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의 핵심은 "대충, 빨리, 잘!"

조회수 2018. 8. 7. 12: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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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일이 진행되니 모두가 만족하였도다

오늘은 디자이너님들께 도움이 되는 얘기지만, 혹시 직원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될 수도 있겠네요.


일이란 건 시작이 있고 끝이 있어요. 하나 끝나면 다른 게 들어오는 꼬리물기가 되면 좋겠지만, 대다수의 일이란 것은 항상 돌림노래처럼 겹쳐서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하루에도 3, 4개 일을 동시에 조금씩 진행시켜야 해요. 안구건조증이 생기고 3번 디스크가 눌리거나 거북목으로 변해가는 몸을 보면서 그제야 깨달아요.


아, 일이란 건 능력이 아니라 생명력을 바탕으로 완성되는 것이구나. 이것이 진정한 흑마법이구나.
지옥마법!!!

네, 맞습니다. 가뜩이나 힘든 게 일이에요. 근데 그 자체로도 힘든 일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동료의 장인정신과 다른 언어를 쓰고 있는 수많은 타종족들이예요. 동료는 자꾸 요청한 걸 안 줍니다. 좀만 기다려보래요. 국어사전에 '좀' 은 짧은 시간을 의미해요. 저분은 국어를 잘못 배웠어요.

그리고 팀장님을 비롯해서 클라이언트나 부하직원이나 심지어 다른 팀원들도 모두 각자의 언어를 쓰고 있어요. 생긴 건 다들 한국 사람인데 완전 글로벌해요. 갤럭시한 것 같기도 해요. 내가 한 말을 못 알아들어요. 마찬가지로 당신의 말도 이해를 못 하겠어요.



실무의 핵심을 알아봅시다


오늘의 얘긴 매우 짧습니다. 왜냐면 이 얘길 길게 해봐야 같은 말이 반복될 것 같거든요. 하지만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업무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도 이것 때문에 뒷목을 잡은 경험이 많아요. 여러분도 많으실 거예요.


일단 뒷목의 추억을 되새겨 보겠습니당.

  • 자꾸 안 줘
  • 시안 만들어 오랬더니 예술하고 있음
  • 표지 만드는 데 2시간씩 걸리고 있음
  • 메일 하나 보내는데 30분
  • 폰트 크기만 바꿔서 가져오랬는데 1시간째 안 와
  • 막상 인쇄했더니 오타 오져버림
  • 제작단계에서 실수했대

뭐 보통 이런 것들이죠. 압축하면 "시간은 오래 걸리는데 결과물은 엉망진창"인 경우예요.


회사의 시간은 나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내가 끝나야 일이 시작되는 다른 누군가도 있죠. 그는 시간은 내가 자료를 전달한 후부터 흐르기 시작해요. 각자의 시간이 모여 회사의 시계가 돌아가요. 그래서 서로의 시계가 꼬이기 시작하면 누군가의 시공간이 휘어지고 퇴근을 못 하고 애인과 헤어지고, 결혼도 못 하고, 과로로 쓰러지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그러니 이 시공간의 왜곡을 막을 수 있는 3가지 단어를 알려드릴께요.



대충 해요


1차 시안은 어차피 갈아엎어져요. 레퍼런스 찾는 거 고민하지 마요. 표지에 공들이지 마요. 엑셀에 선 예쁘게 넣을 필요 없어요. 누끼 예쁘게 안 따도 돼요. 생각나는 대로 막 뱉어야 할 때도 있어요.


일단 졸라맨이든 손그림이든 막 그려서 "이렇게요?"라고 얼른 보여줘요. 괜히 어설프게 예쁘게 만들면 상대방은 진짜 그렇게 만들어질 줄 알아요.

대충의 좋은 예



빨리해요


뭔가 대충 정했으면 이제 빨리해야 해요. 물론 무언가를 빨리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도움도 필요하고 컴퓨터도 좋아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 손이 제일 빨라야 하죠.

  • 자주 들어가는 폴더는 '즐겨찾기'로 옆에 걸어놓습니다. 계속 똑같은 파일 찾으려고 7번씩 폴더 눌러서 들어가지 말고.
  • 전화할 때 상대방이 10번 울리는데도 안 받으면 끊고 다른 데 전화를 겁시다. 삐 소리가 들리고 사랑의 메시지를 남길 게 아니라면 말이에요.
  • 레이어 정리하고 미세하게 그림자효과의 투명도를 조정하는 건 지금 할 일이 아닙니다. 그냥 빨리 만들어요.
  • 시각정렬 맞추는 것도 지금은 할 일이 아닙니다. 그냥 끝선만 잘 맞춰서 보여줘요. 이거 확정안 아니예요. 시안이예요.
  • 엑셀 자료를 받았는데 뭔 말인지 모르겠으면 혼자 끙끙대지 말고 빨리 가서 물어봐요.
  • 복사기가 안되면 멀뚱히 서 있지 말고 전화를 걸거나 옆구리를 열어서 막힌 종이를 빼내요.
  • 파일 날리지 마요. 단발마와 함께 "다시 해야 해요…"라고 울먹거리면 슬프긴 하지만, 솔직히 민폐이기도 해요. 잠들어 있는 그대의 손에 키보드를 가져다 대면 본능적으로 Ctrl+S를 누를 수 있어야 해요.

일은 빨리할수록 좋아요. 물론 일손이 빠르다는 걸 굳이 자랑하거나 알릴 필요는 없어요. 그러면 이 세상 모든 일은 혼자 다 하게 될테니까요.



잘해요


수정사항까지 다 받았고, 자료정리도 다 되었어요. 이제 최종 시안을 제작할 때는 '잘' 해야 해요. 이때의 잘은 3가지 의미가 있어요.

  • 실수 없이
  • 고퀄리티
  • 정리 완료

맞아요. 제작단으로 넘기거나 인쇄소에 보내거나 발표장에 가져가거나 등등, 최종적으로 나오는 콘텐츠에 실수가 있어선 안 돼요. 돌이킬 수 없어요. 굳이 돌이키고 싶다면 돈이 엄청 들어가요. 당신의 월급으로는 그 비용을 충당할 수 없어요.

어떡해애애애애….

퀄리티도 당연히 좋아야 해요. 위에서 못했던 시각정렬이나 톤 조절, 미세한 픽셀 정리, 머리카락까지 누끼따기 등등은 이 단계에서 하는 거예요. 물론 이것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죠(본인에게).


그리고 정리를 잘 해야 해요. 뭔가를 '잘한다'라는 것엔 항상 이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리사는 주방을 폭발시키면서 요리를 만들지 않죠. 디자이너도 폴더나 바탕화면을 폭발시키면서 만들면 안 돼요.


나만 이해하면 된다고요? 습관을 고치기 어렵다고요? 하지만 회사 컴퓨터는 제 개인 소유물이 아니에요. 보고파일명에 201802902.png 이런 파일명을 써서 올리지 말아야 하고, 다른 사람이 내 컴퓨터에서 파일 찾기 위해서 '직박구리' 폴더, '참수리' 폴더를 일일이 열어봐야 하는 사태는 막아야 해요.

새로운 우주가 탄생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기획안은 기획안대로, PSD는 버전 순서대로, 기타 아트워크 자료들은 파일명 잘 붙여서 소스파일 폴더에 잘 모아 놓습니다. 최상위 폴더는 당연히 프로젝트명과 제작날짜를 함께 기재해줘야 하구요.


잊지 마세요. 대충, 빨리, 잘 :)


원문: 애프터모멘트 크리에이티브 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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