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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현실과 문제점, 총체적이다

조회수 2018. 7. 20.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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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나 빠짐없이, 다 문제다.

불교의 ‘세기경용조품’에 나오는 유명한 일화다. 인도 왕이 장님들을 불러모아 코끼리를 만지게 했다. 그리고 본인이 만진 게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제각각의 답이 돌아왔다. “솥” “나무” “기둥”. 부처님은 이 유명한 고사를 예로 들며 진정한 불법(佛法)을 논하는 이들을 일갈했다. 각자 주장하는 바가 맞을 수는 있으나 깊이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만 보고 전체를 논하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지금 한국 축구를 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와 같다. 객관적으로 한국은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여 있다. 월드컵은 한 국가의 축구 총력을 드러내는 좋은 무대다. 세계 최강 독일을 2대0으로 완파하며 희망을 본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최초 목표가 16강이었던 만큼 두 대회 연속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도 사실이다. 즉 마냥 웃을 순 없기에 한국 축구가 근본적으로 업그레이드하려면 지금의 환부를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이를 진단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백가쟁명식으로 각자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다. “전술이 별로다” “축구협회가 문제다” “선수 수준이 별로다” 같은 주장이 주를 이룬다. 개별적으로 보면 틀린 건 없다. 그러나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격이다. 한국 축구가 고황에 든 건 총체적인 결함에 기인해서다. 지금 지적하는 문제 중 어느 하나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이다.


애초에 척박한 토양에서 버티는 것도 기적이다. 축구의 핵심은 지도자다. 선수의 부족한 면을 보완하고 팀을 하나로 만드는 데 있어 감독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이는 비단 국가대표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전 연령에 해당한다. 즉 축구 총력을 키우려면 모든 지도자가 뛰어나야 한다.


한데 선진국에 비하면 한국은 참담한 수준이다. 독일엔 UEFA A·B급 라이선스를 가진 사람이 약 2만 6,000여 명이나 된다. 이와 비슷한 자격증인 P급 자격증을 가진 감독이 100여 명에 불과한 한국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독일 축구협회는 20대 때부터 상급 지도자 자격증을 따길 권장한다. 양질의 교육을 받은 젊은 감독들은 유소년 육성에도 투입된다. 세계 최고급 선수가 꾸준히 나오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출처: Squaka

그뿐 아니라 한국엔 유소년 선수가 앞으로도 축구인으로서 넉넉히 생활하려면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고약한 풍토가 있다. 이를 학부모가 모를 리 없다. 좋은 성적을 내는 팀에 있는 선수가 좋은 대학에 많이 간다. 헬리콥터 맘들은 내 자식이 주전에 들기 위해 갖은 열성을 보인다.


감독은 실적 압박을 느낀다.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최종 공격 작업인 페너트레이션을 감행할 때도 공격수에게 하나하나 동작을 주문한다. 기본기를 가르치기보다 승리에만 골몰하기도 한다. “어린 나이의 선수들은 자유롭게 공격해야 하며, 그들에게 기본기를 주로 가르쳐야 한다”는 토털 풋볼의 창시자 리누스 미헬스의 격언은 한국에선 통하지 않는다.


좋은 선수가 많이 나오지 않으니 리그의 체급과 수준도 정체된다. 작년 기준 K리그의 관중 수는 148만 명으로 2013년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갈수록 경기장을 가는 팬이 줄어들고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뛰어난 전략가의 부존재, 재미없는 축구, 스타 플레이어의 부재. 수익이 감소하니 구단의 모기업들은 투자를 줄인다. 구단으로선 빠듯한 경비 때문에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힘들다.

출처: 한국스포츠경제

중계권료 역시 바닥을 헤맨다. C리그와 J리그가 각각 2,600억 원과 2,200억 원인 데 반해 K리그는 65억 정도다. 재정적인 지원에서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기에 앞으로 더 뒤처지는 건 명약관화다. 좋은 선수와 좋은 감독이 부재하고 리그가 정체한다. 몇몇 돌연변이가 멱살을 잡고 한국 축구를 끌고 간다. 그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건 하늘에서 금덩어리가 떨어지길 기대하는 격이다.


축구협회는 4년 전에 비슷한 일을 겪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지금 가진 인재풀을 극대화해 좋은 성적을 낼 해외 명장을 데리고 와도 시원찮을 판에 한미한 경력의 슈틸리케를 선임했다. 그렇게 3년을 허비했다. 소방수로 투입된 신태용 감독은 부상 악재에 겹쳐 본인의 장기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내 자리만 보전하면 된다는 보신주의의 결과다.


인프라 및 협회뿐 아니라 일반 축구 팬도 도움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축구는 복합 스포츠다. 전술, 기술, 조직력, 심리 등을 기반으로 팀으로서 성적을 내는 오케스트라다. 어느 하나 빠져선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 한국 축구가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동안 많은 팬은 특정 선수를 죽이기 급급하다. 실수하면 개인 SNS에 가서 테러하기도 한다. 가뜩이나 자신감이 하락한 마당에 월드컵 시댁의 만수받이 노릇을 하려니 경기에서 온전히 제 기량을 선보일 리 만무하다.

어느 하나 덜 중요한 게 없다. 악조건이 악조건을 낳아 축구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정답은 하나다. 지금부터라도 전문가와 축구팬은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어떤 지점을 끊어야 악순환의 매듭을 풀진 모른다. 하지만 다방면에 걸쳐 다양한 축구인이 다양한 해법을 들고 와야 하는 건 분명하다.


지금처럼 ‘네가 맞니 내가 맞니’ 식으로 싸우다간 4년 뒤에 기시감을 느낄 것이다. 눈을 뜨고 코끼리의 다양한 부분을 만져야 한다. 


원문: 풋볼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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