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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왜 '컵'이라고 부를까?

조회수 2018. 7. 5.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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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진짜 컵이었다.
월드컵 우승 트로피, FIFA컵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은 확실히 특별한 컵입니다. 우승 트로피를 아무리 봐도 어디에 무엇을 따라 먹으라는 건지 알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한국인은 대부분 월드컵이라는 낱말을 통째로 받아들이실 테니 엉뚱하게 들리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월드컵은 영어로 ‘World Cup’, 스페인어로는 ‘Copa Mundial’로 컵이라는 낱말이 분명 들어갑니다. 한자 문화권에서도 ‘世界杯’라고 컵(杯·잔 배)을 넣어 표현합니다. 월드컵은 확실히 컵과 관계가 있습니다.


이건 1970년까지 이 대회 우승 트로피로 썼던 쥘리메컵(Jules Rimet Cup)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쥘리메컵은 승리의 여신 니케가 잔을 머리에 진, 진짜 컵 모양이었습니다.

쥘리메컵

(브라질은 1970년 멕시코 월드컵 때 정상을 차지하며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세 번째 우승한 나라가 됐습니다. 이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브라질은 이 트로피를 영구 보관할 권리를 얻었지만 1983년 도난당하고 말았습니다. 쥘리메컵을 훔쳐 간 일당은 이를 녹여 금괴로 팔아먹었기 때문에 트로피 원본은 영원히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사실 월드컵 트로피를 잔 모양으로 만든 게 전혀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각종 스포츠 대회에서 ‘우승컵’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트로피 자체가 원래 컵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니까요.


국제 스포츠 대회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건 1851년 시작한 아메리카컵(America’s Cup) 요트 대회입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당연히) 아메리카컵을 받아 아래 사진처럼 활용합니다. 우승 기념 축배를 드는 것.

이렇게 액체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부상(副賞)으로 주기 시작한 건 고대 그리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리스에서는 기원전 556년부터 4년에 한 번씩 파나텐 축제를 열었습니다. 


파타텐 축제는 기본적으로 아테나 여신에게 바치는 제사였습니다. 아테나는 지혜의 여신이자 전쟁의 여신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축제 기간에는 스포츠 경기나 음악 콩쿠르 같은 각종 대회가 활발하게 열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대회 우승자는 암포라(amphora)라고 부르는 항아리를 상으로 받아 갔습니다. 하필 항아리를 부상으로 선택한 건 아테나가 도기(陶器·도자기 그릇)의 여신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암포라 안에는 포도주나 올리브유를 담아주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암포라

이 전통이 부활한 건 아직 영국 식민지 상태였던 현재 미국 뉴잉글랜드 지방이었습니다. 17세기 후반 이 지방에서는 경마 경기가 활발했는데 우승자는 은(銀)으로 만든 컵을 받았습니다. 미국 미시건주에 있는 헨리 포드 박물관은 1699년 세상에 나온 ‘킵컵(Kyp Cup)’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킵컵. 이 컵을 만든 은 세공업자 이름이 ‘제시 킵’이라 킵컵입니다.

이 전통을 이어 스포츠 대회에서는 컵 모양으로 우승 트로피를 만드는 게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됐습니다. 지금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챔피언이 받는 트로피 이름은 ‘스탠리컵’이고 윗부분이 정말 컵 모양입니다. 프랑스 오픈 남녀 단식 테니스 대회 챔피언 역시 각각 머스킷티어컵수잔랭글랭컵을 받습니다. 

스탠리컵

또 우승 트로피가 컵 모양이 아닐 때도 ‘우승컵’이라는 표현을 흔히 쓰게 됐습니다. 자연스레 아예 대회 이름에 ‘-컵’이나 ‘-배’가 붙는 게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됐습니다. 예컨대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정규리그 시즌이 아닐 때 여는 대회 이름은 KOVO컵이고, 실업배구 시절에는 ‘대통령배 배구 대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FIFA 월드컵 역시 이런 역사적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우승 트로피를 컵 모양으로 만들었다가 지금은 컵과 별 상관이 없는 모양인데도 계속 월드컵이라고 부르는 건 이 때문입니다.


참고로 FIFA는 쥘리메컵 도난 이후 우승 트로피에 대한 보안 정책을 강화했습니다. 월드컵 우승국조차 진품이 아니라 모조품(레플리카)을 받습니다. 우승 멤버가 진품 트로피를 만져볼 수 있는 건 시상식 때 잠깐뿐입니다. 또 FIFA 월드컵 우승 멤버가 아니면 이 FIFA컵에 아예 손을 댈 수도 없습니다. 월드컵 때마다 직전 대회 우승팀 (은퇴) 멤버가 개최국을 대표하는 유명 인사와 함께 이 트로피를 들고나오는 건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원문: kini’s Sportuge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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