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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속 5성급 캐릭터가 되어보자

조회수 2018. 8. 10. 18: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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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단비 같은 존재, 이들이 바로 5성급 레어 캐릭터입니다.

보통 게임 속 캐릭은 강화를 해야 해요. 현실에선 강화가 안 되죠. 사람 둘을 합쳐서 하나로 만들거나 사람에 가루를 뿌려서 연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보통 현실에서의 강화는 경험치로 획득하게 됩니다. 회사의 난이도는 주로 랜덤인데, 난이도에 따라 NPC(사수, 팀장, 동료, 진상, 클라이언트, 협력업체, 이사, 투자자 등등)의 미션의 퀄리티가 크게 달라집니다.


게임에선 보통 미션을 성취하면 보상을 받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30일 출석보상과 약간은 뿌듯함 등이 주어지죠. 다소 아쉬운 보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운영진이 특별이벤트로 종종 고기를 선물해주는데 이상하게 체력이 더 깎이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과도한 고기 섭취는 건강에 매우 이롭지만 아마 일 얘기를 하거나 노잼 분위기, 싫은 술 마시기 등등이 동반되면 그런 역효과가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경험치를 쌓아서 성장하는 것이 우리네 삶입니다. 하지만 이게 디폴트값이란 게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개인성향에 따라서 말이예요. 법사가 체력스탯을 겁나 올려봐야 기사보다 약한 것처럼 성향에도 속성이란게 존재합니다. 보통

  1. 물 속성을 지닌 존재는 스르륵스르륵 잘 빠져나갑니다. 유연하고 순발력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2. 불 속성을 지닌 존재는 열정 터지고 실행력이 우르릉하죠. 뭐 말만 나오면 어느새 사라져서 이미 하고있는…
  3. 바람 속성의 존재는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아요. 조용하지만 영향력은 큽니다.
  4. 치유 속성의 존재는 아침마다 커피를 사 오거나 간식을 조달합니다.
  5. 영혼 속성의 존재는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리더쉽에 특화되어 있죠.

등등 다양한 속성에 따라 장단점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런 속성과 무관하게 회사에 단비 같은 존재들이 하나씩 존재하기도 합니다. 바로 5성급 레어 캐릭터죠. 정말정말 드문 능력을 지니고 있는 존재입니다.

요즘 겁나 열심히 하고있는 탭소닉TOP. 5성!!!!!! ㄴ느아아으아느나ㅡ아아아ㅏ

가만 보니 이런 5성 캐릭터는 흔히 5가지의 특수능력을 지니고 있더라구요. 사실 특수하다고는 했지만 그 어느 것보다도 평범하고 기본적인 영역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것을 굉장히 잘하는 거죠. 오늘은 그러한 5가지의 능력을 좀 알아보려고 합니다.



1. 마침 딱 그 시점에 정확히 가져오는데… 궁예세요?


대표님 : 이번에 그 견적 조사했니?
쪼꼬미 : 아 네
대표님 : 가져와 봐
쪼꼬미 : (가져옴)
대표님 : 여긴 설치비 포함이야?
쪼꼬미 : 아, 그건 안 물어봤는데…
대표님 : (좀 빡침) 그럼… 여긴 이쪽은 왜 업장이 없어?
쪼꼬미 : 아… 여긴 그 사업자가 아니고 프리랜서시라고… 그냥 현금영수증으로 처리해달라고…
대표님 : (……) 이번 행사 지방행사란 거 얘기했지? 이거 전날 설치 가능한 거야?
쪼꼬미 : 아… 다시 물어봐야 해요.
분노가… 부들부들…

이게 그냥 예시를 들려고 억지로 만든 상황이면 오죽 좋겠습니까만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매우 순화시켜 일부분만 발췌한 것에 가깝죠.


보통 저런 대화는 30분 정도 계속되며 취조실 내지는 심심이 질문봇같은 느낌을 자아냅니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사실 명쾌하게 하나의 명제로 정리될 수 있어요.

상대방의 일을 줄여주느냐, 늘려놓느냐.

일을 해오라고 했으면 뭔가 야물딱지게 정리해서 가지고 와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5성 캐릭은 사뭇 다른 역량을 보여줍니다. 이 사람들은 보통 대표님이 뭘 물어보는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무슨 머신러닝 마냥 평소에 자주 하던 단어와 행동들을 기억하고 있죠. 우리 대표님은 항상 뒷장의 예산안부터 먼저 보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 그래서 5성 캐릭터는 업체별 견적을 1장짜리 표로 정리합니다.
  • 항목에 예산을 맨 앞에 둡니다. 그리고 업체별 연락처, 사업자 번호, 대표 이름, 컨택포인트, 제공내용, 진행 가능 여부, 특이사항, 커뮤니케이션 히스토리를 순서대로 나열합니다.
  • 그리고 결재판에 꽂아서 가져다드립니다.
  • 이때 가져가는 타이밍은 왠지 대표님이 딱 지금쯤 가져와 봐, 라고 할 타이밍 바로 1분 전입니다.

마지막 항목이 되게 중요해요. 보통 이걸 ‘아다리’라는 고급용어로 표현하는데, 정말 한 끗 차이입니다.


마침 방에 들어가서 공부하려고 하는데 엄마가 “너 공부 언제 할 거야!”라고 물어보면 우린 신경질이 나죠. “지금!”이라고 날카롭게 대답할 겁니다. 그럼 엄마는 “저저저 봐봐. 내가 얘기해야 그제야 한다고 하지!”라고 혀를 찹니다.


우린 빡칩니다. 억울하거든요. 담부턴 방에 들어가기 전에 ‘공부하러 가는 중’이라고 전광판이라도 켜고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게 사실 업무도 비슷합니다.


한참 바빠죽겠는데 가져가면 “어어어 두고가 두고가, 나중에 볼게”가 되어 버리거든요. 그리고 대표님들은 나중에 잘 못 봅니다. 잊어버리거나 귀찮거나 너무 피곤하거든. 5성 캐릭들은 상대방의 관심이 딱 온다, 싶은 바로 그 시점을 낚아채는 보너스 능력을 지니고 있는 거죠. 물론 각 잡힌 정리능력과 더불어 말이에요.



2. 전화로 잘 싸우더라고


1~3성캐릭이 가장 취약한 미션이 전화미션입니다. 사실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4성캐릭은 네고와 조율까지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5성만이 지니고 있는 능력이 있죠. 바로 ‘싸움’ 이에요.

일하면서 은근히 전화로 싸울 일이 많아요. 협력업체가 늦는다거나, 사전에 말했던 내용과 다르거나, 부당한 컴플레인을 걸었거나 등등 다양한 상황들이 있죠.


5성 캐릭은 이걸 아주 유도리있게 잘하더라구요.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놀라운 액티브스킬을 발휘해요.

  • 15분 뒤에 다시 걸기: 사람이 시간 지나면 지금처럼 흥분하지 않습니다.
  • 사원인데 팀장이라고 하기: 직급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해결해주길 희망하며 태세전환을 할 가능성이 높아져요.
  • 차근차근 정리해서 공감해주기: 화를 내는 건 일단 공감받으려고 안간힘 쓰는거거든요.
  • 사과 능력이 뛰어남: 못난 아버지를 둔 따레게 미안하달가가각!!!!! 이런 사과 말고… 잘못한 점을 콕콕 찝어서 진정성 있게 잘 사과합니다. 그리고 해결에 초점을 두는 타입이랄까요.
  • 욕을 할 땐 음소거 확인: 사람이 또 사람인지라 감정조절까지 완벽할 수 없습니다. 이발저발 심한 말 거친 말을 할 수도 있죠. 그럴 땐 뮤트를 잘 눌러주고 실컷 욕을 한 후 빠르게 호흡정리를 합니다. 콜센터에서 자주쓰는 방식이거든요. 다만 뮤트가 잘되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등등 이 사람의 출신이 궁금해질 정도로 전화가 유창하신 분들이 있어요.



3. 메일에 수미쌍관의 예술성을 더하다.


3줄 내로 메일을 잘 써요. 구구절절 아이고 그간 강녕하셨나이까 오뉴월 날씨가 몹시도 습하고 더워 업무하시기에 어쩌고저쩌고하는 식의 줄글로 풀지 않아요. 기분 나쁘지 않게 업무적인 선을 잘 지킵니다. 이분들이 사랑하는 것은 넘버링인데, 특히 1, 2, 3으로 정리해주는 불멸의 3법칙을 잘 활용하십니다.

안녕하세요. 
요청하신 강의자료 하기 첨부합니다. 
첨부 문서는 총 3종으로 ‘강의안/관련 영상/프로필사진’ 입니다. 

확인하신 후 해당 프로그램 계약 일자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방문계약일 경우 복수일정(2개 이상)을 알려주세요. 
2. 전자계약일 경우 담당자 이메일과 사업자등록증 첨부하여 회신주세요.
3. 계약취소일 경우 반드시 유선 연락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의 5음절 수미쌍관법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한 편의 시조와도 같네요.

조상님들도 인정한 불멸의 3법칙



4. 손이 빨라


여기서 손빠름은 사실 타고 나는 요소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엄마 뱃속에서부터 업무능력을 기르는 것은 아니니 여기서의 ‘타고남’은 유년 시절의 교육을 의미해요. 손이 빠른 건 두 가지 의미가 있답니다

빠른 손! (아닌가 발인가)
  • 학습력이 겁나 좋아서 대략 훑으면 요지가 보이는 타입
  • 말 그대로 손이 빨라서 요청하면 결과물이 빨리 나오는 타입

사실 둘 다 완벽할 필욘 없습니다. 하나만 잘해도 대박이거든요. 첫 번째 능력은 주로 기획과 전략단에서 많이 필요할 듯하고, 두 번째 능력은 실행, 운영, 디자인, 개발 등등에서 많이 유용하겠죠.


여기서 중요한 건 포인트인데, 빠르게 훑어서 엉뚱한 요지를 찾을 거라면 차라리 정독해서 느리게 파악하는 게 더 나을 듯합니다. 또 손이 빠르긴 한데 실수가 겁내 많아서 제작업체에 넘기고 난 후에 막 사고 터지고, 이런 경우라면 그냥 억겁의 세월을 투자해서 천천히 꼼꼼히 잘 만드는 게 서로를 위해 좋죠.

총체국 난국

빠르고 실수하는 건 누구나 잘합니다. 저도 잘해요. 빠르다는 건 불필요한 작업들을 잘 쳐낸다는 걸 의미해요. 널려진 업무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툴을 잘 활용하고, 비효율적인 경로를 줄이고, 순발력이 있는 거죠.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가고 2시간 만에 만드는 게 빠른 건 아닙니다.



5. 머릿속의 계산기가 고성능임

커뮤니케이션 능력 같은 걸 따지는 게 대세입니다만, 좀 다른 얘길 하고 싶었어요. 일잘러 5성 캐릭은 예산을 볼 줄 압니다. 행사준비를 예산안을 보고 짤 수 있는 사람이죠. 어디에 무엇이 얼마 들어갔고, 어떻게 절감시킬 수 있는지 아는 존재입니다. 돈을 지배하는 자죠.

  • 디자인이라면 업체 조율과 비교 견적을 통해 예산 절감
  • 마케터라면 운영 비용, 관항목 제대로 구성해서 세입세출 계획 잡을 수 있는 능력
  • 기획자라면 당연한 거고 개발은 시간과 노동이 곧 비용이니 시간, 노동력 절감을 위한 솔루션…

등등 회의를 하건 업무를 하건 숫자를 인식하고 있는 거예요. 아이디어가 흘러넘쳐 우리의 예산도 막 줄줄 새고 있으면 안 되는 거거든요.



마무리하며


사실 위의 5가지 능력을 다 갖춘 사람을 찾을 수 없습니다. 없을 것 같아요. 사람이란 게 저렇게 태어날 순 없는 거예요. 혹시라도 주변에 있다면 전생에 핵전쟁을 막았다던가 아니면 신인류의 기원 같은 존재가 분명합니다.


저런 능력을 갖춰라! 라는 말이 아닙니다(저게 갖추고 싶다고 해서 갖춰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이미 갖추고 있는 분들이 그게 능력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더 안타까울 따름이죠.


부디 5성의 능력을 지니신 분들은 어서 각성하셔서 지구와 우주에 대평화를 가져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난 오성이었어!!!!

원문: 애프터모멘트 크리에이티브 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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