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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언론사 세무감사를 청원하게 됐는가

언론이 항상 부르짖는 정의, 그걸 해보자는 의미다.
ㅍㅍㅅㅅ 작성일자2018.04.23. | 611 읽음

17년 전 일본 도쿄로 와서, 지금도 여기 살고 있는 네 아이의 아빠다. 기자도 해 봤고 책도 몇 권 냈으며 술집 마스터나 노가다도 뛰어봤다. 지금은 인테리어 업체의 대표다. 더불어민주당의 해외대의원을 2013년부터 해왔다. 나이는 만으로 42세. 군대는 오뚜기부대 조교로 26개월 만기 채우고 제대했다. 고향은 마산이고 위로는 누나가… 아, 쓰다 보니 참 구질구질하다. 독자들도 ‘이 사람 왜 일기를 쓰고 난리야’라고 생각한 거 다 안다.


그런데 이렇게 써야 한다. 언론사 세무감사를 요구한다는 청원을 청와대 웹사이트에 올렸기 때문이다. 내가 민주당 지지자인 걸 밝히지 않고 이 글을 올렸다간 나중에 혹시라도 “청와대, 민주당 대의원 시켜 언론사 세무감사 청원 낸 의혹… 청원이 짜고 치는 고스톱인가?” “청원 올린 민주당 대의원 페이스북엔 언론 원색적 비난 글 수천 개 발견돼” ”민주당 대의원 청원 알고 보니 조직적인 기획, 작전으로 달성된 것.” 등등의 기사가 나올지도 모른다.


물론 안 쓸 가능성이 더 크다. 하지만 쓸지도 모른다. 가능성이 한없이 제로에 수렴한다 하더라도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 독재정권 치하도 아닌데 그런 걱정을 해야 한다. 이유는 드루킹 보도 때문이다. 하루에 수백 개씩 나오는 그 보도를 보면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고 의혹이 있으면 우선 내보는 게 언론의 사명처럼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도 투명하게 내 신분을 먼저 밝히는 것이다. 의혹 가지지 마시라고 말이다.

드루킹 사건에 휘말린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

출처 : ytn

아참, 독자들도 이 글은 오래된 민주당 지지자의 청와대 청원에 관한 글이라는 걸 베이스에 깔고 읽으시길 바란다. 4월 22일 정오에 내가 청와대 웹사이트에 올린 청원 개요는 다음과 같다. 

언론사의 정기 세무감사는 보통 5년에 한 번씩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그 실체와 현황을 찾아본 결과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도 2017년 12월 한겨레신문사에 대한 정기 세무감사가 한 번 있었습니다.

사회의 공기라 자칭하는 언론사일수록 내부의 회계 및 자금유통이 투명해야 함은 상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세무감사를 하자, 언론탄압을 하자 그런 말이 아닙니다. 보통의 중견기업이 5년마다 받는 정기 세무감사가 언론사에 대해서는 그 기준이 모호해지는 것, 불평등하지 않습니까?

기회는 공정해야 합니다. 세무조사 받을 기회도 공정하게 부여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에 ‘언론사 정기 세무감사’를 청원합니다.

이 청원을 올리기 된 계기는 문득 ‘의혹이 있다는 사실’을 팩트라고 보도하는 언론사들이 과연 의혹이 없을까, 즉 깨끗하고 투명한가 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아봤다. 찾아보니 없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에는 세무감사가 한 번도 없었고 인터넷에 걸리는 것들은 김대중 정권 시절의 세무조사 관련 난타전(이랄까 아무튼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김대중 정권을 미친 듯이 까는 기사들)이거나 노무현 정부 때 세무조사를 하려고 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 뭐 그런 글만 걸렸다.


아, 이게 언론사는 세무조사를 면제받는 건가 했는데 아니었다. 2017년 12월 한겨레신문사가 국세청의 세무감사를 받았다는 뉴스가 미디어오늘에 실려 있었다.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언론사 역시 보통 일반 중견기업과 마찬가지로 5년에 한번 있는 정기 세무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적혀 있다. 한겨레의 전례가 있으면 다른 신문사도 받아야 할 텐데 내 검색의 한계인지 몰라도 그런 뉴스가 하나도 안 걸린다. 검색되는 건 전부 김대중, 노무현 시절의 아주 오래된 것들밖에 없다. 아니면 언론사 스스로가 낸 결산서나 영업이익 보고서 정도가 전부다.


그렇다면 국세청은 다른 기업은 다 하면서 언론기업에 대해서는 관행인지 특혜인지 몰라도 어쨌든 세무감사를 안 해왔다는 의미가 된다. 적어도 10년간은 말이다. 실제로는 더 길지 모르겠다. 언론사는 그 특성상 비상장이다. 하지만 일단은 주식회사다. 조선일보는 ‘주식회사 조선일보사’다. 동아일보도, 중앙일보도 다 마찬가지다. 비상장 주식회사에 1년에 영업이익을 몇십억에서 몇백억씩 달성하는 기업이 적어도 10년 이상 세무감사를 안 받았다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흔히 언론을 사회의 공기라고 말한다. 그 공기가 깨끗해야 사회도 깨끗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터를 한 번씩 바꿔줘야 한다. 그 필터 역할을 할 계기로 세무감사를 정확하게 제대로 실시하는 게 문재인 정부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는 사명에도 부합한다.


세무조사 받을 기회를 평등히 부여하고 공정하게 감사를 실시해 사회를 더욱더 정의롭게 만들어 보자. 언론이 항상 부르짖는 게 정의 아니던가? 그걸 한번 해보자 뭐 그런 의미다. 꼭 청원자 20만 명 돌파해서 청와대의 입장발표도 들어보고 국세청의 방만함도 꼬집어주고 그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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