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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과 태도, 일을 잘하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은?

조회수 2018. 6. 25.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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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잘해보도록 해라'는 공자님 말씀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조직에서 일할 때 실력은 있지만 태도가 좋지 않은 사람과 태도는 좋지만 실력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와 일을 해야 할까요? 이 질문은 잦은 토론 거리가 됩니다. 우선 실력이 있으면 태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보통 이렇습니다.

조직은 성과를 내는 곳이지 놀러 오는 곳이 아니다. 불필요한 대인관계로 에너지를 소모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고 본인이 일을 잘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스티브 잡스를 봐라. 괴팍한 성격으로 유명하지만 압도적인 실력으로 세상을 바꾸지 않았는가. 그가 직원들이나 주주들 눈치만 보면서 일했으면 결코 그런 혁신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프로는 실력으로만 평가받아야 한다.

한편 태도가 중요하지 실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일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극소수의 천재를 제외하고는 모두 성장하며 학습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머리만 좋은 사람보다는 배우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 필요하다. 또한 조직은 혼자서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팀워크를 위해서라도 조직 문화와 잘 어울리는 사람이 필요하다.

어떤 것이 맞을까요? 경영학 이론에서는, 성과(Performance)=능력(Ability, 실력) x 태도(Attitude)라고 말합니다. 이를 줄여서 P=AxA 라는 간단한 공식으로 설명합니다. 성과는 능력과 태도의 곱이라는 표현이지요. 이 주장을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하나씩 보겠습니다.

  • A는 실력은 매우 뛰어나지만 태도는 매우 좋지 않은 사람입니다. 앞에서 예로 든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인 인물이지요.
  • B는 반대로 태도는 매우 우수하나 실력은 좋지 않은 사람입니다. 열정만 넘치는 신입사원이 이런 케이스로 볼 수 있겠습니다.
  • C는 실력과 태도 모두 좋지 않은 사람입니다. 유감스럽지만 이런 사람은 본인의 실력과 태도를 먼저 키워야 합니다.
  • 보통의 직장인들은 선분 AB 위에 있을 것입니다. 그 균형을 지키는 사람이 D가 될 것입니다. 이 사람은 실력도 보통이고 태도도 보통인 사람이지요.
  • 선분 AD 상에 있는 사람은 실력은 우수하지만 태도가 다소 부족한 사람, 선분 BD 상에 있는 사람은 태도는 우수하나 실력이 다소 부족한 사람입니다.
  •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E일 것입니다. 이 사람은 다른 사람(선분 AB에 있는 대다수)에 비해서 실력 및 능력과 인성 등의 태도가 모두 뛰어난 인재입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말한 ‘아웃라이어’들이 아마 이런 사람들일 것입니다.

보통 교과서에서는 D점 위에 올라가서 균형적인 사람이 되라거나 본인의 부족한 역량을 키워 E점으로 올라가라고 이야기합니다. 경제학 원론의 수요-공급 곡선과 꼭 빼닮은 이 그래프에서 ‘둘 다 잘해보도록 해라’는 공자님 말씀은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말입니다.


현업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대표이자 경영 컨설턴트로서 책에 나오지 않는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수학적으로 볼 때는 D점이 가장 균형 잡혀 보입니다. E점은 워낙 특수한 경우일 것이고요. A나 B는 양극단에 있어서 같은 수준으로 편향되어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절편값이 0인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현실에서는 한쪽으로 쏠린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업무 능력은 매우 뛰어나지만 대인 관계가 좋지 못한 사람(선분 AD), 또는 인성도 갖추어져 있고 대인관계도 매우 좋지만 업무 능력이 매우 부족한 사람(선분 BD). 여러분이라면 이 중에서 어떤 사람을 원하십니까? 


단순히 그래프만 보았을 때는 데칼코마니처럼 보이겠지만 여기에는 수학이 표현하지 못하는 현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시너지‘입니다. 주변 사람과 잘 지내지 못하더라도 성과를 잘 낼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것은 혼자서 일 할 경우입니다. 점점 프리랜서가 늘어나고 재택근무가 증가하는 건 시대의 변화에 따른 트렌드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낭비되는 막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 중 하나기도 합니다. 


실제로 1인 기업이나 프리랜서의 경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나 커뮤니케이션에 질려서 독립한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렇게 혼자서 재무적으로도 성공한 사람도 주변에 많습니다. 그러나 만약 내가 사업을 더 키우고 싶다면 그건 혼자서는 결코 불가능합니다. 그때부터는 조직이 필요하고 이 과정을 우리는 ‘사업화’라고 합니다. 

니미츠급 원자력 항공모함을 제작하는 노섭 그러먼(Northup Grumman)의 자료를 보면 항공모함 제작이 얼마나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하는지 설명합니다. 4만 7,000톤의 정밀 용접된 강철, 100만 개 이상의 개별 부품, 900마일가량의 철사와 케이블, 숙련 기술자의 4,000만 시간 작업, 1만 7,800명 근로자의 7년 이상의 업무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합니다(Fortune, 2012. 7. 22). 


이러한 거대한 프로젝트가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조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개인이 철사를 만들고 케이블을 만들고 개별 부품들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결국 그것을 통합하여 거대한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조직의 명확한 목표와 일관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창업하는 분 중 1인 창업을 선호하는 분이 많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이전 직장생활에서 대인관계에 질리고 속칭 ‘간섭받지 않고 혼자 일하는 게 편해서’ 1인 창업을 결심했다는 분이 많습니다. 확실한 사실 한 가지는, 혼자서는 결코 항공모함을 만들 수 없다는 점입니다. 철사 장사나 케이블 장사로 돈을 벌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은 할 수가 없습니다.


여러 단위의 비즈니스를 통합하는 것은 리더십의 영역이며 조직 활동을 통해서만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업가가 자신은 이 세상을 바꿀 기업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그것은 결코 혼자서 이룰 수 없습니다. 분신과도 같은 동업자, 훌륭한 직원들, 모범이 되는 멘토, 헌신적으로 지원하는 가족이 모두 한 방향을 보고 몰입할 때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독선적이지만 실력만 좋은 사람보다는 아직 실력이 부족해도 태도가 갖추어진 사람을 더 선호합니다. 인사 분야의 오랜 토론 주제 중 하나지만 평범한 사람을 뽑아서 교육하는 것보다 교육 없이 성장할 수 있는 특출난 인재를 뽑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데 동의합니다. 


구글의 인사담당 부사장이었던 라즐로 복이 쓴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뛰어난 성과를 내는 인재는 별다른 교육이 필요 없다고 합니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성취를 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기술적인 준비가 된 사람보다는 배우려는 태도가 준비된 사람을 선호합니다.


반대로 제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봤던 최악의 사람은 스스로에게 겸손하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늘 자신의 말이 맞고 정답이라고 생각하기에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시도하지 않더라고요. 당연히 성장하지도 않고 주변 사람을 괴롭히기만 했습니다.


이 주제로 주변의 다른 사업하는 대표님들과 대화할 때마다 비슷한 말씀을 합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인성을 포함해 태도가 좋지 않으면 절대 오래 갈 수 없다고 말이지요. 그래서 더 큰 목표를 향해 가시려는 분들에게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자격증 따거나 이력서 스펙 한 줄 더 쓰는 것보다 인성과 좋은 태도를 갖추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이지요(구글의 경우 그런 태도 역량 자체를 AI가 이미 검증이 가능합니다).


태도와 능력을 양시론처럼 “둘 다 중요하다”거나 기계적으로 “중간이 좋다”라고 말하는 건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동으로 치면 농구에서 3점 슛만 잘 쏘는 슈터보다는 기초체력이 뛰어난 선수가 어디서든 필요하지 않을까요? 2002년 히딩크 감독은 그렇게나 체력 테스트에 몰두했고요. 이런 이유로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늘 이야기하고 다닙니다.


원문: 최효석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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