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집보다 먼저 바꿔야 하는 건 법이다

조회수 2018. 7. 25. 16: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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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시점만 다르지 늘상 터졌다.

확실히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은 지금의 수준에서 많이 바뀔 필요가 있다.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지만 우리가 주로 비교하는 선진국에 비하자면 여전히 수준 미달이다. 우선 상임법으로 보호받는 계약 기간은 총 5년이다. 이 5년이 지나면 계약 갱신이 아닌, 새로이 계약서를 써야 하기에 보통 이 시기에 임대료가 폭증한다.


그렇다면 왜 하필 보호를 받아야 하는 기간은 5년인가? 아무도 모른다. 5년 넘은 비즈니스는 승승장구하는 비즈니스이므로 보호받을 필요가 없는 것인가? 애초에 왜 5년인지부터가 애매하기 짝이 없다. 내가 예전에 관련 내용을 알아보았을 때, 해외의 경우는 상임법이 정하는 계약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있더라도 그 기간이 장기였다.


사실 이게 정상이다. 역량이 부족한 가게들은 망할 때 망하더라도, 능력 있고 장기간 영업할 역량을 갖춘 가게들은 계속 영업할 수 있는 영업권을 보호해줘야 하는 것이 상임법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그런데 단순히 5년간 보호, 그 이후는 보호 외로 정하는 것은 매우 이상한 기준이다.

출처: 부동산소송TF

상임법에서 임대료 인상률을 정해진 수치로 제한하는 것도 사실 생각해보면 굉장히 이상한 부분이다. 과거에 9%가 높다 해서 5%로 제한했는데 부영건설의 사례를 보면 5%도 높은 것 같아 보인다. 그렇다면 3% 정도면 적당할까? 적당할 리가 없다. 9%도 왜 9%인지 알지 못하고 5%도 이유를 모르는 임의의 숫자다. 


임차인에게 도움이 되라고 3.5% 정도로 낮춘다고 하자. 그렇다면 뜨는 상권지에 운 좋게 일찍 들어가 계약한 사람들은 이 낮은 상승률에 힘입어 막강한 지대를 누리게 된다. 사업 능력이 없는 사업자라 하더라도 새로운 임차인에게 전대 계약을 하는 경우 기존 임차인이 임대인이 누리지 못한 그 지대를 아무런 노력 없이 빨아먹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은 정당한가?


해외 사례를 보면 의외로 상승률을 정해진 숫자로 제한해 두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보통 별도의 공적 기관이 물가상승률과 주변 지역의 시세 등등을 반영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임대료 인상률은 이 가이드라인의 범위 안에서 결정된다. 만약 이 범위를 넘어서는 인상률로 분쟁이 생길 시 조정을 거치게 하며 그래도 안 될 경우에는 법원으로 가는 것이다.


임대인이 임차인이 영위 중인 사업을 접게 하고 내보내는 경우에 지불해야 할 퇴거료를 법적으로 정해둔 부분도 해외 사례에서 눈여겨볼 부분 중 하나다. 퇴거료의 산정 방식은 국가마다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신고된 매출금액을 고려하여 1년 평균 매출에 사업 이전비용과 기회비용 등을 포함하여 적정 퇴거료를 산정한다.


그리하여 임대인이 적절하고 충분한 퇴거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는 임차인도 사업을 옮기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법적 분쟁에서도 퇴거료가 얼마나 충분했느냐에 따라 임대인의 법적 책임이 가벼워진다. 이를 통해 임차인의 사업권을 보호하면서도 임대인이 적절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임대차 문제에 관해서 살펴보면 유독 임대인의 재산권이 절대적인 양 중요시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해외 사례를 보아도 사유재산권을 중히 여기는 선진국이라 해서 임대인이 그 재산권을 무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내버려 두진 않는다. 기본적으로 임차인을 보호하되 제한적으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열어두는 방식이다. 퇴거료와 같은 제도가 바로 그러한 방식 중의 하나다. 


5년, 5% 같은 구체적인 합의도 없고 왜 그 숫자인지 알 수도 없는 이러한 임의적 규제와 보호는 이제 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향후 방향도 임차인의 영업권을 보호하고 보장하는 방식으로 가되 임차인의 책임 또한 구체적 명시를 통해 명확히 규정했으면 한다.


(예를 들면 임대물 복원조항을 들 수 있다. 임차인의 계약 종료 시 사용한 임대물을 원래 계약대로 복원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그러나 다수의 분쟁에서 이 조항은 독소적으로 활용되고 이중의 비용으로 임차인의 퇴거 비용을 늘리고 압박하는 방식으로 쓰인다. 부분적인 보수가 필요해서 임차인이 보수하고 더 좋은 시설로 바꾸었더라도 임대인이 원칙적으로 복원을 외칠 경우 원상복구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임차인의 임대물 개조 등이 건물 가치를 하락시켰다고 평가받는 경우에 한해서만 활용되도록 바뀌어야 한다 생각한다. 우수한 입지의 우수한 건물인 경우 후속 임차인이 어떻게든 그 공간을 활용하거나 보수/개조할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원상복구는 중복적인 사회적 낭비를 야기하는 조항이다.)

현재의 저 누구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숫자로는 임차인을 제대로 보호하지도 못하고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도 제한하는 선에 그친다. 규제는 언제나 매우 섬세하게 다루어야 한다. 이러한 분쟁들이 주로 대도시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각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런 문제와 분쟁을 다룰 별도의 기관 설립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공무원은 이런 데 필요하다. 


개선이 많이 필요하다. 시점만 다르지 늘상 터지는 이 문제를 그저 땜질만으로 처방할 수는 없다. 진지하게 이 문제를 논의하고 큰 개선을 이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극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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