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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와 슘페터 이야기: 기업가와 창조적 파괴, 기대와 불확실성 개념의 탄생

‘자본가’ 개념과 ‘기업가’ 개념의 공통점과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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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의 『경제철학의 전환』(바다출판사)이란 책을 봤다.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내용이 아주 알찼다. 정책서를 틈틈이 보는 편인데 ‘솔루션’을 담은 책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경제 관련 책은 ‘실태자료’를 모아놓고 썰을 푸는 수준이다. 유명한 경제학자들의 책조차도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본인들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양균의 『경제철학의 전환』은 230쪽 분량으로 비교적 얇지만 ‘솔루션만으로 구성된’ 책이다. 내용도 아주 알차고, 총체성과 구체성을 모두 겸비하고, 문장도 깔끔하다. 정책적 내공이 뛰어난 사람만 쓸 수 있는 글이다. 감탄했다. (물론 주장-내용에 대한 찬반 견해는 다를 수 있다.)


변양균의 책에 『케인스 vs 슘페터』(요시카와 히로시, 새로운 제안)이라는 책이 언급된다. 절판된 책이어서 국회도서관에서 빌려 제본을 해서 봤다. 제본을 원하는 분은 저에게 따로 연락을 주기 바란다. 아래 내용은 『케인스 vs 슘페터』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정리해본 것이다. 단 마르크스 내용은 책에 없는 것인데 내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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슘페터 이론의 기본 문제의식은 자본주의를 정학(靜學)이 아닌 동학(動學)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이다. 동학, 발전, 혁신은 슘페터에게 같은 맥락의 개념들이다. 슘페터 이론에서 혁신 개념이 처음으로 거론되는 것은 1912년에 출간된 『경제발전의 이론』이다. 여기서는 ‘신결합(New Combination)’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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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것처럼 케인스와 슘페터는 둘 다 1883년생이다. 1883년은 카를 마르크스가 사망한 해이기도 하다.


케인스(1883~1946)는 30살에 첫 책을 썼다. 최초의 저서는 『인도의 통화와 금융』(1913년)이다. 마르크스가 유럽 전역에서 유명해진 계기가 되었던 『공산당 선언』(1848년) 역시 30살 때 쓴 책이다. 정치경제학의 천재들은 30살에 책을 쓰나 보다.


다만 케인스가 유럽에서 슈퍼스타 수준의 명성을 얻은 계기는 『평화의 경제적 귀결』(1919년 12월)이라는 책이었다. 그의 나이 36살이다. 그는 책을 통해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베르사유 조약을 통해 독일에게 과도한 배상금을 물린 영국-프랑스 등 승전국을 신랄하게 조롱하며 비판한다.


슘페터(1883~1950)의 경우 1908년, 25살 때 첫 책을 낸다. 『이론경제학의 본질과 주요 내용』이다. 슘페터의 주저(主著)로 평가받는 책은 『경제발전의 이론』(1912년)으로 29살 때 쓴 책이다.

『경제발전의 이론』은 1912년에 출간되고 1926년에 개정 2판이 나온다. 개정 2판은 당시 일본어로도 번역 출판됐는데 슘페터는 일본어판에 자기주장을 정리한 서문을 보내준다. 이 서문에서 레옹 왈라스와 마르크스를 언급한다. 왈라스는 ‘일반균형이론’을 정립한 사람이고,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역동적 파괴 과정’을 강조한 사람이다.


경제학설사에서 ‘동학적 접근’을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카를 마르크스와 조셉 슘페터이다. 그런 점에서 ‘마르크스의 온건 버전’이 슘페터이고, ‘슘페터의 급진 버전’이 마르크스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마르크스가 쓴 『공산당 선언』(1848년)의 주요 내용은 ‘산업자본가 계급이 얼마나 혁명적인 계급인지’ 주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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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출신 슘페터는 독일 사민당의 유명한 마르크스주의자였던 루돌프 힐퍼딩이 친구였다. 슘페터 이론은 마르크스 이론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마르크스의 ‘자본가’ 개념과 슘페터의 ‘기업가’ 개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리하는 것은 매우 유의미하다. 무엇보다 이 둘의 공통점은,

  1.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주목했다는 점,
  2. 동태적 분석을 중시하는 점,
  3. 동태적 파괴의 주체를 자본가-기업가로 본다는 점이다.

반면 차이점은 마르크스는 자본가를 ‘타도의 대상’으로 봤고, 슘페터는 ‘혁신의 주체’로 매우 높게 평가했다는 점이다.


마르크스와 달리 슘페터와 케인스에게 기업가라는 존재는 ‘불확실성 아래서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결단하는 주체’다. 즉 기업가 이윤은 ‘불확실성이라는 위험을 감수한’ 대가며 정당성을 갖는 초과 이윤이다(이런 결론은 내가 ‘노동가치론=잉여가치론’이 타당한지 한참을 씨름하면서 내렸던 결론이기도 하다).

마차를 아무리 연결해도 철도가 되지는 않는다.
슘페터의 매우 멋있는 표현이다. 혁신은 ‘불연속적인 변화’임을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다. 경제적 동학의 주도권은 생산자 측(=공급자)에 있다. 그 핵심이 ‘신결합’ 또는 ‘혁신’이다. 신결합(=혁신)은 구체적으로 5가지 경우를 내포한다.
  1. 새로운 상품의 창출
  2. 새로운 생산방법의 개발
  3. 새로운 시장의 개척
  4. 새로운 원자재 공급원의 발굴
  5. 새로운 조직의 출현

슘페터는 ‘기업가’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왈라스가 『순수경제학 요론』에서 언급한 기업가 개념을 인용한다. 기업가는 한마디로 ‘결합전문가’다. 생산요소의 3가지로 불리는 토지, 노동, 자본을 잘 결합하는 사람이 기업가의 미션이다. 다만 왈라스의 기업가 개념과 슘페터의 기업가 개념은 다르다. 왈라스의 기업가가 단지 ‘결합’을 하는 사람이라면, 슘페터에게는 ‘새로운’ 결합을 하는 사람이다. 

슘페터의 기업가 개념에 의하면 사장, CEO, 회장, 대표이사라고 해서 기업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신결합을 수행하는지 여부가 기업가의 개념적 기준이다. 심지어 슘페터는 한술 더 떠서 “만약 호화로운 생활을 원하거나 부자가 되려는 바람을 갖는다면 그것은 기존 활동의 정체가 아니라 자신의 파멸이며, 자기 사명의 이행이 아니라 육체적 사멸의 징후다”라고 표현한다. 슘페터는 기업가를 움직이는 동기로 3가지를 든다.
  1. 첫째, ‘사적 제국’, 또는 ‘자신의 왕조를 건설하고자 하는 몽상과 의지’
  2. 둘째, ‘승리하고자 하는 의지’ 또는 ‘성공하고자 하는 의욕’
  3. 셋째, ‘창조의 기쁨’

『케인스 vs 슘페터』의 저자 요시카와 히로시는 이를 다분히 니체적인 접근이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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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전체의 엑기스는 12장, 케인스의 주저인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이하 ‘일반이론’)의 내용을 요약한 챕터다. 케인스는 ‘일반이론’을 통해 훗날 경제학 역사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몇 가지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다.

  • 기대(Expectation) 개념의 중요성
  • 불확실성(uncertainty)이 기대-투자-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 화폐의 ‘가치저장기능’(=화폐적 수요=유동선 선호)이 갖는 중요성 환기
  • 이자율 결정 메커니즘
  • 저축의 역설과 소비의 중요성
  • 한계소비성향과 한계저축성향의 환기로부터 ‘승수’(the Multiplier) 개념의 발견
  • 임금의 하방 경직성 및 명목임금 개념의 유효성 등이다.

고전파 경제학은 애덤 스미스, 토머스 맬서스, 데이비드 리카도, 마르크스로 전개된다. 이들은 ‘가격’을 분석대상으로 삼지 않고 ‘가치론’을 분석대상으로 삼는다. 그리고 가치의 결정요인을 ‘객관적 요인’에서 찾는다. 즉 ‘객관적 가치론’의 시대다.


멩거, 제본스 등에 의한 1870년대 한계혁명(marginal revolution)을 계기로 ‘주관적 가격론’의 시대가 열린다. 고전파와 한계이론의 결정적 차이점은 ‘행위자의 주관성’ 개념이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케인스의 ‘일반이론’은 경제학설사적으로 볼 때 ‘투자론과 화폐론에서, 행위자의 주관성’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케인스 주장의 요지는, 투자는 ‘실물적’ 과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근대경제학의 기본은 뉴턴의 물리학 패러다임을 차용해온 것이다. 그런데 케인스에게 실제로 ‘투자’가 이뤄지는 과정은 행위자인 투자가-기업가의 주관적 기대가 매우 중요하다. 주관적 기대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세상은 원래 불확실성 아래 놓여 있기 때문이다.


케인스의 ‘불확실성(uncertainty)’ 개념은 동시대 경제학자인 힉스의 ‘리스크(Risk)’ 개념과는 구분된다. 불확실성은 한마디로 ‘계산이 불가능한, 리스크’이다. 반면 리스크는 확률적으로 계산 가능한 것이다. 케인스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가 단지 알 수 없는 것(We simply do not know)”이 불확실성이다.


케인스가 화폐의 ‘가치교환’(=거래수단) 기능과 별개로 가치저장수단의 기능을 환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화폐 그 자체를 보유하려는 이유가 생기고 그걸 ‘유동성 선호’라고 표현한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에서는 저축과 투자가 일치되는 지점에서 이자율이 결정된다고 본다. 반면, 케인스는 이자율을 ‘기회비용의 대가’로 본다. 즉 이자율을 ‘유동성 프리미엄’으로 본다.


케인스는 불확실성=가치저장기능=유동선 선호=이자율의 결정=유동성 프리미엄의 순서로 논리를 전개한다. 이러한 메커니즘 자체가 ‘화폐 수요’의 한축을 이루게 된다고 본다. 화폐공급량=물가를 결정한다고 보는 고전파 경제학은 ‘실물적’ 접근을 중시한다. 반면 케인스의 화폐론은 ‘행위자의 주관적·심리적 요인’을 화폐론에 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메커니즘의 매개고리가 ‘불안=불확실성=기대=유동성선호=이자율 결정방식’이다. 그런 점에서 케인스 이론을 속성상 ‘단기이론’으로 볼 수 있는 이유는 심리학을 활용한 경제학 이론이며, 행위자의 주관적 요인으로 거시경제학의 객관적 현상을 설명하려는 이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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슘페터는 1939년 상하 권으로 구성된 『경기순환론』이란 책을 쓴다. 1,095쪽의 방대한 분량이다. 슘페터 자신의 ‘혁신 이론’을 중심으로 역사적인 경기변동을 설명하려는 이론적-실증적 시도였다.


여기서 슘페터는 50년 주기의 콘드라티에프 파동, 10년 주기의 쥬글러 파동, 40개월 주기의 키친 파동을 활용한 ‘3 사이클 합성이론’을 통해 경기순환의 설명을 시도한다. 경기변동론으로 유명한 콘드라티에프, 쥬글러, 키친 파동이 널리 알려진 게 슘페터의 저서를 통해서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됐다.

다만 『경기순환론』에 대해 요시카와는 매우 비판적으로 평한다. 알맹이는 없고, 실증적 근거도 약하지만, 장광설을 늘어놓은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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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는 전공이 수학이었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고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가 된 경우이다. 그러나 당시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였던 앨프리드 마셜의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1년 동안 수험공부의 일환으로 경제학 공부를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케인스가 가진 경제학적 지식은 마셜의 초보적인 경제학 강의를 들은 정도라고 한다. 다만 그의 매력은 청년 시절부터 했던 오랜 기간의 서클 활동을 통해 자기 머리로 사고하는 훈련이 매우 잘 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원문: 최병천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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