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독특하지만 나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하여(feat. 취향)
주변 분들과 얘기하다 보니 가끔 넘치는 독특함을 주체하지 못해 갑분싸 메이커가 되는 경우나 입이 근질거려 죽겠는데 말할 사람이 없어서 그냥 평범함에 봉인되어 사는 분들이 종종 있었어요. 요즘엔 개인의 취향과 독특함을 많이 인정해주는 분위기지만 그럼에도 뭔가 독특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 발언에 대해 ‘평범한 프레임’을 씌우는 건 쉽사리 사라지지 않아요.
이런 분들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세 가지 정도가 있어요.
1. 우선은 신기함이 있어요. 예를 들어 고수를 진짜 좋아하는 거야. 그 쌀국수에 넣어 먹는 초록색 향기 핵폭탄 말이에요. 토끼처럼 오물오물 고수를 씹어 먹는 사람을 보면, 마치 잊힌 세계에 존재하는 미지의 생물을 보는 듯한 신기함이 들기도 해요.
2. 다음은 “뭐야 왜 저래 이상해 무서워…“가 있어요. 예를 들면 너무 이과 감성이 넘치는 거예요. 폭탄 제조에 엄청난 관심이 있어. 아니면 저처럼 생물학에 관심이 많아서 바이러스의 감염과정을 보면서 감탄하고 막 그래. 뒷주머니에 뉴튼 과학잡지 꽂고 다닐 것 같고 집에 샬레나 플라스크 같은 게 있을 것 같은 부류에요.
물론 여기에는 애니덕후도 있을 거예요. 〈에반게리온〉의 세계관을 꿰고 다닌다거나 〈아키라〉나 〈공각기동대〉, 〈인랑〉의 디스토피아적 세계에 심취한 분들을 보면 사람들은 ‘왜 저래 무서워…’ 하면서 힐끔힐끔하기도 해요(전 좋아해요).
3. 마지막은 “넌 틀렸어…“가 있어요. 특히 결혼 얘기나 출산, 페미니즘, 정치적 이슈 등등 사회적으로 양분되어 있거나 과도기에 있는 이슈들에게서 많이 발생해요. 사람은 당연히 어느 한쪽의 입장을 지닐 수 있어요. 근데 반대쪽 입장에 있는 분들이 그걸 틀렸다고 해요. 그래서 결혼 안 하고 애를 안 낳으면 인생의 중요한 기쁨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혼날 때도 있어요. 과연 그게 혼날 일일까요…?
이러한 반응을 받으며 살 수 있지만, 명확한 건 그 사람들이 나쁘진 않아요. 그냥 하나의 생각을 지닌 거고 그게 꽤 나름대로 잘 정립된 것뿐이에요. 또는 좋아하는 것이 명확하고 깊이 아는 것뿐이죠. 물론 가끔 아집이나 상대방을 공격하는 수단이 된다거나, 나쁜 생각으로 지구를 멸망시키고 싶은 분들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나빠요.
생각은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행동은 책임이 따라요. 타노스가 했던 생각은 맬서스도 똑같이 했어요. 킹스맨의 발렌타인도 똑같이 했어요. 사실 무수한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할지도 몰라요. 생각하는 건 자유에요. 하지만 손가락을 튕겨 그걸 실천하는 것은 다른 문제죠. 그걸 책임질 수 있어야 해요. 타노스가 아니라면 행동을 조심해서 해야 해요.
이제부터 각자의 취향을 지닌 사람들을 알아보아요.
1. 막 이상한 음악 좋아해
영화 OST나 epic 장르처럼 웅장하고 홈 스피커가 비싸야 제맛인 그런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 인디, 제3 세계, 우울하기 그지없는 음악, 피아노곡, 뉴에이지 덕후인 분들이 있어요. 네, 저예요.
음악 취향은 어디 가서 쉽게 말하기 어려워요. 내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하는 건 뭔가 부끄러운 일이죠. 링딩동도 좋아하고 클래식도 좋아하거든요. 잔혹한 천사의 테제도 좋아하고 원피스 OP곡도 가지고 다녀요. 음악을 다양하게 듣는 건 다양한 자극을 처리할 수 있다는 좋은 능력이에요.
2. 양자역학 같은 거 좋아해
문·이과 상관없이 이런 분들이 있어요. 블랙홀이나 양자역학, 초끈이론, 다중우주, 평행세계, 범죄심리학, 전쟁사, 기호학, 신화학, 연금술(?) 등 인문/자연과학에 심취한 분들도 계세요. 좋은 거예요. 세상을 굉장히 색다르고 놀라운 시각으로 볼 수 있어요. 가끔 너무 심취하면 모든 게 무상해서 현타가 올 때도 있으니 현타를 조심해야 해요.
3. 자본주의 싫어
정확히는 싫다기보단 그 폐해를 고민하시는 분들이에요. 분산경제나 공유경제, 수정자본주의, 대체자본주의 등에 목소리를 높여요. 이런 얘기는 전 세계의 유명한 석학들도 목소리를 내는 것들이에요. 이건 이상한 게 아니죠. 이런 분들이 세상을 바꾸는 거예요. 괜찮아요. 저도 자본주의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요. 이런 분들은 특히 EBS 다큐프라임 마니아인 경우가 있어요.
4. 맥주는 김에 먹어야 해
음식의 정확한 궁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도 있어요. 혀는 모두 제각각의 수용체를 지녀요. 사람마다 다르죠. 당연히 좋아하는 음식도 달라요.
맥주는 김, 소주는 마요네즈, 와인에 삼겹살을 좋아할 수도 있어요. 그럼 그렇게 먹으면 되는 거예요. 맥주집을 갔는데 김이 없으면 편의점 가서 자기 걸 그냥 사 오면 돼요. 민폐가 아니에요. 이상하게 보지 않아도 됩니다.
5. 열정맨이야
사람은 살아가면서 삶의 태도라는 걸 만들어요. 관조적이거나, 염세적이거나, 적극적이거나, 공격적이거나 등등… 열정이 넘쳐서 뭐든 시도하고 덤벼들고 다 잘될 거라고 낙관을 얘기하는 분들도 있어요.
물론 저와는 결이 좀 맞진 않지만 그 사람이 틀리진 않았어요. 그분의 삶의 태도는 그런 거예요. 그리고 그런 태도로 지금까지 전혀 문제없이 잘 살아왔잖아요? 그럼 된 거예요.
6. 그래비티를 막 8번씩 재관람해
제 얘기예요. 전 그래비티를 무려 8번을 봤어요. 2D로, 3D로, IMAX 3D로, 4DX로, 스크린 엑스로, 친구랑, 혼자, 애인이랑 등등…… 심지어 이번에 아이맥스 레이저로 재개봉한대요. 또 볼 거예요. 뭔가 한 가지에 꽂혀서 파고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럴 수 있어요. 카레에 미쳐서 2-3년 내내 하루 한 끼는 반드시 카레만 먹는 사람도 있고, 나루토 극장판을 10번씩 다시 돌려보는 사람도 있어요.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좋은 거예요. 무언가에 에너지를 집중할 줄 안다는 얘기이기도 하거든요. 오히려 없는 게 더 슬픈 거 아닌가용?
7. 말이 많고 막 나대
그렇죠. 나댈 수 있어요. 어색한 분위기를 싫어해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력하는 걸 수도 있고 원래 그냥 성향이 그럴 수도 있어요. 그 사람 입에서 싸구려 유우머 같은 내용이나 젠더 감수성이 0에 수렴하는 헛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라면 말 많은 사람이 딱히 틀린 건 아니에요. 생존전략 같은 거죠.
어떤 사람은 침묵으로, 어떤 사람은 수려한 용모로, 어떤 사람은 갑빠로… 각자 생존전략을 가지고 살아가요. 말 많은 사람은 영화 속 모건 프리먼 옆에 붙어 다니는 말 많은 파트너 형사 같은 캐릭터로 생존전략을 잡은 거예요.
8.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활 보고… 뚜두뚜두우…
혼자 뭘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진 지금 사실 이건 특별할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혼자? 그걸? 이라는 프레임이 있는 몇몇 요소들이 있어요.
- 패밀리 레스토랑 혼자 간다: 투움바파스타가 땡길 수도 있잖아요. 돈 많으면 혼자 가는 거지.
- 놀이공원 혼자 간다: 갈 수 있지. 혼자서 추억을 곱씹으며 T익스프레스의 짜릿함에 내 몸을 내맡기는 건 잘못이 아니에요.
9. 패션의 한계를 깼어
그럴 수 있죠. 패션. 전 그냥 집에서 갓 나온 파자마 느낌의 헐렁하고 아무 프린팅도 하지 않은 그런 옷 좋아해요. 누가 보면 전원주택에 정원 가꾸려고 나오신 60대 할아버지의 실내복 같은 느낌일 수도 있어요. 린넨이나 면 소재 좋아하거든요.
패션은 나를 표현하는 아주 직관적인 요소예요. 색과 다양한 소재, 위아래의 매칭, 머리 염색과 액세서리 등으로 나를 드러내는 거죠. 그게 뭐 틀렸다 어쨌다 할 게 있나요. 핑크 바지를 입을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나의 시력에 악영향을 준다거나 그러지 않아요. 핑크색은 안정감을 주기까지 하니까요.
10. 자유한국당을 좋아해
조… 좋아할 수도 있……(위험하다! 위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