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싶었던 전설 속의 회사 빌런 30종 총정리

조회수 2018. 7. 5. 11: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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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가 있는 곳에는 항상 빌런이 있기 마련..

참 회사라는 게 그렇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우글우글 있으니 매일 똑같은 장소 비슷한 업무를 하면서도 매번 새로운 일들이 하루를 알차게 만들어주죠. 그 새로운 일이란 게 웃음이 지어지는 흥미로운 일들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현실은 또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사람이란 게 완벽하지 않은지라 실수도 많고 단점도 있기 마련입니다. 보통은 그런 단점들을 집단의 힘으로 서로서로 보완해주면 좋으련만 가끔은 단점과 단점이 합쳐져 거대한 대사건을 창조하기도 하더라고요.

거대단점의 탄생

오늘은 나의 저녁 약속과 주말 여행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강력한 회사빌런들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가 그러하듯 히어로가 있는 곳에는 항상 빌런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반대인가?… 여튼. 


우주의 균형이란 건 정말 무서우리만치 정확합니다. 회사도 작은 우주에 가깝죠. 일을 챡챡슉슉 천수관음 맨치로 쳐내는 히어로가 있는가 하면, 어둠의 존재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들은 다양한 속성과 각자의 스킬들로 업무를 파괴하고 실무자나 대표님을 하염없는 다크니스로 몰아넣습니다.


미연에 알고 방지하면 좋으련만 현실은 영화처럼 빌런을 빌런이다! 하고 딱 보여주지 않죠. 오늘 내용은 대부분 제가 마주했던 거대한 존재들이지만 저도 어쩌면 이 빌런 중 한 명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무릎 꿇고 글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꾜!



1. 세 번 걸러 깨끗한 정수기 같은 이해력

물론 상대방의 의견은 걸러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을 거를지가 중요하죠. 그리고 어떻게 해석할지도 중요합니다.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내가 사과를 5,000원어치 사 오고 거스름돈은 동생한테 주라고 했죠.

  • 사과를 1,000원어치 사오면 안 됩니다.
  • 배를 5,000원어치 사오면 안 됩니다.
  • 동생을 사오면 안 됩니다.
  • 거스름돈을 가지면 안 됩니다.
  • 동생에게 5,000원을 주면 안 됩니다.

이런 원리입니다. 자꾸 주어를 빼먹거나, 목적어를 빼먹거나 단어를 맘대로 기억하거나 이상하게 해석해선 안 되는 겁니다. 투자 제안서를 만들기 위해 3년간 매출 자료를 수집하라고 했는데 자꾸 마케팅 플랜을 짜면 안 되는 겁니다. 그래놓고 ‘이것도 필요할 것 같아서요.’라고 해서도 안 됩니다.

2.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같은 실수에는 흔히 지각, 물건/서류 빼먹기, 결재라인 점프하기, 메일 CC 안 걸기, 첨부파일 안 넣고 메일 보내기 등등이 있습니다.



3. 블랙홀

헤헷 버려버리쟈
대리님 그때 제가 드린 자료 어디 있어요?
어?… 그거 저번에 버린 것 같은데…

자꾸 버리면 안 됩니다. 버릴 거면 잘 보고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버릴 때는 세절기에 넣어야 합니다. 자꾸 이면지함에 넣어놓고 우리 회사의 모든 견적서를 청소부 아저씨, 경비 아저씨, 길 가던 사람, 경쟁사, 앞집 김치찌갯집 사모님까지 볼 수 있게 알리는 건 옳지 않습니다.

 


4. 아 맞다

주로 파일이나 챙기라고 했던 하드카피를 안 챙겼을 때 이런 소리가 나옵니다. 경쟁PT당일 클라이언트 회사의 회의실에서 노트북을 켜고 하드카피를 돌리려는데 뭔가 1, 2부가 없는 상황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또는 HDMI가 없거나 젠더를 안 챙겼거나 아싸리 메일로 보내놓으라고 했는데 깜박했다거나… 어떤 경우든 지옥을 맛볼 수 있어요. 



5. 어둠의 지략가

제갈량 말고 제갈량 왼쪽에 첫 번째 사람 같은 어둠의 포스

자꾸 뒤에서 음모를 꾸미고 상황을 막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들려고 라인 타고 정치하고 아부하고 음해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복선을 여기저기 뿌려놓고 사건 터지면 “아! 그거 저번에 김 대리님이 하시던데?…”라는 혼잣말을 웅얼거리는 식이죠. 일상생활 자체가 스릴러물이니 본인은 풍부하게 긴장감 넘치는 매일매일을 경험할 순 있겠지만 상대방 입장에선 억울하게 모함당해 유배 가는 쑥대머리 충신의 우국지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6. 모종의 관계


왜 옆 팀 저 아이는 뭘 해도 혼나지 않는 걸까요.



7. 시공간이탈자


아니, 일 좀 해야 하는데 얜 맨날 자리에 없어.



8. 아직 한 발 남았다.


그렇게 종합해서 달랄 때는 최종이라고 해놓고 인쇄 넘기기 하루 전에 갑자기 수정사항을 쏟아줍니다. 내부협의가 이제야 끝났대요. 개빡쳐서 시간 없어서 그건 못 한다고 하면 김희원 마냥 소리를 치기도 해요.

이거 대표님 지시야 이 rotoRi!

9. 모두까기인형


모두의 험담을 하고 다니는 분입니다. 심지어 앞에선 상대방과 잘 지내는데 돌아서면 뭔가 습관적으로 씹는 거죠. 이를테면 이런 느낌입니다.

이 팀장은 조금 성격이 급한 거 같지 않아?
조 과장은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것 같아 그지?
경상도 남자들은 되게 허세 장난 아니라던데.

등등 그냥 일상적인 평어체로 담담하게 뒷다마를 까는데 이게 제일 무섭습니다. 사회초년생이나 경력이 많지 않은 분들은 저 담담함에 대답 한 번 잘못했다가 꽤 곤욕을 치르기도 하거든요.


특히 저런 분들은 상대의 동의를 구하는 부가 의문문을 즐겨 쓰시기 때문에 그냥 “네에”라고 하면 긍정으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그냥 난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멍청이다… 하고 “전 잘 모르겠어요ㅎㅎㅎ”라고 하는 편이 속 편합니다. 하다 하다 빡치면 그분의 입을 마이비데로 잘 닦아드리세요. 똥냄새 나니까.

저 옆집 새로운 고양이는 주인에게 배를 까더라구

10. 존문가


요즘엔 남녀노소인종국적에 관계없이 다들 마케팅전문가네 전략가네 떠들고 다니는데. 전략이고 전문성 같은 건 바라지도 않으니 3×3부스 운영 계획이나 제대로 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1. ‘이번 한 번만’이 600번째


자꾸 내 능력을 헐값에 사려는 분이 있습니다. 내가 없으면 죽을 것 같이 막 매달리다가 정작 일 다 해주면 땡큐! 하고 슝… 사라져버리기도 하고. 그래놓고 또 자기 아쉬우면 스르르르 나타나서 ‘아… 진짜 이번 한 번만! 내가 진짜 맛있는 거 쏠게!’ 막 이러는데 맛있는 건 내 돈 주고도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사준다고 해서 여러분들이 막 기뻐 죽을 것 같고 이유 불문하고 따라나설 건 아니잖아요? 요즘엔 3-4살짜리 아이들도 맛있는 것으로 유혹하지 않습니다.



12. 아틀라스


자신이 회사의 모든 짐을 짊어진 것처럼 너무 거대하고 강렬한 책임감에 사로잡혀 계신 분입니다. 이런 분들은 보통 너무 엄청나게 진지하거나 아니면 야근을 자발적으로 겁나게 하거나 스스로 막 일을 만들면서 힘들다고 호소합니다. 더불어 종종 일찍 퇴근하는 너네는 기본자세가 안 된 거라며 애사심이 없다고 까내리기도 합니다. 단언컨대 근무시간과 애사심은 비례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무능력이나 오지랖을 자꾸 애사심을 포장해선 안 됩니다.



13. 어의가없다(맞춤법파괴자)

대형 빌런은 아닌데, 굉장히 신경 쓰이는 고블린 같은 느낌입니다. 종종 대외 문서에 오타 수준이 아닌 그냥 쌩으로 틀린 맞춤법이 보이면 식은땀이 흐르기도 합니다. 결제와 결재, 어이 구분은 중요합니다. 



14. 0개국어능력자

온라인 디지털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우선 고객들의 니즈에 대해 분할된 항목으로 Survey를 진행하고 각각의 Survey Result는 최초설정되어진 목표에 대비하여 유효한 값을 분석한다. 또한 이 결과를 토대로 웹에 릴리즈될 콘텐츠를 재구성하고 visual concept을 명확히 한다.

……와 같은 말이랄까요. 논리도 없고. 앞뒤도 없고 한글도 영어도 아니고 톨킨 세계관의 고대 엔트어 같은 언어를 구사하는데 더 심각한 건 이런 분들은 대부분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상대가 이해를 못 하면 ‘하아… 이래서 보통 닝겐들과는 대화가 안 돼… ‘라며 정신승리를 해버리는 거죠.



15. 수포자


숫자 맨날 틀려. 근데 하필이면 품의서나 지출결의서에 틀려. 종종 이체금액도 틀려. 망…….



16. 신상털이범


남의 사생활이 왜 이렇게 궁금하신지… 내가 애를 낳든 결혼을 하든 애인과 에버랜드를 가든 롯데월드를 가든 돈 줄 것도 아닌데 끊임없이 내 주변 사람을 분석해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T익스프레스를 안 타고 장미 축제를 안 가면 왜 애인과 사이가 안 좋은 것으로 평가되어야 하는지 당최 모르겠지만, 이런 분들은 사적인 꼬투리를 잡아서 나중에 자기 편할 때 업무와 연결해버리기도 합니다.

4주 연속 주말에 애인과 노느라 제안서 늦었구나?

이런 식으로 말이죠.



17. 러다이트 운동가


도무지 기계나 컴퓨터, 복사기, 스캐너, 어도비, NAS 등 회사에 필요한 전자기기/프로그램을 하나도 다루지 못 하는 분도 계십니다. 거의 존 코너 급으로 반기계적 성향을 지니신 듯. 프린트 드라이버 정도는 이제 혼자 깔도록 합시다. 기본적으로 구글 드라이브는 좀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8. 행크핌박사(극강의 마이크로매니저)


내 픽셀 볼 시간에 당신 턱에 붙은 김 가루나 좀 어떻게 해봐요.



19. 갑분싸장인

부장님이 간만에 아재 개그 던지면서 친목을 도모해보고자 하는데 난데없이 “부장님, 그런 개그에 이제 젊은 사람들은 안 웃어요.”라고 자기주장 해버리면 이 분위기 어떡할 거야. 말을 하라는 회의 시간엔 한마디도 없다가 갑자기 이런 거에 존재감 부리는 부류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뜬금없는 갑분싸 발언을 당당하고 쿨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죠. 



20. 카이저소제


사실 범인은 그분입니다. 하지만 그분은 스리슬쩍 자리를 비우고 멀쩡한 걸음으로 흡연실로 사라지던가 또는 누군가를 자꾸 찌르며 ‘너도 같이했잖아!?’라는 말을 눈빛으로 외치기도 합니다. 아니면 아예 인격을 분리해 제삼자 입장에서 사건을 분석하기도 하죠. 자꾸 자기 잘못을 회피하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사람은 가까이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불똥이 언제 나에게 튈지도 모르거든요.



21. 난… ㄱ ㅏ끔… 눈물을 흘린 ㄷ ㅏ…


회사에서 눈물은 무기가 아닙니다.



22. 나랑 같이 일하면 힘들걸?

종종 이런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마치 군대 시절 조교들의 “본 조교는 나쁜 사람 아닙니다. 하지만… ”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나는 엄청 깐깐하고 프로페셔널하니까 나랑 일하면 각오 좀 해야 할 거야…”는 뉘앙스로 하는 말이겠죠. 근데 그게 자랑일까요?…… 진짜 잘하는 분이라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편하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네요. 



23. 수증기

설마 이런 일이 싶겠지만, 실제로 출근 5시간 만에 가방 들고 사라져버린 신입이 있었습니다. 또는 전날 ‘퇴사하겠습니다.’ 문자로 보내놓고 죄다 차단해버리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24. 제임스 차장님


영어 이름을 쓰는 건 서로의 직급이나 상하 관계를 떠나서 자유로운 모두 발언을 가능케 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사실 꼭 영어 이름이 아니더라도 포켓몬 이름으로 부르든 리니지 닉네임으로 부르든 상관은 없습니다. 문제는 마인드죠. 사실 직급에 대한 어깨 뽕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봐요 제임스 이리 와서 엎드려뻗쳐요 빠따 맞게.
요즘 편한가 봐 존?

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거거든요.



25. 입기획자

아니 이렇게 저렇게 딱 정해서 이런 이런 거 쓰면 되잖아? 그걸 못해? 방향 잡아줬잖아.

입기획처럼 챡챡 모든 게 될 거면 전 내일 당장 달 탐사 계획 비딩도 따올 수 있습니다. 진심.



26. 열정꾼(feat.난꿈이있어요)

아이디어와 꿈과 열정, 목표, 가치만 외치는 사람은 조금 다른 의미로 힘든 상대입니다. 그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말과 역량이 일치하지 않으니 자꾸 뜬구름을 잡거나 실행이 불가능한 아이디어만 낸다거나 이런 식인데 모두가 구름 위에서 손잡고 뛰어놀 순 없잖아요. 누군가는 땅에 발붙이고 일을 해야 합니다. 보통 그 누군가는 여러분이 될 가능성이 높더라고요. 



27. 5년째 그만두고 싶은 분


매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시는 분이 있는데,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굉장히 힘 빠지게 만듭니다. 이게 한두 번이면 위로를 하든 맞장구를 치든 하겠는데 5년 내내 저러고 있으면 그건 고문이죠. 심지어 혼잣말도 아니고 계속 나에게 그만두고 싶다고 하소연을 하는 건 어쩌면 나보고 나가라는 의미의 반어법인지도 모르겠네요.



28. 친군 줄


협력업체에 보내는 메일에 자꾸 ‘ㅋㅋㅋㅋ’나 ‘안녕하세용~’ 이런 거 붙이면 안 됩니다.



29. 주말파괴자


금요일 오후 5시 40분에 포스터 새로 만들 거 있다고 해놓고 월요일 오전까지 받아볼 수 있겠냐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토요일 날 만들어 놓을 테니 일요일 오전에 나오셔서 결재해달라고 맞받아치고 싶습니다.



30. 생각해보니

생각해보니 말야, 조금 방향성이 다른 것 같아.

라고 일을 갈아엎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 경우는 주로 상급자겠죠. 그 생각은 왜 미리미리 안 들고 매번 거의 완성 단계에서 갑자기 방향성이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뭔가 드라마틱한 전개를 좋아하시는 듯합니다. 물론 실무자에겐 장르가 좀 달라지겠죠. 공포나… 고어물… 정도랄까요.


원문: 애프터모멘트 크리에이티브 랩의 브런치


  • 디자이너 사용설명서』 
  • 드디어 책을 완성해버렸드아아. ‘디자이너 사용설명서’」(책 제작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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