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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농장에서 0원으로 한 달 살기

조회수 2018. 7. 26. 10: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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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공동체는 아니었다.
  • 국가: 모로코
  • 공동체: La Fluer de Vie
  • 웹사이트: 비공개
  • 체류 기간: 2016년 3월 / 3주

이곳은 어디인가?


모로코 북부, Fes에서 약 3시간가량 차량을 몰고 위쪽으로 더 올라가면 정말이지 여긴 어디묘…에 위치한 농장. 아는 사람이 안내해주지 않으면 대략 찾아갈 수 없음. 대중교통 없음. 택시를 3번 갈아타고 가야 함. 허허허. 약 3년 (2012-2013년에 시작되었다고 함) 정도 된 신생 농장이다.


왜 갔느뇨?


방문했던 모로코 농장들이 두 번 연속으로 실패하면서, 잠시 농장 방문에 대한 꿈을 살포시 접고, 나는 뭔가 여긴 어딘가 방황의 나날들을 보냈다. 그러다 이 농장은 이미 한 달 전에 연락을 해두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한번 더 농장을 시도해보자. (왜?)라는 생각에 찾아가게 되었다.

약 한 달간 마이 스위트홈이었음.

어떻게 알게 되었나? 


오로빌 인연! 모로코에 간다고 소문을 내자, 오로빌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운영하는 농장을 알게 되었다. 무려 2달 전에 이메일을 보내서 찾아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서 찾아가게 되었음. 영혼이 이래저래 다 털리면서 (생각했던 농장이 아니고, 몸은 점점 빙구가 되어가고, 농장이 뭔지, 나는 뭔지, 여긴 어디, 나는 누구를 외치기 시작할 때쯤) 도착하였음.


떠나는 길


정말 멀다. 맘을 단단히 먹고 가야 한다. 가는 차량이 무려 400디르함(약 40유로)라니! 도대체 어디 있는 겨! 할 때 도착한다.

농장 식구들. 사진은 항상 다들 해맑죠(…)

잠자는 곳 


잠자는 숙소 좋았다. 태국과 비슷한. 매우 basic living을 경험할 수 있다. 전기가 있는 것 빼고는 아무것도 없다. (응?) 와이파이 당연히 없고, 심지어 문을 닫는 순간 전화도 안 된다. 하하하. 농장 근처에 있는 모로코 로컬 사람들이 보통 사는 그런 집에 나 혼자 살았다. (잇힝-)


작은 집. 작은 정원. 따로 딸린 화장실. 처음에 봤을 때 눈에서 하트가 발사되었지. earth house라서 아늑하고. 처음에는 (처음에는!) 잠이 정말 정말 잘 왔다. 그러나 나는 역시 와이파이 펄슨인지라 전혀 네트워크가 없는 곳에 혼자 동그라니 잠을 자려니 어느 순간 나와의 대화 시간이 늘어나고… 눈물 좀 닦겠습니다.

나의 유일한 대화 상대. 양, 염소, 말, 당나귀…

화장실도 dry compost toilet이라서 용변을 보고 물이 아니라(모로코는 물이 귀합니다. 사막이니까요) 지푸라기를 휘리릭 뿌리면 된다. 냄새도 안 나고 깔끔하다. 샤워는 일주일에 한 번! (…) 물이 귀하니까요! 가스 불로 물을 데워서 조심조심 가져와서 조심조심 몸에다가 뿌렸다. 그때를 생각하니 참 다시 한번 뜨신 물의 위력을 새삼 떠올린다. 


그렇다. 물이 귀해서. 물이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지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당나귀랑 40분을 걸어가야 물을 길어올 수 있으니까…


먹는 거


모로코에서 먹었던 수많은 (?) 음식 중에 2번째로 (rabat 다음) 맛있었다! 양도 많았다! 그니까 어찌 보면 최고임! 넉넉하게 아침/점심/저녁 잘 챙겨 먹음. ㅎㅏ. 사하라 사막에서 배고파서 울다가 갔었기 때문에 감동이 아닐 수 없었다.


아침엔 빵, 차, 오믈렛, 토마토 간 거, 치즈, 올리브, 그것도 여기서 직접 수확한 정말 겁네 맛난 올리브 쳐묵쳐묵 하고 점심엔 렌틸콩이나 타진이랑 빵, 저녁엔 고기가 듬뿍듬뿍 들어간 타진이랑 빵. 히죽. 하하하. 설명하는 이 순간에도 침을 꿀꺽 삼키게 되는구나! 하!

생긴 것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하아…

우리가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하는 분이 대신 요리해주시고, 설거지도 해주심. 그저 나는 와서 넙죽넙죽 먹으면 됨. 난 공동체 체질인가보다. 누가 밥 해준 거 먹는 게 감사하긴 한데. 이렇게 누가 다 해주니까 참 기분이 그래… 다 같이 만들어 먹어야 제맛인뎅… 아직 self-sustainable 한 농장이 아닌지라, 대부분 작물은 일주일에 한 번 시내에 나가서 사 온 채소로 요리했다. 


교통수단


없다. 당나귀? 아 귀여운 당나귀!

귀여운 당나귀!

뭐 하고 사나


… 대부분 농사를 짓거나 집을 짓는다. 아마 다들 그런가 보오… 그러나… 나는 웹사이트를 만들어주는 조건으로 여기 왔다… 그게 내가 제대로 기여할 수 있는 재능인지라, 나는 결국 똥손… 힝. 그래서 하루하루 이렇게 보냈다. 

  • 아침 8시 반: 기상. 옷을 껴입고. 장화를 신고. 비가 당시에 많이 와서 장화를 꼭 신어야 했다. 어그적 어그적 걸어서 농장으로 나간다. (집에서 농장까지 걸어서 약 10분)
  • 9시 반-10시: 아침 식사. 다 같이 먹을 때도 있고, 혼자 먹을 때도 있고
  • 10시-12시: 오전 일하는 시간. 웹사이트를 만듭니다. 휘리리리리리
  • 12시-1시 반: 점심. 알아서 챙겨 먹고 약간 빈둥거림
아침 먹으면서 찍은 풍경. 닭이 호시탐탐 부엌에 들어오려고 노리고 있었음.
  • 1시 반-5시: 오후 일하는 시간. 이때는 animal care-taker인 Absylam한테 놀러 가서 당나귀랑, 양이랑, 소랑, 말이랑, 낙타들에게 밥 주는 일을 도왔음. 말이 전혀 안 통했지만 그래도 손발로 의사소통을 하며 뭔가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다.
  • 5시-7시: 대충 어물쩍거림. 비는 시간
  • 7시-9시: 저녁 먹고 집에 갑니다
  • 9시: 어물쩍거리다 집에서 취침.

한 달 살기 (3주) 비용


0원. 최초로 0원 농장이었음. 꺄! 웹사이트를 만들어주는 조건으로 농장을 찾아가게 되었고, 덕분에 감사하게도 모든 숙박과 음식을 제공받았다. 😀


그래서 어떠했나


단언컨대 말할 수 있다. 모로코 최고의 농장이었다고! 농장 규모도 매우 크고, 관리하는 분들과 일하시는 분들로 나뉘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현실적인 부분이었고, 무엇보다 관리하는 Nazik과 Olivier는 정말 너무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었으나…… 공동체는 아니었다. 베트남의 HEPA와 비슷한, 농부들을 위한 학교/교육시설에 가깝다고나 할까.


자원봉사자도 없고 guest는 나 혼자. 언어도 안 통하고(아라빅/불어만 가능), 점점 고립되고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동물들과 놀아보려고 해도. 계속 나의 역할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다가 ‘이제는 농장은 안 가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떠났다. 내가 찾던 건 ‘공동체’이지 ‘생태’ 나 ‘농장’ 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번 제대로 확인하게 되었다.

일하는 모습. 저기가 유일하게 인터넷이 되는 스팟이었다. (…)

너무 길게만 느껴졌던 하루, 이질적으로만 느껴지는 나의 존재, ‘이런 천혜의 자연과 환경 속에서 난 왜 겉도는 건가’에서 느껴지는 자괴감, 난 왜 여기에 있는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나는 왜 떠나온 건지, 난 결국 똥손이라서 농장은 못 가는 것인지(…), 아니 농장에 있는 걸 내가 진짜 좋아하긴 하는 건지!


수많은 질문을 던지면서 잠 못 이루고 헤매다가, 농장을 떠났다. 그리고 이게 마지막 농장 방문이었다. 


원문: Lynn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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