 상황 속에서 찰리의 목소리로, 지능과 교육이 인간에 대한 애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가치로서 상실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현재 많은 사람들은 다중 지능이나 창의력, EQ(감성 지능) 등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이전 지능보다 더 폭넓게 지능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사람이 반드시 뛰어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뛰어난 것이 그 사람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아니며,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다시피 행복을 전해주지도 않는다. 우리의 행복은 아주 사소한 감사 인사나 친구에게 보내는 미소들에서 찾을 수 있다.


더 나은 내가 되지 못한 것에 절망한 사람이 있다면, 『앨저넌에게 꽃을』 일독을 권한다. 우리에게 꽃을 전해주는 사람 하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삶은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출처: SnapwireSnaps, 출처 OGQ

원문: 어떤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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