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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부여와 학습기술을 가르치는 교육

조회수 2018. 11. 2. 16: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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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기술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요새 데이터 관련 일자리가 많아지다 보니 학생들에게 진로 문의가 오는 경우가 좀 있다. 그중 많이 받는 질문 패턴을 한 줄로 줄이자면,

나는 문과고 수학과 컴퓨터 지식이 부족한데 현실적으로 그 업을 할 수 있겠느냐?

이 업의 핵심지식이 수학과 컴퓨터 지식이기에 이 질문은 사실 별 의미가 없다. 당연히 할 수가 없다. 그러면 ‘전공 분야가 달라도 할 수 있냐’고 물어보는데, 이건 가능은 하다. 하지만 난도는 굉장히 높다.

수학을 못 하면 당연히 못 한다

비유하자면 프로야구단에서 선수를 뽑는 것과 유사하다. 비슷한 전공을 한 학생은 고교야구나 대학야구를 해본 선수와 마찬가지다. 적어도 공식적인 경기기록이 있으니 스카우터 입장에서 판단할 근거가 있다. 전공 분야가 전혀 다르면 그냥 동네 청년과 마찬가지다. 체력 테스트 등을 해봐서 아주 수준급이라면 스카우트할 수 있겠지만 그 테스트 기회를 얻는 것부터 어렵다.


조금만 생각하면 “요리사가 되려면 칼질을 잘해야 하나요?” 같이 답이 뻔한 질문을 어떤 마음에서 하는지는 이해가 간다. 당장의 능력은 부족하고 뭔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거쳐야 할 전형적인 경로에서 벗어난 거 같아 불안한데, 누군가 그게 아예 불가능한 게 아니라고 말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한 가지 더, 내가 어떤 종류의 지식(특히 수학 관련)을 수준급으로 배우지 못할 거라는 공포심이 추가된다. 나는 이 공포심이 두 가지에서 기인한다고 믿는다. 첫 번째는 문·이과 구분처럼 학생들의 한계를 암묵적으로 지정해주는 교육방식, 두 번째는 다음 기회가 거의 없는 사회 분위기.


대학교육까지 이어지는 문·이과 구분의 문제는 이 제도가 세상 모든 인간 활동을 둘로 나누어 한쪽 그룹의 활동은 다른 종류의 지식이 필요 없다는 암시를 준다는 점에 있다. 자신을 ‘이과 출신’으로 규정하는 사람들이 “글쓰기나 어학을 못한다”는 것, ‘문과 출신’으로 규정하는 사람들이 “수학을 못한다”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경우를 나는 아주 많이 보았다.

모자도 아는 문과=수포

마치 롤플레잉 게임의 캐릭터처럼 어떤 스탯 점수를 능력별로 배분하는 거라 하나를 잘하면 당연히 다른 건 못한다고 믿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고 본다. 내가 본 많은 사람은 하나를 잘하면 다른 것도 잘했다. 즉 수학을 잘하면 글쓰기도 어학도 잘했다. 물론 제일 잘하는 사람보다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가 필요한 만큼은 평균보다는 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평균적인 사람들이 어떤 분야에 대해 아는 지식과 기술이랄 것이 대학 1-2학기 강의량을 넘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줄 알고, 효과적으로 학습하는 기술만 있다면 시간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잘 못하는 이유는 동기부여와 학습기술에 스스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이 확신의 부족은 두 번째 기회가 별로 없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증폭된다. 일반적으로 거의 모든 기업에서 학생들이 첫 직장을 얻기 좋은 나이대가 정해져 있다. 나이가 너무 많아지면 많은 기업이 학생들을 신입으로 뽑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했듯 1~2년이면 따라잡을 수 있는데 그 시간 자체를 주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정석으로 학습하면 시간이 꽤 걸리니, 당장 이력서를 장식할 수 있는 원포인트 방법론을 찾아다니게 된다. 그런 게 쉽게 가능할 턱이 없으니 역설적으로 교육제도가 설정해준 한계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출처: 뉴시스

핵심은 동기부여와 학습기술, 그리고 그것들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다. 중등, 고등교육에서 무엇을 더 가르치고 덜 가르치고에 대한 논쟁은 내 생각에는 부차적인 문제다. 어차피 가르친다고 모두가 다 흡수하는 것도 아닐 터다. 사람이 어떤 최적의 틀과 경로를 통해 양성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역설적으로 효율적인 교육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원문: cfr0g ; 괴골 [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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