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이민자들

조회수 2018. 11. 2. 10: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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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이들의 새로운 작품을 기다린다.

이민 문학은 매우 흥미로운 읽을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이민자와 난민 문제가 중요 사회 이슈로 자주 다루어지는 요즘, 이민자들의 관점과 삶을 다루는 다민족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이 주목받는다. 어린 시절의 향수를 상기시키는 옛 노래들이 수년이 흐른 최근에 와서 가요 차트를 석권하는 일처럼 몇 해 전에 출간된 작품들이 이름 있는 문학상을 받게 되면서 현재 관심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대학 시절 교양과목 교수님의 추천으로 알게 된 작가들과 이민 문학 디렉터리를 만들다가 알게 된 작가들이 있다. 이들은 고향에서 태어난 후 영어권 나라로 이민을 가 영어로 글을 쓰게 된 사람들이다. 기회가 될 때마다 친구나 지인들에게 늘 추천했던 작가들이고 지금도 이들의 새로운 작품을 기다린다. 또한 온라인으로 발췌 부분만 읽어보았거나, 주변 지인들이 추천해주었거나, 기사를 통해서 인터뷰만 접했던 몇 이민 작가들도 이곳에 이름을 적어보았다. 내가 만나게 될 이야기들이고 더 많은 사람이 이민 작가들의 작품을 접해보았으면 하는 소망에서다.


이민 문학/작가(Immigrant literature/writer)라는 카테고리는 갈등 요소가 많다. 작가가 이주한 나라에서 몇 년 이상을 살아야 한다는 조건이나 첫 번째 언어나 두 번째 언어 중 어떤 언어로 글을 써야만 한다는 조건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민족 작가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인종의 독자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마저도 애매모호한 구별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민 문학, 이민 작가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내가 이민자여서 그런가. ‘이민’이라는 단어가 내게 주는 동질감과 친밀감 때문에.



1. 줌파 라히리 Jhumpa Lahiri

줌파 라히리의 데뷔작 『축복받은 집(Interpreter of Maladies)』은 퓰리쳐 상과 오 헨리 문학상, 펜/헤밍웨이 문학상을 수상해 그녀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었다. 다양한 인도계 주인공들의 9가지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이다. 그녀는 「저지대(Lowland)」, 「그저 좋은 사람(Unaccustomed Earth)」, 「이름 뒤에 숨은 사랑(The Namesake)」, 「지옥-천국(Hell Heaven)」 같은 소설뿐 아니라 「책이 입은 옷(The clothing of books)」과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In Other Words)」 같은 산문집도 발표했다.


줌파 라히리는 2012년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 로마로 (두 번째) 이주했고, 영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만 읽고 쓰기를 결심하며 세 번째 언어로의 망명을 결정 내렸다. 어린 시절부터 사용한 영어라는 늘 익숙하고 편한 언어가 아닌 불편한 새 언어로 작업을 하면서 그녀는 글쓰기의 기쁨을 다시 찾았고, 이 과정을 또 다른 글로 담아내었다.


줌파 라히리의 문장은 가슴을 뛰게 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내가 있는 작은 공간에 큰 메아리를 남긴다. 화자의 마음이 나의 마음인 것처럼 주인공과 나 사이에 가늘지만 질긴 연결선이 생기고,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그가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이 내 시야 앞에 무수히 떨어지다가 이내 공기 중에 흩어진다.


더 바운더리(The Boundary)」나 「지옥-천국」을 보면 젊은 여자가 화자가 되어 이민자 부모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갈등, 그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을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시켜 나간다. 줌파 라히리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곳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다.



2. 주노 디아즈 Junot Diaz

MIT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보스턴 리뷰(Boston Review)의 문학 에디터로 일하는 주노 디아즈는 도미니칸 공화국 출생의 미국인 작가이다. 지난 5월 작가 진지 클레먼스(Zinzi Clemmons)가 대학원생이던 26세 때 그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발표했지만 MIT는 물론 보스턴 리뷰는 그를 계속 채용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었다. 뉴욕타임스의 기사에 따르면 그가 어린 시절 겪은 성폭행이라는 사건과 그에 따른 결과들을 고백하는 자전적 산문을 쓴 것으로 과거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말했지만 문학계에서는 강한 반발이 쏟아졌다.


성범죄의 피해자이자 이제는 가해자가 되어버린 주노 디아즈를 이 글에 포함을 시켜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지만, 학생 시절 그가 쓴 단편을 통해 도미니칸 이민자들이 바라본 미국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얻을 수 있었기에 담담하게 그의 이름을 올려본다(이 글은 어디까지나 내가 담는 나의 짧은 생각에 지나지 않으므로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은 코멘트를 주시라).


주노 디아즈는 Drown이라는 데뷔작을 시작으로 「오스카의 짧고 놀라운 삶(The Brief Wondrous Life of Oscar Was)」과 「이렇게 그녀를 잃었다(This is How You Lose Her」라는 소설을 썼다. 특히 『이렇게 그녀를 잃었다』라는 단편집에 실린 9개의 단편은 대부분 더 뉴요커(The New Yorker)에 먼저 발표된 글들이다. 9개의 단편 모두에서 Yunior라는 한 남자를 만날 수 있다. 그의 주변에 등장하는 각기 다른 여성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Alma, Pura, 그리고 Miss Lora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도 뉴요커에서 읽을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특히 남녀관계에 대해 직설적이고 본능적으로 표현한 그의 문장들을 읽노라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그 나라 도미니칸 공화국이 상상 속에 떠오르는 것은 물론 대학 시절 잠시 친했던, 이제는 이름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 키가 훤칠하고 잘생겼던 친구가 다시금 보고 싶어진다. 그가 가진 불행한 사건과 그의 작품 전체를 다 연결할 수는 없겠지만 이제는 그의 글을 마주할 때마다 그가 지닌 상처와 그가 남긴 상처가 함께 떠오를 수밖에 없을 듯하다. 



3. 비엣 탄 응우옌 Viet Thanh Nguyen

어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비엣 탄 응우옌의 데뷔작 『동조자(The Sympathizer)』를 쥔 중년의 여성을 보았다. 반갑고 기뻤다. 나는 단편집 『더 레퓨지스(The Refugees)』를 통해 그를 알았다. 그 책에 실린 8개의 단편은 난민, 혹은 난민과도 같은 이들의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잃어버린 남동생의 혼을 만나는 대필 작가, 18살의 난민으로 동성애자 커플을 후원자로 둔 리엄, 기억을 잃어가는 남편에게서 다른 여자의 이름으로 불리게 된 아내 미시즈 칸, 베트남으로 떠난 딸을 만나러 간 카버, 이혼 후 베트남으로 떠나 임신을 하고 돌아온 전 부인을 만나게 된 토마스,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아버지의 또 다른 딸을 만난 푸옹과 같은 사람들 말이다.


4살에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옮겨온 그는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베트남 난민 수용소에 머물렀다. 그의 부모는 캘리포니아로 이사한 후, 식료품점(그로서리 스토어)을 운영하기도 했다. 첫 소설을 왜 ‘동조자’라고 지었냐는 인터뷰어 찰리 로즈(Charlies Rose)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음, 소설의 화자 즉 주인공은 모든 이슈를 두 면에서 보는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책의 첫 문장에서 알 수 있지요. 그는 남베트남 군대에 속한 공산주의 스파이이면서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는 모든 사람을 동정할 수 있었어요. 또한, 공산주의자로서 동조자라고 불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단어는 화자에 대한 두 의미를 지닙니다. 동조라는 테마는 우리가 사랑하고 보살피는 사람들을 향해 연민을 느낀다는 뜻뿐만 아니라 우리의 적에게도 연민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을 포함합니다. 그래서 그는 이야기 전체 속에서 몸부림치는 것입니다.

Well, the narrator of the novel, the protagonist, is a man who sees every issue from both sides, that’s what we learn from the first line of the book. He is a communist spy in the south Vietnamese army, he’s been educated in the United States. So he’s able to sympathize with everybody and, of course, as a communist, he’s also potentially labeled as a sympathizer, so that word has two meanings for the narrator. And so the theme of sympathy, of what it means to be able to not only sympathize with the people we love and we care for but to sympathize with our enemies, that’s what he struggles with throughout his entire story.

이민이라는 것은 탄생 때에는 주어지지 않는 환경과 사람들을 적으로 만드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방인이라는 이름표를 직접 달고 원래 나의 것이 아니었던 것을 나의 것이라 주장하는 과정에서 나와 반대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숱하게 만나는 일이기도 하니까.


작가가 동조자라는 제목으로 쓴 이야기는 난민의 신분으로 시작해 베트남계 미국 이민자로 생존해낸 자신의 고투에 본인이 직접 연민을 표출하는 작품이라 여겨진다. 누구도 위로해줄 수 없는 그 길을 자신이 직접 공감하고, 동정하고, 연민하는 데에는 글이라는 치유의 도구만 한 것이 없을 테니.



4. 민진 리 Minjin Lee

지난달 민진 리의 『파칭코(Pachinko)』를 손에 넣었다. 생일 선물로 받은 책으로 그 두께가 상당해 한 달 정도 음미하고 곱씹으며 읽어냈다. 9쪽에 이르렀을 때 눈물을 살짝 훔치게 되었고, 책을 끝낼 즈음까지 더한 양의 슬픔과 그 깊음을 맛보았다. 이 이야기는 처음 리터레리 허브(Literary Hub)라는 웹사이트에서 발췌로 만났다. 그때는 다른 읽을거리가 많았으므로 지금에서야 1900년 초반에 일본으로 거처를 옮긴 한국 이주민 가정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다.


개인이나 한 조직의 힘으로는 절대 바꿀 수 없는 국가적, 정치적, 문화적 혼란 때문에 360도 어느 쪽으로 돌아보아도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빠진 순자가 주인공이다. 실수로 손에 묻은 꿀보다도 끈적거리는 운명적인 만남과 사건들 속에서 겸손하게 가족의 안위만을 바랬고, 순진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말 그대로 죽음이 아닌 살아있음을 의미)’만을 기도했던 순자. 그녀가 사랑하지 않았어야 할 사람을 마음에 품고, 그의 아이를 갖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 일본으로 오게 된 모든 여정을 함께 걸으며 나는 매 순간 떨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전지적 시점으로 이야기를 쓴 작가는 그가 성경 속 요셉의 이야기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문학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전한다. 한 주인공의 주관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이루는 복잡 미묘한 요소들을 전부 다 끌어안아 드러내는 ‘창조주’의 시점, 곧 19세기와 20세기 초 소설 작가들이 사용했던 테크닉을 선택했다. 그녀는 전지적 시점을 가지고 고통 속에서 고개를 든 선한 일, ‘의’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한다.


나는 살아본 적이 없는 오랜 과거의 이야기임에도 너무나 선명하게 주인공의 얼굴을 그려낼 수 있는 이유는 아마 내가 한 사람의 독자이기 이전에 그 시대를 살았던 두 가문의 후대이고, 한 나라의 다음 세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와 같은 장로교 기독교인으로서 디 아틀랜틱(The Atlantic)에서 진행한 작가와의 인터뷰가 인상 깊다.

개인 믿음의 관점에서 보면 나는 장로교 기독교인으로 이와 같은 배경이 세상을 보는 나의 이해를 구성했다. 장로교는 살짝 재미있는 개신교도인데 우리는 자유의지와 운명(숙명)을 둘 다 믿음으로 늘 자유의지라는 관념과 운명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모든 것 속에는 더 큰 계획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운명론자들과는 다르다. 우리가 가진 자유의지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우리가 자유의지를 실현하는 방법 중 하나는 상처를 용서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의 얼굴을 가격했다고 가정하면, 피가 나는 무너진 코를 가지고 서서 상대를 용서하기란 굉장히 힘들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가장 심각한 상처와 피해마저 요셉이 형들에게 보여주었던 공감과 정직, 정의를 실천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믿는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은혜와 수용력을 내가 인터뷰했던 이주 한인 일본인들에게서 보았다.

In terms of personal faith, I’m a Presbyterian, which does form my understanding of the world. Presbyterians are kind of funny Protestants because we believe in both free will and predestination—so you’re always toggling between the ideas of free will and fate. You believe that, underneath it all, there is a larger plan. But you’re not a fatalist. You believe that your free will matters. One way we exercise free will is by choosing to respond to injury with forgiveness, which is probably the hardest thing to do in the world. If someone punches you in the face, it’s tremendously hard to forgive them as you stand there with your broken nose, bleeding. But I want to believe that even the gravest injuries are an opportunity to respond with empathy, honesty, and justice, the way Joseph responds to his brothers. And I saw that grace, that capacity, in the Korean Japanese I interviewed.

민진 리는 파칭코를 쓰기 위해 이야기의 중심 인물인 한인 일본인 커뮤니티를 직접 만나 조사하며 4년을 보냈다고 한다. 1995년 변호사로서의 자리를 정리하고 작가로 전업한 그녀의 작품이 드디어 2017년 내셔널 북 어워드 픽션 부문(National Book Award for Fiction)의 파이널리스트가 되고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17년 최고의 책 10권 안에 포함되었다는 소식은 그저 재능 있고 실력 갖춘 작가의 글이 세상의 인정을 받는다는 뿌듯한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그녀가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눈, 우리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 진짜 한국 이민자들의 이야기이자 진짜 한국 이민의 역사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그들의 입을 통해 다시 퍼진다는 것이 감동 그 자체가 된다.



5. 그 외


이창래(Changrae Lee), 오션 부옹(Ocean Vuong), 하진(Ha Jin) 같은 이민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볼 계획이다. 더 많은 이민 작가의 이름이 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있다. 앞으로도 다양하고 새로운 이민 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창조되고 또한 소개되길 빈다.


원문: Yoona Kim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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