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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디바이스에 관한 잡념

조회수 2018. 5. 15.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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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디바이스는 과연 스마트해지는가

내 기억이 맞다면, 2003년쯤엔가부터 스마트 디바이스(Smart Device)라는 용어와 개념을 사용했던 것 같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스마트 디바이스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당시에는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 개념이 등장해서 ‘미래의 생활을 이렇게 바꿀 것이다’라는 식의 미래 라이프 스타일 관련 동영상이나 논문, 기사가 많이 나왔다.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럴듯한 것도 있었지만 다소 과장되거나 허무맹랑하게 보이는 것도 있었는데, 스마트 디바이스는 이 모든 것들을 해결해주는 마스터키 같은 역할이었다. 가령 ‘이런 것들을 과연 어떻게 구현할 것입니까?’라는 질문에 ‘미래의 스마트 디바이스로는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라고 답하는 식이었다.

우습게 보이는 그림이지만, 사실 자세히 보면 얼핏 현실화된 게 많다.

그로부터 지금이 약 15년 정도가 흘렀는데, 우리는 그 허무맹랑한 일을 할 스마트폰을 대부분 이미 가지고 생활한다. 그렇게 보면 ‘미래의 생활은 스마트 디바이스로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라는 한 연구가의 예측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스마트폰’이라는 말 대신에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이 결합한 전화기라는 뜻의 ‘컨버젼스폰’이라는 말을 널리 사용했다. 가령 MP3 플레이어와 전화기가 합쳐진 형태, 지금은 당연한 기능으로 여겨지는 카메라가 전화기에 합쳐진 형태 등.


이후 이메일, 인터넷 등의 기능이 추가되면서 지금 같은 스마트폰의 형태가 자리 잡아갔다. 제품과 브랜드에 따라 조금씩 편차가 있긴 하겠지만, 스마트폰은 ‘여러 가지 기능을 하나로 묶어서 사용자들의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똑똑한 제품’을 지향하는 것이 공통된 목적이었다.



과연…?

이런 (쓰잘데기없는) 것부터 상세히 가르쳐주는 자동차 매뉴얼

비록 스마트폰만큼 많은 기능을 제공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자동차가 구현하는 기능은 굉장히 섬세하며 다양하다. 위에 보이는 설명서의 두께를 보면 알겠지만 스마트폰보다 기능이 적은 자동차도 저만큼 두께의 설명서가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그 안에 설명서가 없다. 그만큼 사용하기 쉽다는 이야기일까? 


학습 곡선(Learning curve) 관점에서 보면 연령대가 젊을수록 스마트폰의 사용에 익숙해지는 시간은 짧아지지만 연령대가 높은 사용자 그룹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그들은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스마트한’ 기능을 제대로 다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익숙한 사용자의 설명이 없이는 특정 기능에 접근하기도 어렵다.


스마트폰의 목적이 ‘사용자들의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똑똑한 제품’이었는데,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조차 배우기 어렵다면 정작 그 똑똑한 제품은 무용지물이 되는 게 아닐까. 좀 더 과장해서 말하자면 ‘스마트하지 못한’ 사람들은 ‘스마트한’ 제품들을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어르신 스마트 과거시험’ 같은 것도 열린다(…)

사용성도 ‘스마트’해야 한다


최근의 스마트 디바이스는 이러한 ‘스마트하지 못한’ 부분에서 조금씩 탈피하기 시작했고, 그 방향으로 전통적인 제품의 형태로 돌아가려는 움직임도 많이 보인다. 한 예로 위의 아마존 대쉬(Amazon Dash Button)는 사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일상용품을 단지 버튼 한번 누르는 것으로 주문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걸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 과연 편리한가, 이 디자인이 과연 좋은 가에 대한 논의는 넘어가자. 어떻게 이런 기능이 구현되는지 기술에 관한 것들은 알 필요 없이 사용자는 그저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세탁 세제가 모자란 경우 위에 부착해둔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세제가 배달된다.

다른 예로 구글 홈(Google Home)이나 아마존 에코(Amazon Echo)는 복잡한 인터페이스 없이 오로지 사용자와 대화하면서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들려주거나 보여준다.


지금의 제품도 초창기 버전에 비하면 많은 기능을 제공해주는데 앞으로 머신러닝 및 인공지능 기술과 더욱 결합되고 사용자가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디자인 분야가 더 깊숙이 참여한다면 이러한 새로운 제품의 흐름은 앞으로의 스마트 디바이스의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기에 국내·외 큰 IT 회사는 이 생태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너도나도 비슷한 제품(때로는 많은 경우에는 필요 없는 혹은 과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집안의 모든 환경을 음성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구글 홈(Google Home)

지금은 많은 브랜드의 첨단 기술을 앞세운 여러 가지 제품이 좋은 사용성을 보여주진 못한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불필요한 액션을 사용자에게 요구하는 과정도 있고, 때로는 자연스러운 멘탈모델(Mental Model)에 어긋나는 제품이나 서비스도 존재한다. 


앞으로 스마트 디바이스의 발전 방향은 간결한 사용성(Simple-Use)의 사각지대에 놓인 많은 사용자에게 얼마나 간결하고 편리한 경험을 제공해 각자의 브랜드의 품 안으로 끌어들이느냐, 그리고 다양한 제품 간의 상호 의존 대화방식(Interdependent communication protocol)이 얼마나 유연한지 여부가 이 생태계의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원문: 히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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