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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특선 메뉴'의 비밀

조회수 2018. 7. 5. 10: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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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아침 특선 메뉴에 끌릴까?

오전에 급한 업무가 있어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왔다. 회사에 일찍 도착해 일을 정리하고 아침 먹을 시간이 되어 아침을 먹으러 간다.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울 식당을 찾아보지만 아침에 문을 연 곳이 많지는 않다.


그러던 와중 패스트푸드점을 지나다 ‘머핀’과 ‘아메리카노’를 할인해서 판매한다는 문구를 발견한다. 그래, 결정했어. 오늘 아침은 머핀이야! 나는 과감하게 패스트푸드점을 들어가 머핀을 주문한다. 머핀과 커피 한 잔, 오늘 하루도 왠지 모르게 산뜻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침을 밖에서 먹을 때, 너무 비싼 가격의 음식을 먹기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라면을 먹기엔 좀 애매할 때, 아침 특선 메뉴는 우리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가격도 그렇게 높지 않고, 부담스러운 음식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식당은 ‘아침 특선 메뉴’만 판매하려 할까? 사람들이 아침 특선 메뉴를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할까?


오늘은 아침 특선 메뉴에 숨은 ‘넛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우리는 왜, 아침 특선 메뉴에 끌릴까?



커피, 그리고 플라시보 효과

커피는 사람들이 아침 특선 메뉴를 구매하도록 만드는 넛지다. 아침 특선 메뉴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모든 메뉴에 ‘아메리카노’가 들어 있다. 왜 아침 특선 메뉴에는 대부분 커피가 들어간 것일까? ‘커피’를 아침에 구매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한 메뉴 선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커피를 구매하는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끼기 위해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커피를 구매하는 가장 큰 심리는 ‘피곤함을 깨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아침에 피곤함을 호소할 때, 피곤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야 할 때 일종의 ‘약’처럼 커피를 구매해서 마시는 것이다.


그렇다면 커피를 마실 때 피곤함이 어느 정도 감소할까? 카페인은 사람들의 피로도를 어느 정도 경감하는, 정확하게 말하면 피로라는 감정을 완화시켜 주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는 않을뿐더러 커피를 마시면 더 잠이 오는 역효과가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커피를 구매하는 이유는 ‘커피를 먹으면 잠이 깰 거야’라고 자신에게 플라시보 효과, 즉 위약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플라시보 효과란 실제로는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가짜 약제의 심리적 효과를 말한다. 다시 말해 의사가 가짜 약을 투여하면서 진짜 약이라고 하면 환자는 자기 상태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믿음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병이 낫는다고 긍정적으로 인식하면 병이 나을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높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커피가 사람의 피로도에 영향을 끼칠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사람들이 커피를 구매하는 이유는 ‘커피를 먹으면 피로가 어느 정도 감소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일종의 ‘위약 효과’는 아닐까?



아침 메뉴의 타깃은 커피를 마시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아침을 먹기 위해 나와 거리를 배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시 말해 출근 시간 전에 아침을 먹으러 갈 목적으로 나오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사실 ‘커피 한 잔을 하기 위해서’ 의 목적이 강하다.


그렇다면 식당은 이러한 사람들의 행동을 반영하여 아침에 수익을 낼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만약 아침인데 칼로리가 높은 햄버거를 그대로 판매하면 간단한 한 끼 식사로는 부담스러우니 사람들이 그것을 잘 먹을 가능성이 낮지 않을까?


따라서 식당은 아침 식사 메뉴를 선정할 때, 사람들의 행동을 반영하여 ‘반드시’ 커피를 세트 메뉴에 반드시 포함시킨다. 이는 넛지라기보다는, 사람들의 행동을 적재적소에 파악하고 반영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진짜 넛지는 다음 장에 있다.



세트 가격이 4,000원을 넘지 않는 이유: 기준점의 존재

사람들이 커피를 사러 나올 때 자연스럽게 간단한 한 끼 식사까지 해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식당은 ‘커피+음식’의 가격을 4,000원 이하로 조정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커피값에 대한 기준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정해 놓은 특정한 가격에서 제품이 합리적인지, 합리적이지 않은지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당신이 만약 매일 아침 먹는 커피값으로 약 3,500원을 지출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 경우 당신이 아침에 지출하는 금액에는 ‘3,500원’이라는 기준이 생긴다. 즉 특정 커피의 가격이 6,000원일 경우 사지 않을 확률이 높다. 3,500원을 기준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즉 3,500원을 넘는 가격일 경우, 우리는 더 신중해지고, 그 선택지를 선택할 확률이 낮아진다.


반대로 커피의 가격이 2,900원일 경우 당신은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더 싸니까 여기서 한 번 먹어봐야지!’라는 마음이 생긴다. 즉 기준점보다 가격이 낮은 경우 일단 한 번 소비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그 커피가 맛있든 맛이 없든, 우리는 가격이 낮으면 ‘기준점’보다 가격이 낮다고 판단하고, 내가 생각한 기준보다 더 싸게 구매했다는 생각에 좋아할 것이다.


그렇기에 식당은 상대적으로 아침에 소비하는 커피값의 평균을 산출한 뒤, 그보다 조금 낮게 가격을 설정한다. 커피값의 평균보다 가격이 낮은 경우,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 아침 특선 메뉴를 제공하는 경우, 커피값의 평균인 약 4,000원보다 낮은 가격을 산정해 사람들을 유혹한다.



세트 vs. 단품: 가성비 넛지

세트와 단품의 가격이 똑같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지를 선택하겠는가? 

  • A: 햄버거 + 감자 + 콜라
  • B: 햄버거

대다수 사람은 세트와 단품의 가격이 같을 때 당연히 세트를 선택한다. 똑같은 가격에서 더 많은 혜택을 준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같은 가격에서 더 많은 것을 주는 느낌을 흔히 ‘가성비’가 높다고 이야기한다. 식당은 보통 아침 메뉴에 이 심리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커피’ 하나를 사는 것보다 세트를 사는 게 더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커피를 사러 나온 사람들은 사실 아침 음식보다는 커피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즉 커피에 어떤 것이 더 들어가는지에 따라 가성비를 판단하고 선택지 중 구매를 결정한다. 따라서 식당은 커피가 아니라 음식에 더 초점을 맞춰 홍보 포스터를 제작한다. 결국 가성비를 따지는 우리의 특성을 고려해 식당은 커피를 살 수 있는 가격대로 아침 메뉴의 가격을 설정하고, 음식의 크기를 의도적으로 극대화해 사람들이 가성비를 따지게 하는 것이다. 


커피 한잔하러 나왔다가 간단하게 아침 먹고 들어가는 그 뿌듯함. 어쩌면 식당은 그것을 노리고 당신을 아침 메뉴로 유혹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유혹에 알고 대처한다면, 조금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원문: 고석균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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