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종류를 25가지나 생각해보았다

조회수 2018. 10. 1. 16: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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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요즘 어떤 대화를 주로 하시나요?

인류가 암반에 고래를 그리고, 옆 동네 족장에게 자신의 고래 그림을 자랑하던 시절부터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사람의 역사와 함께 해왔어요.

최초의 이모티콘(?)

머리카락을 제외하곤 그닥 쓸만한 털이 없었던 인류는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웠어요. 끊임없이 생존문제와 싸워야 했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단 사실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서로 뭉치게 되었어요. 같은 뜻을 나눠야 했고, 작전을 세우고, 공동의 적을 쓰러뜨려야 했죠. 협동을 통해 인간은 나보다 수십 배는 큰 매머드를 잡거나, 수천 킬로를 이동할 수 있었어요.


두개골이 확장되면서 뇌가 점점 커졌어요. 좀 더 치밀하고 효율적인 사냥전략을 짜야 했거든요. 그리고 나약한 체력을 극복하기 위해선 도구와 환경을 이용해야 했어요.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과 언어중추가 발달하기 시작했어요. 척추는 점점 곧게 펴졌고, 손은 완전히 자유로워졌죠.


혀와 입술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음성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엄지손가락의 진화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어요. 전전두엽의 발달은 그것들을 고도화했고 좀 더 복잡한 표현이 가능케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천 년이 흘렀어요.

출처: 〈마음의 소리〉, 네이버웹툰

지금의 우리는 문자와 말을 통해 민족과 나라를 나누고, 문화를 형성하고 생각하고 생존해가고 있어요. 심지어 우리의 언어와 문자를 우주선에 태워 태양계 밖으로 날리기도 했죠. 언어가 통일되면 모두가 원활하게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오죽하면 모두가 하나의 언어를 쓰던 바벨탑 이전 시대를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표현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라요. 아마도 1977년 우주로 보낸 보이저1,2호의 언어를 외계의 어떤 종족들이 발견한 것 같아요. 지구로 몰래 숨어들어와서 우리 주변에 함께 사는 듯해요. 분명 인간의 언어지만 서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수많은 책과 강의에서 사람끼리 소통하는 법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어요. 심지어 수십만 원을 주고 다시 말을 배우기도 하죠.

Aㅏ….

사람이 사람과 나누는 대화엔 굉장히 다양한 결이 있어요. 커뮤니케이션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문자나 언어 자체가 아니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맥락’에 있어요. 상황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거나, 다른 가치관에서 태어난 문장일 수도 있죠. 언어는 표현의 수단이에요. 무엇을 표현하는지가 중요해요.


우린 이것은 ‘언어의 고향’이라고 부르도록 해요. 언어가 태어난 곳이죠. 이곳의 지형과 기후에 따라 열매(=언어)의 산도와 당도가 달라져요. 어떤 말은 겁나 달아서 유기농 딱지를 붙이고 1kg에 6,900원에 팔리기도 하고, 어떤 말은 너무 떫어서 쨈으로밖에 쓰일 수가 없어요.


하지만 혼잣말이 아닌 이상 언어는 듣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듣는 사람에 따라 어떤 사람은 달달하고 탱실한 자두 같은 말을 좋아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겐 쨈이 필요하기도 해요. 가끔 시큼한 산미 강한 향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옳은 말은 없지만 옳은 대화는 있는 법이죠. 오늘은 그 사람과 나 사이의 어떤 공기를 만들어내는 그 대화의 종류를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어요. 여러분은 요즘 어떤 대화를 주로 하시나요? 🙂



1. 어색한 대화

어색…

말 그대로 뭔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이에요. 서로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그래요. 너의 신상을 털어서 사랑하는 가족을 위협하려는 것이 아니니 대화의 소재가 될만한 단서들을 서로 나누어요. 일단 자신이 아는 미친 김치찌개 맛집이나 핵예쁜 카페에 대해서 얘기를 꺼내 보거나, 혜리가 나온다 해서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엉망인 김명민 주연의 〈물괴〉에 대해서 함께 까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2. 막히는 대화


어색을 떠나서 대화가 막히는 경우가 있어요. 이건 질문과 대답이 엉망이어서 그래요. 네/아니오로 끝날 질문을 던지면 상대방은 네/아니오로 대답하게 돼요. 대답은 OX가 아니라 주관식으로 나와야 해요. 그래야 주관식 답을 가지고 다음 대화를 이어가죠. 만약 그럼에도 계속 OX식 대화라면 그냥 집에 가고 싶단 얘기예요. 보내주도록 해요.



3. 가벼운 대화


페친이나 인스타 친구, 5년 만에 만난 친구, 이름은 알지만 얼굴은 안 봤던 지인, 그냥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대화예요. 가벼움은 흔히 서브컬처에 대한 이야기나 피상적인 일상 콘텐츠를 얘기해요. 대화를 나누면서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소재들이죠. 속도가 빠르고 주제가 빨리 변하는 게 특징이에요. 순발력이 없거나 그닥 TV나 SNS에 관심이 없다면 이해하지 못할 요소들이 있을 수 있어요.



4. 엄청난 대화

반면 특정 부분에 공통 관심사가 있는 두 덕후가 만나면 반경 몇 미터는 그들의 열정과 맞장구로 불타올라요.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평범한 사람들은 함부로 다가가지 않는 게 좋아요. 특히 폭탄 관련 화학 덕후와 전쟁 덕후, 맬서스 추종자, 음모론 덕후 등이 만나면 이미 지구는 멸망한 셈이나 다름없어요.



5. 진지한 대화

대화를 이어가 볼까?…

흔히 우리가 얘기하는 진지함은 ‘고민’을 동반해요. 피상적인 일상 얘기에서 한 단계 들어간 상태죠. 부장님 욕이나 팀장님의 바보 같음을 까는 정도는 일상 대화고, 그럼에도 ‘혹시 내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이면의 생각들은 진지한 대화의 축에 들어가요. 사람은 현상을 관찰하고 판단해요. 관찰에 대해 얘기하는 대화, 판단에 대해 얘기하는 대화는 나뉘기 마련이에요. 고민이란 건 현상보단 그걸 통해 발생하는 판단과 사고를 의미하죠.



6. 갑분싸 대화


아까 관찰과 판단은 다르다고 했잖아요. 하트시그널에 나온 어떤 남자가 기가 맥히게 잘생기고 내 스타일인 것은 ‘관찰’에 대한 부분이에요. 하지만 그로 인해 성 정체성을 고민하거나 잘생김의 계급화를 논하는 건 ‘판단’ 부분이에요. 이 결을 잘 못 맞추면 갑분싸가 돼요. 세 사람이 모두 누가 잘생겼다, 누가 이쁘다 하는데 갑자기 ‘매스미디어는 어떻게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가?’라는 3학년 2학기 조별과제 주제를 꺼내면 갑분싸가 되는 거예요.



7. 무거운 대화


무거움은 흔히 ‘가족’ 소재를 동반해요. 개인사의 끝판왕이죠. 그중에서도 무거움의 주제는 흔히 ‘병환, 이혼, 부도, 보증, 주식, 비트코인 떡락, 대출 막힘, 양육권 분쟁…’ 등 인생 X된 순간 이야기가 주를 이루어요. 이러한 무거운 대화는 그걸 나누는 상대가 굉장히 제한적일 거예요. 하지만 나에게 무거운 주제는 상대방에게도 무거워요. 이러한 주제를 건넬 때는 상대방이 스트레칭이 잘 되었는지 배려해줘야 해요. 돌직구로 갑자기 이런 얘길 꺼내면 상대방은 매우 놀라버려요.



8. 날카로운 대화


흔히 이런 대화는 겉으론 평화로워 보이는 데 속으론 칼이 있는 경우예요. 회의실에서 평소 사이가 안 좋은 권 대리와 한 팀이 되었다거나 이런 상황에서 주로 발생하죠. 말에 뼈가 있는 것과 말에 칼이 있는 건 달라요. 이런 대화는 살짝살짝 상대방에게 스크래치를 주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아리고 쓰린 게 특징이에요.



9. 개아픈 대화

시즈탱크

위의 대화가 스크래치라면 이건 정강이나 명치, 죽빵에 가까운 대화예요. 말은 노크와 같아요. 상대방 마음의 벽을 두드리는 신호죠. 근데 이건 그냥 졸라 공성 전차인 거예요. 다 뿌셔버려. 멘탈을 아주 아작을 내주겠다는 신호죠. 물론 종종 이런 게 필요할 때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모든 전쟁이 그렇듯 성문을 뿌수는 건 상관이 없지만 민간인이 다쳐서는 안 돼요. 이 점에 주의해 주세요.



10. 미묘한 대화


언어는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지만, 사실 그 속엔 심지가 있어요. 감정이란 심지죠. 대부분이 대화엔 적당한 호감과 적당한 경계심을 심지로 크게 감정의 색이 드러나지 않지만, 종종 호감이나 비호감 등 명확한 감정이 담기게 되면 쉽게 숨기기 어렵죠. 언어를 통해 감정을 주고받는 경우엔 굉장히 미묘해져요. 그것이 직설적이지 않은 경우엔 더더욱요. 썸탈 때 얘기예요.



11. 따뜻한 대화


말에 온기가 있는 경우예요. 이기주 작가님이 언어의 온도라고 제목을 붙인 건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돼요. 언어엔 온도가 있어요. 그리고 그건 포장할 수 없죠. 따뜻한 대화는 애정과 이타심에서 태어나요. 그리고 신뢰를 바탕으로 하죠. 이러한 대화는 엄청난 스킬이나 화술이 없어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어요. 물론 카톡 메시지로는 느끼기가 어렵겠죠. 그러니 사랑의 속삭임은 목소리나 눈빛으로 하세요.



12. 이상한 대화


이건 화술의 문제예요. 한국말인데 언어영역 46번 문제 같은 느낌이죠. a에 들어갈 말을 찾아야 할 것 같은 경우예요. 주어나 목적어가 빠졌거나, 어순이 자꾸 도치되거나 말이 끝나지 않고 계속 열거되는 등… 화술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예요. 이해하기가 어렵죠. 악의가 있는 것 같진 않은데 듣고 말하기가 힘들어요. 문장은 짧고 간결하게, 호흡을 충분히 가지고 말을 해야 해요.



13. 지루한 대화


말이 많은 게 말을 잘하는 건 아니에요.



14. 아무 말

이건 조건에 따라 달라져요. 두 사람 다 아무 말을 하고 있으면 매우 흥미진진해요. 물론 보는 사람 입장에서요. 흔히 중·장년 3인 이상 모이시면 이런 대잔치가 벌어지는데, 옆에서 듣고 있으면 새로운 언어의 신세계를 느낄 수 있어요. 물론 한 명만 아무 말을 하고 있다면 상대방은 벙찌겠죠. 이건 그래서 호흡이 중요한 대화예요.



15. 차분한 대화

삼국지 실사를 경험한 느낌

요즘 어떤 분과 대화하다가 놀라움을 느낀 적이 있어요. 제 말을 다 듣고, 그걸 정리한 후 곱씹고, 본인의 얘기를 차분히 기승전결로 풀고, 결론을 맺은 후. 다시 제 차례를 기다려주는 거예요. 마치 턴제 RPG를 하는 느낌인데 아주 흥미진진해요. 상대방의 말을 다 들었으면 차분히 곱씹어 주는 게 핵심이에요. 잘라먹지 말고.



16. 현명한 대화

때론 언어를 언어로 맞받아치지 않는 것도 현명해요. 다양한 리액션이 있을 수 있어요. 눈빛, 끄덕임, 짠하다, 그렇구나, 한숨, 그럴 수 있지, 어흠… 등등 다양한 요소로 호흡을 쉬어갈 수 있어요.



17. 다급한 대화

성격 급한 분과 대화하다 보면 아웃사이더의 새 앨범을 30초 미리 듣기 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요. 상처를치료해줄사람어디없나가만히놔두다간끊임없이덧나사랑도사람도너무나도겁나혼자인게무서워…



18. 슬픈 대화


서로 언어가 사라진 상태예요. 서로의 말문이 닫힌 상태가 제일 슬픈 것 같아요.



19. 격한 대화

사람은 감정의 영향을 크게 받아요. 보상중추와 운동중추는 모두 변연계와 붙어있고,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도 변연계의 끄트머리에 위치하죠. 언어를 담당하는 부분은 뇌의 다양한 부분에서 관장하지만, 논리성을 처리하는 부분보단 감정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요.


대화엔 감정이 섞이기 마련이죠. 격한 대화는 언어가 감정을 감싸지 못하는 경우예요. 오히려 감정이 언어를 감싸고 있죠. 나루토의 나선환 같아요. 밖으로 드러난 차크라예요. 보호장치가 없죠. 나의 감정이 상대방에게 토마호크 미사일처럼 직격으로 날아가요. 상대방은 이제 난리 났어요.



20. 호기심의 대화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함을 바탕으로 한 대화예요. 처음 만났지만 뭔가 잘 맞아서 편하기도 하고 특정 모임, 스터디, 동아리 등의 이유로 서로를 알아가야 하는 경우죠. 마치 고양이가 앞발로 툭툭 건드려보거나 댕댕이가 킁킁거리는 것과 비슷한데 우린 엉덩이 냄새를 맡진 않으므로 서로의 말을 통해 서로를 탐색해나가요. 사실 이런 경우엔 언어 자체의 정보도 중요하지만, 그걸 전달하는 방식을 볼 때가 많죠.



21. 전략적 대화


말은 하고 있지만, 진위가 모두 숨겨진 상태예요.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니고 각자의 이익을 쟁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말을 기획하고 활용하는 경우예요. 업무상 대화나, 전략적인 말하기가 필요한 경우에 쓰이죠. 특히 협상이나 미팅, 계약 관련, 영업 등 성과와 직결되는 상황에서 많이 발생해요. 의례적인 웃음과 완충작용을 해주는 추임새, 서두 문장이 많아지죠. 이런 대화는 나쁜 게 아니에요. 다만 피곤할 뿐이죠.



22. 피곤한 대화


그냥 뭔가 피곤해요… 오늘 저녁 뭐 먹지 생각하게 되고… 요지가 없거나, 요지가 있긴 한데 그 답이 나에게 없거나, 또는 그냥 재미가 없거나, 너무 길거나, 배가 고프거나… 말을 하는 건 꽤 힘들고 신경 쓰이는 일이거든요. 상대방의 피곤함을 빨리 눈치채주는 것도 재능인 것 같아요.



23. 개웃긴 대화


겁나 생각 없이 보는 코미디 멜로 영화 느낌의 대화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대화는 너무 길면 끝나고 나서 좀 허무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딱 1-2시간 정도 그냥 맘 놓고 웃을 수 있는 짱웃긴 대화라면 정말 맛깔날 것 같아요.



24. 조용한 대화


언어와 문자는 직관적인 정보를 줘요. 하지만 상대방은 그 정보를 둘러싼 수많은 맥락을 파악하게 되죠. 눈빛이나 상황이나, 원샷이나 하다못해 침묵이나 입꼬리까지도요. 말이 많지 않아도 그 맥락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상대방이라면 길지 않은 대화로도 충분한 충만감을 느낄 수 있어요. 이건 신뢰를 바탕으로 해요. 저 친구가 입을 다무는 건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함부로 얘기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라는 서로의 신의가 있을 때 가능하죠. 든든한 강아지가 옆에 아무 말 없이 있을 때도 왠지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느낌 같달까요.



25. 몸의 대화


인간은 종종 살갗으로 대화하기도 해요. 넘치는 사랑을 표현할 수도 있고, X나 주먹으로 교훈을 얻기도 하죠.


원문: 애프터모멘트 크리에이티브 랩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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