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다음은?

조회수 2018. 10. 12. 10: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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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서비스 성장이 무서운 이유

애플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 신제품의 부품 주문량을 20% 줄였다고 하면서 주가가 2% 정도 하락했다. 적은 양의 부품 주문에 시장은 애플의 아이폰 출하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것이고 자연스럽게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매출 감소가 예상되니 주식을 팔면서 주가가 떨어진 것이다. 물론 이렇게 단순하게 주식시장이 돌아가지 않는다.

또 며칠 뒤에 부품 주문량이 줄었다는 것이 오보라고 한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 주문량 및 아이폰의 판매량이 실제로 줄어들더라도 사실 이는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휴대폰 시장이 포화되어 전체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이 상태에서 애플이 어느 방향으로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지는 비교적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1. 기존 고객의 이탈을 최소화하고
  2. 타사 고객을 애플로 스위치하게 하고
  3. 기존 고객에게 추가 매출을 끌어내며
  4. 휴대폰을 더 자주 교체하게 하며
  5. 더 비싼 스마트폰으로 구입 유도

첫 번째는 애플 제품 간 훌륭한 경험을 제공하는 연속성(Continuity)을 통해 유지하고, 두 번째는 보상 판매(Trade-in)를 통해 교체를 유도하며, 세 번째는 앱 구매나 애플 뮤직과 같은 서비스를 통해서, 네 번째를 위해 일부러 아이폰의 성능을 저하시켰으며! 다섯 번째를 위해 아래와 같이 1,000불이 훌쩍 넘는 아이폰X를 내놓았다.

아이폰의 가격 상승 및 저가 포트폴리오 확장을 확인할 수 있다

팀 쿡은 아이폰의 Installed Based가 13억대를 돌파했다고 한다. 이 어마어마한 숫자를 활용해 애플은 어떻게 추가 매출을 만들고자 할까? 여기서 아이폰 이후의 애플 히트작을 떠올릴 수 있다. 아이패드, 맥, 애플워치 등과 같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바로 서비스다.

아이폰의 Install base는 13억대가 넘는다.

여기서 말하는 서비스는 우리가 흔히 AS 혹은 고객지원으로 아는 서비스가 아니라 앱, 기능, 혹은 소프트웨어와 같은 서비스다. 2017년 애플의 서비스 매출은 34조 원이 넘었으며, 2016년 대비는 28%가량 성장한 것이다. 34조 원이라는 숫자가 감이 잘 안 온다면 작년 기준 애플의 서비스 매출 규모는 Fortune 500의 89위를 차지한 나이키의 전체 매출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애플의 매출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의 성장세가 무섭다. 2012년 7.1%에서 14.2%로 2배 규모로 성장했으며, 2016년부터는 아이패드와 맥을 제치고 2번째 큰 매출을 담당하는 프로덕트로 자리를 잡았다.

단위: 빌리언달러

또한 모건 스탠리가 예측한 성장 규모 역시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2022년까지 애플의 매출 성장에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56%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현재 캐시카우인 아이폰의 매출 성장 기여도는 2017년 86%에서 2022년 22%까지 떨어진다.

근데 이렇게 어마무시한 애플의 서비스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아래 크레딧 스위스가 2016년에 그린 표를 보면 애플이 얼마나 꾸준히 서비스 비즈니스를 쌓아가면서 만들었는지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위의 그래프에 잘 표현되어 있지만, 애플의 서비스 사업에는 우리가 잘 아는 앱스토어, 애플뮤직 외에도 아이클라우드, 그리고 애플페이 등 외에도 수없이 많다. 이외에도 오리지널 비디오 콘텐츠 같은 매출 성장동력이 준비되어 있어 앞으로도 콘텐츠 부문의 성장세가 도드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애플의 서비스 성장이 무서운 이유를 몇 가지 정리해본다.



1. 애플 기기에서만 작동


애플 서비스의 특징은 애플 기기에서만 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 뮤직과 같이 일부 서비스는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도 제공이 되지만 이 역시 안드로이드 고객을 미래 애플 고객으로 유입하기 위한 하나의 유인책일 뿐 기본적으로 애플의 서비스들은 애플 기기에서만 제공한다.


한 번 완성도가 높은 애플의 서비스들을 이용하면 애플의 에코시스템에서 벗어나기 힘든 Lock-in 효과가 있으며, 2017년 모건 스탠리의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이폰 사용자의 높은 충성도는 무려 92%에 이른다고 한다. 아이폰 사용자가 12개월 내에 업그레이드 시 아이폰을 재구매할 의사가 92%라는 것이다.



2. 누적되는 매출


서비스 매출의 특징 중 하나는 매출이 누적된다는 것이다. 서비스 이용 시 매달 카드로 자동결제가 되는데 이것을 취소하는 게 얼마나 번거롭고 귀찮은지 한 번 가입한 고객이 떨어져 나가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매출이 지속적으로 누적이 된다.


애플은 어떤 제품의 매출도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꾸준히 성장한 것이 없다. 심지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폰조차도 2015년 정점을 찍고 하향세에 있다. 하지만 서비스만은 예외로 매출이 꾸준히 성장 중이다.



3. 높은 이익률


서비스는 소프트웨어라 한 번 출시하고 나면 코드를 수정하고 업데이트하는 형식으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제품의 하자가 있거나 수정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금형을 새로 만들어 엄청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제조업 대비 현저히 낮다.


애플이 공개한 적은 없지만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서비스 사업의 이익률은 50% 중반에 이르며, 앞으로도 한동안 더 이익률이 더 오르기만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4. 네트워크 효과


이미 세상에 깔린 13억 사용자를 활용해 네트워크 효과​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미국 고등학생에게 안드로이드폰을 사준다고 하면 아마 방방 뛸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아이메시지(iMessege)와 페이스타임(Facetime)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지 못하면 반쯤 왕따를 당한다고 하니 단순 기능적인 것외에 이미 충분한 사용자를 확보한 네트워크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영화 〈서치〉에서 계속 페이스타임이 나온 건 과장이 아니었다

혹시 무슨 말인지 감이 안 온다면, 새 휴대폰을 구매했는데 카카오톡이 안된다고 상상해보면 아주 완벽한 비유는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5. 고품질의 고객 경험


애플은 미완성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는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본인은 지난 15년간 출시된 서비스 중 ‘어라? 왜 이렇게 했지?’ 싶다고 느끼게 한 서비스는 애플 지도 정도를 제외하면 없는 것 같다. 그 준비가 덜 되었던 애플 지도마저도 출시 시 Fly over나 3D 지형 기능을 넣어 당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구글 지도 대비 확실한 차별화 요소가 있었다.

물론 서비스 사업의 장점이 많다고 애플이 서비스만 제공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많은 기기가 세상에 깔려 있어야 애플이 서비스를 통해 늘릴 수 있는 매출이 늘어날 것이기에 지속적으로 게이트웨이가 되는 기기들을 생산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한 가지 본연의 것을 잘하는 반면, 애플은 제조업으로 자리를 잡은 이후 새로 추가된 서비스들이 매출과 이익을 견인할 만큼 견고하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차근차근 전문성을 갖고 접근해 기존 제품과의 조화와 경험에 가치를 더한 고민들이 이루어 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갖춘 전문성과 미래 전략을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해 나온 것이다.



+1. 경쟁사에 제언


그리고 밀레니얼 혹은 Gen Z라고 지칭하는 소비자들이 50대의 시각에서 이해하고 서비스나 제품을 기획한다면 10대들이 어떻게 공감하고 그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까? 그래서 젊은 인재도 중용해야 한다. 경력이 회사에 주는 안정감이 있겠지만, 많은 경력이 주는 한계도 있다.


PewDiePie, Whindersson Nunes, Logan Paul, 수프림, 오프화이트, 베트멍, 카일리 제너 등의 이름이 익숙하지 않고 스냅챗,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 Direct Message 등으로 지인들과 메세지를 주고받은 적이 있는가? 만약 없다면 제품과 서비스 기획 시 의사결정 과정에 밀레니얼을 더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의미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밀레니얼 라이프스타일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과 소비자 조사와 같은 것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해한 사람이 기획하는 서비스와 제품의 차이가 어떨지는 자명하다. 비슷한 제품/서비스들을 남발하며 ‘경쟁사가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식의 대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이해를 바탕으로 한 각 회사들만의 차별화된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이 있어야 한다.


요즘 한국 회사들은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회사들이 단기 성과에만 급급해 최고 경영진들이 지난 10-15년 동안 이런 큰 그림을 그리는 트레이닝이 안 되어서 그런 것 같다. 그동안 사업이 성장해 온 패러다임으로 미래를 이해하고 그리려고 하면 절대로 혁신적인 회사가 될 수 없다. 해당연도 손익 같은 것들로만 인재를 평가하려고 하면 더 절망적인 상황이 올 것이다.


어려워도 지금이라도 기존의 인사와 조직 틀을 바꾸고 젊고 똑똑한 사람들을 중용해 10년 뒤를 준비해야 한다. 겸허한 마음으로 이제부터 최소 3년은 리빌딩하는 시간으로 할애하고,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내실을 다져야 장기적으로 회사의 미래 고객인 밀레니얼이 선호하고 따르는 브랜드를 만들 것이다.


원문: 최종원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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