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들은 우리보다 조금 더 용기가 있을 뿐이다

조회수 2018. 8. 28. 18: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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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장비도 주지 않고 '슈퍼맨'을 기대하는 대한민국

2017년 3월, 용산의 다가구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뜨거운 불이 치솟고 매캐한 연기가 가득하다. 다행히 아이들은 무사히 구조되었지만 집 안에서는 미처 부모가 탈출하지 못하고 화마에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방관들은 800도가 넘는 불길을 이겨내고 마침내, 마침내 부모를 구조한다.


이들을 구조하는 데 필요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소방관들의 용기와 직업정신? 맞다. 그 없이 어떻게 그 뜨거운 불길 속으로 뛰어들 수 있었겠나.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건 바로 방화복이었다. 방화복이 없었다면 소방관들은 아찔한 불길에 크게 다치고 말았을 것이다.

화마 속에서 소방관을 살리는 ‘방화복’

영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현장에서 화마와 싸우는 이들에게 방화복은 생명복과 같다. 불길을 용자로부터 보호하는 외피, 방수와 투습을 막는 방수투습천, 뜨거운 열이 착용자에게 전달되는 것을 막는 단열내피 세 겹으로 이루어진 옷으로,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불길에 화상을 입는 일을 방지한다.


한 언론사에 119 구조대원이 쓴 칼럼에서 소방관에게 방화복을 비롯한 안전장비가 뜻하는 바를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소방관은 슈퍼맨이 아니라 아이언맨이다.” 그렇다. 슈퍼맨이야 크립토나이트만 피하면 된다지만, 슈트가 없는 아이언맨의 몸은 그저 다른 인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은 조금 더 용기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소방관들의 방화복은 점차 그 기능을 잃어간다


본인이 현직 소방관이라고 밝힌 이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일반 세탁기로) 빨다 보면 느껴져요. 아 얘가 좀 기능을 잃어가는구나. 처음에는 윤기가 자르르 하면서 불에 들어가도 덜 뜨거워요, 진짜. 그런데 몇 번 빨다 보면 들어가면 뜨거워요.
화재현장 출동 후엔 시커먼 검댕이가 묻어 무척이나 더럽고 불 냄새가 나지만 그 옷을 바닥에 눕힌 다음 바닥 닦는 솔로 문질러서 햇볕에 말린 후 그냥 입곤 했습니다.

이유는 이렇다. 일반 세탁기에서 방화복을 세탁하면, 세탁 통이 회전하며 가해지는 원심력에 의해 방화복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는 말 앞에서 소방관들이 택할 방법은 없다. 일반 세탁기에 빨래하며 갈수록 뜨거워지는 화재현장을 몸으로 버텨내거나, 혹은 거무죽죽해진 옷을 물에 적신 솔로 겨우 문질러낼 뿐이거나.

현장은 소방관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소방관의 건강에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의 통계(2012년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남성 평균 수명 77.95세, 여성 평균 수명 84.64세이지만, 소방공무원의 평균 수명은 58.8세에 불과했다.


화재현장의 위험요소들은 혈액순환 장애, 두통, 현기증을 유발하고 호흡기질환과 안과 질환을 일으키며 폐수종, 기관지염, 폐암을 유발한다. 이런 물질은 소방공무원의 방화복에 그대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가족들의 걱정만 점점 커질 뿐이다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들의 ‘안전’을 위한 일


방화복 세탁기가 부족해 소방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전해 듣고 제품 개발을 시작해 작년 12월 출시했다. 이 제품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Korea Fire Institute, KFI)에서 실시하는 안정시험과 제품검사를 통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화복 전용 세탁기가 보급된 소방서는 전체의 5%에 불과하다. 대다수 소방관은 여전히 갈수록 뜨거워지는 불길을 몸으로 받아낼 수밖에 없는 처지다.


LG는 이 소식을 듣고 한 번 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7월 11일, 방화복 세탁기 20대를 인천소방재난본부 산하 119센터 20곳에 기증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인천소방재난본부 산하 119센터의 소방관들은 조금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방화복을 착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소중한 방화복을 위해 쉽게 만들지 않았다

이번 기증을 담당한 담당자는 이렇게 얘기했다.

소방관의 방화복은 생명과 직결되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기존 방화복 세탁기는 비싼 가격과 큰 크기로 보급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LG 소방용 방화복 세탁기로 소방관들의 근무환경이 조금이라도 개선된다면 큰 보람일 것 같아요.

사실 LG는 오래전부터 이와 같은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 왔다.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 구본무 회장의 뜻을 따라 최근에는 LG디스플레이가 취업준비생들이 정장을 입을 수 있도록 대여해주는 ‘열린 옷장’에 정장을 기증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방화복 기증 또한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의 생명을 보호하면서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된다.

무엇보다, 이를 계기로 남들보다 더 큰 용기를 가지고 있는 분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방화복 세탁기가 조금 더 보편적으로 보급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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