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선풍기 전자파 검출 논란: 손 선풍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안전할까?

조회수 2018. 10. 31.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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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선풍기, 전자파 인체보호기준 모두 만족'

휴대용 선풍기, 일명 ‘손풍기’에서 무시무시한 전자파가 나온다는 한 시민단체의 ‘조사 결과’가 큰 이슈가 됐다.

지난 20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시중에 판매되는 휴대용 선풍기 13개 제품을 측정한 결과 12개 제품에서 평균 647mG(밀리가우스)에 달하는 전자파가 검출됐다”라고 밝혔다. 특히 전자파 측정기와 휴대용 선풍기를 1cm가량 밀착시켜 측정해본 결과 13개 제품 중 12개 제품에서 평균 281mG의 전자파가 검출됐고 그중 4개 제품에선 정부의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인 833mG을 초과한 1020mG의 수치가 검출됐다. 이 같은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은 고압 송전선로 밑에서 발생되는 전자파가 15mG보다 56배나 높은 것이다.

노컷뉴스

우선 기사에 나온 833mG라는 기준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우리나라의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은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주파수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이건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일반인에 대한 전자파강도기준(미래창조과학부고시 제2015-18호)

60Hz, 즉 0.06kHz에 대한 자속밀도의 기준을 구하는 식(노란색 하이라이트)에 f=0.06을 대입하면, 5/0.06=83.3uT=833mG 가 나온다. 즉, 이 단체는 손풍기에서 나오는 자기장의 주파수가 60Hz라고 단정한 것이다. 과연 그럴까?


60Hz는 220V 교류 전원의 주파수다. 그런데 손풍기는 건전지나 USB 직류 전원으로 구동된다. 모터는 자석으로 만들고 이 자석에서 자기장이 나오는데, 그렇다면 이 자기장의 주파수는 모터의 회전수로 결정될 것이다. 예를 들어 모터의 분당 회전수가 1,800rpm이라면 여기서 나오는 자기장은 30Hz의 기본 주파수(fundamental frequency)를 갖는다. 


30Hz에서의 자기장(자속밀도) 강도 기준은 60Hz일 때의 2배인 1667mG이므로, 기사에서 지적된 케이스도 기준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제품마다 모터 회전수가 다를 것이므로, 60Hz에 대한 기준값을 일률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의 반론을 보도하는 것도 아쉬웠다.

과기정통부는 그러나 휴대용 선풍기가 배터리를 사용하는 직류 전원 제품이라며, 교류 전원 주파수가 발생하는 전기제품에 적용하는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을 적용해 비교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YTN사이언스

핵심이 되는 뒷부분을 잘라버렸다. 명색이 과학 전문 매체인데… 다음에 이어지는 멘트는 이랬다.

선풍기 모터 속도에 따라 발생되는 주파수를 확인하고 주파수별로 전자파 세기를 측정하여 해당 주파수 인체보호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구의 자기장도 500mG쯤 되는데 그 정도가 대수냐’는 식의 댓글이 공감을 많이 받았는데, 지자기는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 정자기장이므로 손풍기의 자기장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고 하겠다.

그래서 과기정통부는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시중 유통되는 휴대용 선풍기의 전자파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 ‘손 선풍기, 전자파 인체보호기준 모두 만족’한다고 발표한다.

과기정통부는 전자파 측정표준을 담당하는 국립전파연구원이 전자파 강도 측정기준에 따라 측정했다고 설명했다. 시판 중인 580여 종의 모터 종류, 소비전력, 배터리 용량을 기준으로 제품군을 도출한 뒤 제품군별 모델 수를 고려해 45개 제품을 선정해 전자파를 측정했다. 휴대용 선풍기에서는 모터 회전 속도에 따라 37㎐∼263㎑에서 다양한 주파수가 발생했으며, 제품별로 특정 회전 속도(1∼3단)에서 2∼3개의 주파수가 발생했다. 발생한 주파수 대역별로 거리별 전자파 세기를 측정하고 해당 주파수 인체보호기준을 적용해 평가했다. 평가 결과 전자파가 최대로 측정되는 밀착 상태에서는 인체보호기준 대비 평균 16% 수준이었으며, 5㎝만 이격하면 기준 대비 평균 3.1%로 낮아졌다. 10㎝ 떨어질 경우 기준 대비 평균 1.5%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애초에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측정한 결과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그것은 처음에 측정할 때 주파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전/자기장(EMF) 미터는 50~60Hz 대역에 사용하기 적합하도록 교정(calibration)이 돼 있고, 나머지 대역에서는 ‘frequency weighted’된 값을 보여준다. 즉 60Hz에서 2mG의 자기장이 2로 측정된다면, 120Hz의 2mG 자기장은 4로 측정되는 식이다.


또 모터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은 완벽한 사인(sine) 함수 형태를 가지지 않고 기본 주파수의 고조파들을 포함해 여러 가지 주파수 성분이 섞였다. 그러나 간단한 EMF 미터는 아래 사진과 같이 단일 값만 보여줄 뿐이다.

출처: 머니투데이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손 선풍기와 전자파 조사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성진 사무국장이 손 선풍기의 전자파 측정을 시연하고 있다.

이 값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즉 전자파 방출 기준을 만족하는지 여부는 이런 식으로 측정할 수 없고 전체 스펙트럼을 측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측정한다는 것은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닌데 특히 전자파가 그렇다. 한편 국립전파연구원의 실태 조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여전히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자파가 눈에 보이지 않고 또 어렵게 느껴지다 보니 온갖 괴담이 난무한다. 전자파 차단 스티커같이 불안감을 조장해 잇속을 챙기는 사기꾼들도 득실거린다. 이럴수록 언론에서 과학적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해주길 기대한다.


원문: 감동근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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