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업무분장이 유토피아를 만듭니다

조회수 2018. 9. 17. 19: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이건 니가 하시고, 이건 내가 할게요."

잠시 개인적인 생각


일이란 게 참, 톱니바퀴 같아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사실 다양한 일을 처리해야 하기에 하루하루 생각도 바뀌고 경험도 바뀌고 있어요. 제 앞에 누군가가 있고, 제 뒤에 또 누군가가 있죠. 결국 일이란 게 사람이 하는 거라서, 담당자의 성격과 역량에 따라 수많은 케이스가 나올 수밖에 없더라구요.


이걸 하나로 일반화시키려면 평균을 내야 해요. 다수의 케이스를 고민해야 하고, 성공한 또는 실패한 케이스를 찾아봐야 하죠. 본질적으로 고민이 들긴 합니다. 평균치란 건 꽤나 무서운 거예요. 마치 직장인들의 평균연봉이 4,000만 원이다! 라는 기사와 같죠.


사실 누구도 딱 평균만큼의 금액을 받는 사람은 없어요. 각각 평균의 위아래 어딘가에 점으로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찌 보면 평균선이란 것은 허구와도 같아요. 실무 얘기를 하면서 제일 어려운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예요. 딜레마죠.


케이스란 걸 평균화시킬 수 있는가, 에 대한 고민도 있고 평균화시킬 만큼 케이스가 충분한가? 에 대한 고민도 있죠. 마지막으로 그 평균이 과연 정확한 명제인가? 에 대한 의구심도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글을 쓰는 이유


앞으로 저와 일할 분들과 '일을 잘하고 싶기 때문' 이에요. 이 글 하나에 무슨 문화가 바뀐다거나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철학을 담진 못할 거예요. 다만 저는 이렇게 일하는 걸 좋아하고, 마찬가지로 서로서로 편하게 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 그래도 힘든 일, 굳이 짜증내면서 하면 더 힘들잖아요.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를 제 글을 통해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밑밥까는 느낌으로 적어놓는 느낌이죠.


시작에 앞서 이렇게 긴 서론을 쓴 이유는 저번, 오늘, 다음에 할 얘기가 굉장히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주제란 걸 알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래저래 쓰다가 다 지워버렸어요. 평균선으로 어정쩡하게 말하기보단, 구체적이면서도 단순하게 말해보도록 할게요. 오늘은 업무분장에 대한 얘기예요.



1. 업무분장을 할 땐 리스트업을 해줘요.


"기획은 니 가하고 디자인은 너가 해"라고 말하지 마세요. 기획, 디자인, 마케팅, 총괄 같은 단어들은 엄청나게 커요. 정확히는 하나의 '직무'에 가깝다구요. 어떤 업무들을 할 지 한 단계 더 들어가 줘야 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1. 사전미팅 주관/스케줄링/회의록 작성
  2. 회의 토대로 기획안 작성(10p 미만) / 제출 및 피드백 반영 후 수정
  3. 9/15일까지 기획안 최종안 완성
  4. 투자제안서 플로우 기획 및 텍스트 정리(매출자료는 경지팀 지원)
  5. 9/20까지 텍스트 완료 후 보고 / 컨펌 시 디자인팀에 인계

이렇게 정확하게, 언제, 얼마나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To do 리스트로 두두두두 정리해요. 표로 만들든 타임라인 형태로 잡든 트렐로를 쓰든 플로우를 쓰든 슬랙을 쓰든 자유예요.


하지만 분명한 건 기한과 업무와 책임자가 분명해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3일 정도 지난 후 혼돈의 사도가 되어있는 담당자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담당자



2. 담당자를 좀 정리해봐요.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어요. 보통 외주를 맡길 땐 담당자가 있기 마련이예요. 그리고 외부업체 입장에선 컨택포인트가 깔끔하길 바라죠. 이 사람 저 사람이 전화를 해대면 혼란스러워요. 만약 제작물 종류가 다양해서

  • 회사소개서는 박 사원이
  • 포스터와 초대장제작은 이 대리가
  • 굿즈제작은 오 과장이

한다고 쳐봐요. 한 사람이 모든 걸 다 맡을 순 없으니 쪼갤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건 내부사정이니까 클라이언트님밖에 몰라요. 외부업체 입장에선 박 사원, 이 대리, 오 과장의 전화를 번갈아 받아야 하는데, 이대리한테 해야할 말을 오과장한테 하기도 하고 그러면 전달이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고… 그야말로 톨킨 세계관의 중간계 전쟁과 같은 카오스가 펼쳐질 수 있어요.

그야말로 이런 느낌

외부업체와 컨택 시 담당자가 여러 명이라면

회사소개서 제작(9/15)   

- 20p 내외/가로좌철 중철제본/500부/표지 4p(랑데뷰 250g) + 내지 16p(스노우180g)
- 담당자 박창선
(010-1234-5678/aftermoment@naver.com)

이런 식으로 3명 모두 정리해서 전달해주세요. 그리고 외부업체에도 컨택포인트가 있을 것 아니에요? 그쪽 업체의 담당자와 매칭해서 누가 누구와 연락을 해야 하는지 확실히 하는 게 좋아요.

우리 회사 오과장 - 애프터모멘트 박창선 대표 (이렇게 짝궁)

이렇게 말이에요. 그래야 박창선 씨에게 전화가 오면 오 과장님에게 넘겨줄 수 있죠.


참고로 박창선은 제 이름이에요. 하하^◇^



3. 사실 위의 두 개만 잘 정리되면 돼요


다른 거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업무 확실히 잡고 담당자 연락처만 제대로 통일시켜줘도 성은이 망극하여 발등에 키스를 할 거예요.



그러나 현실은…


하지만 생각보다 업무분장이 잘 되는 곳을 보기 드물어요.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아래와 같아요.

  1. 일 못 하는 사람 짱 많아요.
  2. 일 잘하는 사람이 적어요.
  3. 일을 못 하는데 잘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아요.
  4. 일을 잘하는데 안 하려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5. 전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요.
  6. 전체 일이 돌아가는 건 아는데 하기가 싫어요.
  7. 쫄보예요. 안 해본 일은 안 해요.
  8. 눈치도 있고 다 좋은데 손이 느려요.
  9. 사내정치가 오져요. 쟤랑 일하기 싫어요.
  10. 업무분장 자체가 없어요. 그냥 일잘러만 죽어나요.
  11. 분장은 잘했는데 결과물이 개판이에요.
  12. 담당자가 퇴사했어요. 인수인계를 안 했어요.
  13. 자꾸 자기가 칭찬받고 싶어 해요.

사실 업무분장 자체는 단순한 일이에요. 그냥 일을 구체적으로 쪼개서 나눠주는 거죠. 회사 엠티 가서 "된장찌개 만들 때 누가 감자 썰래?"하는 것과 비슷한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1. 감자가 들어가는지 모르거나
  2. 감자를 썰 줄 모르거나
  3. 감자를 썰다가 손을 다치거나
  4. 감자를 정성스레 한오백년 썰고 있거나
  5. 감자를 너무 크게 썰거나
  6. 감자를 채로 썰거나
  7. 감자를 안 썰거나
  8. 감자 써는 걸 떠넘기거나
  9. 감자를 먹어버리기 때문이에요.
출처: 게티이미지
모르면… 배웁시다…

이러다 보니 된장찌개를 만들어본 사람에게 업무가 과중되고, 그 사람은 지치고… 결국 다다음 달에 그만둬요. 그러면 감자 썰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물론 껍질을 안 벗기고 그냥 끓여도 된장찌개가 안 되는 건 아니에요. 맛이 이상할 뿐이죠. 그렇게 이상한 된장찌개를 계속 끓이다 보니 그게 맞는 줄 알게 되요.


아뇨, 그건 틀린 거예요. 그래서 업무분장은 제대로, 확실하게 해야 해요. 회의시간이 10시간이면 7시간은 업무분장에 써야 해요. 서로서로 납득이 가고 온당하게,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배치가 나올 때까지 고민하고 또 대화해야 해요.


그런 날이 언제쯤 올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요.


원문: 애프터모멘트 크리에이티브 랩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