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모삼천지교는 '과학'이다?!
혹시 맹모삼천지교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중국의 위인 중 한 사람인,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 교육을 위해 3번 이사한 데서 나온 이야기죠. 이 이야기를 들은 후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그 이야기에 공감을 표하는 사람도 있지만 “맹자 어머니가 똑똑하고 열정이 있어서 맹자가 잘된 것 아닌가?”라고 반론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이 두 가지 가설(?) 중에 어떤 것이 더 맞는지, 궁금했는데 이 의문을 풀 ‘단서’를 제공해주는 책을 찾았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 『모두 거짓말을 한다』의 한 대목을 인용해보겠습니다. 참고로 이 책은 “2018년 올해의 책” 후보로 손색이 없다 생각합니다. ^^
데이터에서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첫째, 큰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베이비부머(1946~1964년에 태어난 7,400만 명)의 1,209명 중 한 명이 위키피디아에 오른 반면, 웨스트버지니아에서 태어난 베이비부머는 약 4,496명 중 한 명만 등재되었다.
특히 출생 카운티(한국의 ‘시’와 ‘군’에 해당되는 미국의 지역 분류)에 집중하면 결과는 더 놀랍다. 보스턴이 있는 매사추세츠 서퍽카운티 출신의 베이비 부머는 약 748명 중 한 명이 위키피디아에 올랐다. 일부 카운티의 성공 비율은 그보다 20배 낮았다.
- 209~210쪽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왜 ‘기회의 나라’인 미국에서 이렇듯 성공의 확률이 크게는 거의 20배 이상 차이 날까요? 이 책의 저자, 다비도위츠는 대학가의 존재에 주목합니다.
같은 나라인데도 거물을 훨씬 더 많이 배출하는 지역이 따로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해당 지역 거의 모두가 아래의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유전자 풀에도 분명 원인이 있을 것이다. 교수나 대학원생의 자녀는 총명한 경향이 있을 테니까.
- 210~211쪽
점점 재미를 더합니다. 그렇지만 다비도위치는 ‘유전자 풀’만으로는 거물의 출현을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대학촌의 성과는 지역 경계뿐 아니라 인종의 경계도 넘어선다. 체육 분야를 제외하면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지위는 미약하다. […] 하지만 인구가 1,950명이고 흑인 비율이 84%인 어느 작은 카운티는 많은 유명인을 길러냈다.
앨라바마주 매콘카운티에 태어난 1만 3천 명의 베이비부머 중 열다섯 명이 위키피디아에 등재되었다. 그중 열네 명이 부커 T. 워싱턴이 설립한 유서 깊은 대학 터스키기 대학교가 있는 작은 도시 터스키기에서 태어났다.
- 211~212쪽
인종과 분야를 넘어서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니 ‘맹자 어머님’은 대단한 탁견이 있었다 할 수 있습니다. 다비도위치는 ‘대학가’ 이외에 또 하나의 변수를 추가하면 더욱 영향력이 커진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인접한 대도시의 존재 유무입니다.
- 212~213쪽
책 읽으면서 이 ‘변수’는 저도 예상했습니다. 시장의 규모와 성공의 크기는 비례하니까요. 사람이 많이 사는 곳에서 사업이나 투자 등을 시작하면 성공할 때의 보상도 커지지 않겠습니까? 물론 새로운 혁신 산업의 초기 국면에 동참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입니다. 이상의 두 변수 이외에 또 중요한 변수는 없을까요? 이에 대해 다비도위치는 ‘이민자’의 비중이 아주 중요하다고 첨언합니다.
그러자 위키피디아 등재에 대한 강력한 예측 변수가 하나 더 드러났다. 태어난 카운티의 이민자 비율이 그것이다. 해당 지역에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비율이 높을수록 그 지역에서 태어난 어린이가 주목할만한 성공을 거두는 비율이 높아진다. […] 특히 이민자들의 자녀가 직접적으로 그 숫자의 증가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213쪽
왜 미국이 세계적인 강대국이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많습니다. 일단 좋은 대학이 많았고, 또 인구가 이민 등으로 급증하면서 대도시를 만들었으며, 뛰어난 이민자들이 유입되며 경제 전체에 인재풀을 공급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혹시 ‘영향력이 없는’ 변수는 없을까요?
놀랍게도 각 주에서 교육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는가였다. 도시에 사는 주민의 비율이 비슷한 경우, 주 차원의 교육비 지출은 유명한 작가나 예술가, 혹은 비즈니스 리더를 키워내는 데 거의 영향이 없었다.
- 214쪽
결국 중요한 것은 ‘환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부가 직접 교육에 투입하는 것은 그렇게 효과가 없는 반면 경쟁을 촉진하고 또 대학의 수준이 올라가도록 유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물론 이상의 이야기는 미국 이야기입니다. 주마다 독립국가 비슷하게 운영되며, 또 다양한 환경이 사람들을 다른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하는 거대한 대륙 국가의 사례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참고는 할 수 있죠.
교육이나 정치적인 방향성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무서운 진실을 파헤친다는 측면에서 이 책은 일독의 가치가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즐거운 독서, 행복한 인생 되세요~
원문: 시장을 보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