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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효과'는 과연 실존할까?

조회수 2018. 4. 13.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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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동네 인근의 스타벅스에서 썼다.

스타벅스 효과의 두 가지 가능성


스타벅스 효과(Starbucks Effect)라는 것이 있다. 스타벅스가 입점한 건물과 주변 지역의 가치가 스타벅스의 집객 효과 때문에 엄청나게 뛴다는 것이다. 조금 더 깔끔하게 정리하자면 스타벅스가 일종의 키 테넌트가 되어서 건물과 지역의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건물주들은 너도나도 스타벅스의 입점을 유치하려고 경쟁이 치열하다.


개인적으로 이 스타벅스 효과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스타벅스의 입점 전략에 있다. 스타벅스의 입점 전략은 속칭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로 핵심 상권이나 주요 상권에 점포를 집중해 해당 지역을 장악하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스타벅스는 애초에 될만한 곳에만 들어간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사실상 일상재를 파는 공간이다. 스타벅스가 없었을 땐 그 지역에 구매력을 뿌리지 않는 사람들이 스타벅스가 생겼다고 갑자기 주변 지역에 구매력을 뿌리고 다닐까? 그렇다면 스타벅스가 입점한 곳의 건물과 주변 지역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스타벅스가 장사를 매우 잘해서 많은 임대료를 지불해 상가 가치가 상승하는 경우. 익히 알려졌다시피 스타벅스의 임대계약에는 매출의 일정 비율을 임대료로 지불하는 조항이 있어서 스타벅스가 영업을 잘하면 할수록 수입으로 거두는 임대료도 올라간다. 스타벅스의 점포당 평균 매출은 연 10억으로 경쟁사의 2-4배 정도로 알려졌는데, 이것은 스타벅스를 유치할 경우 더 높은 임대료를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상업 부동산 건물의 가치평가에는 임대료 수입이 핵심적 요소로 쓰인다. 그렇기에 임대료 수입이 상승할수록 건물의 가치 또한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스타벅스는 이런 임대계약 구조와 다른 곳보다 뛰어난 영업 능력 때문에 더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고 이는 결국 스타벅스가 임차해 있는 건물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상승은 그저 스타벅스가 장사를 잘한 덕분이며 해당 건물로만 한정되어야지 주변 지역이 동반 상승 혜택을 본다는 부수적 효과에 의문이 갈 수밖에 없다.


둘째, 스타벅스 입점 지역의 가치평가가 잘못된 경우.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스타벅스의 입점 전략은 구매력과 소비력이 좋은 곳의 중심지에 입점해 해당 지역을 장악하는 데 있다. 그렇기에 스타벅스가 입점하는 곳은 애초에 좋은 지역이거나 잠재력이 뛰어난 곳이라 볼 수 있다. 스타벅스는 낙후된 곳에 들어가지 않는다.


특정 지역이 스타벅스가 입점하는 것으로 인해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걸 뒤집어 이야기하면 그 지역의 가치평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중심지와 핵심지의 가격 상승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스타벅스가 입점하는 지역이 바로 그런 지역이므로 다른 방향에서 보자면 많이 오르는 지역에 들어가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론 두 경우가 혼재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두 케이스 다 기존의 가치평가에 의문을 제기할만한 현상이다. 그저 스타벅스가 장사를 잘하는 것이라면 주변 지역이 오를 이유는 없다. 스타벅스의 점포 수가 1,000개가 넘는 현재 스타벅스는 전혀 새롭지 않다. 이러한 스타벅스가 주변 지역의 상점 매출을 끌어 올려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는 다소 어렵다.


그리고 스타벅스의 입점 전에 가치평가가 잘못된 케이스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또한 번화한 지역에 입점한 효과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더 잘 오르는 경우를 가지고 스타벅스 효과라 판단한다면 그것은 그 지역 당사자들의 밸류에이션 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하다는 증빙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이 되었건 스타벅스가 입점하면 건물과 지역의 가치가 오를 거라고 하는 기대는 잘못된 기대다. 스타벅스는 자신의 매출을 극대화할 번화가 중심지에 들어서며 그러한 곳은 주변보다 상승률이 좋을 뿐이다. 이것이야말로 인과관계를 착각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스타벅스 효과를 유령이라고 여긴다. 스타벅스 효과를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상업 부동산이라는 시장에 얼마나 잘못된 밸류에이션이 넘쳐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이 시장은 유령이 돌아다니는 시장인지도 모르겠다.



순환논리 오류의 가능성


스타벅스 효과란 표현이 본격화한 것은 부동산 리서치 그룹인 질로(Zillow)가 발표한 자료 덕분이다. 1997년부터 2013년까지의 주택 가격을 조사한 결과 스타벅스로부터 1/4마일(약 402미터) 이내에 위치한 주택가격은 96% 상승한 반면 다른 지역은 65% 상승하는 데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후 ‘스타벅스가 입점하면 주변 지역이 뜬다’는 식으로 무수히 재인용된 이 자료에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스타벅스의 부동산 입지 전략이 매우 훌륭한 결과일 가능성은?

포브스와 하워드 슐츠의 인터뷰를 통해 알려졌다시피 스타벅스의 타깃 고객은 20-30대, 고소득, 전문직, 대졸자다. 해당 기간 스타벅스의 주요 타깃층은 1970-1990년대생, 속칭 ‘밀레니얼 세대’를 핵심으로 포함한다. 이 세대는 그들의 윗세대와 모든 것이 다르다. 부모세대와 그 아래 세대까지가 도심 외곽의 교외 주거지를 원했다면 이들은 유흥이 충족되는 편한 도심 주거를 희망한다. 


때는 1993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마침 권한 부여 영역 프로그램(Empowerment Zone Program)이 시행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주요 대도시의 낙후된 지역을 재개발하고 지역의 민간 투자와 고용 장려를 목적으로 했다. 대표 수혜지역이 바로 할렘으로, 도심의 낙후된 우범지역에서 뉴욕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 중 하나로 거듭난다.


공교롭게도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주거지가 바로 이런 지역이다. 스타벅스가 입점할 정도로 발달하고, 안정된 상권을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400m)의 입지조건을 갖춘 도시 지역. 게다가 미국 20-30대 고소득 대졸자가 주로 거주하길 희망하는 곳이라면 다른 지역보다 입지조건이 우월하기에 상승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엔리코 모레티는 『직업의 지리학』에서 고학력 거주자들이 밀집한 지역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평균 임금이 높고 생산성이 높으며 그만큼 주거 비용도 높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20-30대 고학력자들의 활동지역은 핵심지로서 다른 지역보다 부동산 가치도 높을 수밖에 없다.


만약 스타벅스가 인근 주택의 가격을 부스팅 하는 재료라면 스타벅스의 존재가 인근에 20-30대 고학력층을 밀집하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알다시피 스타벅스는 20-30대 고학력층이 몰리는 곳에 입점하는 것이지 스타벅스 점포의 존재가 20-30대 고학력층을 그 주변에 살게 만들진 않는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질로의 스타벅스 연구에 허점이 있다고 여긴다.

출처: Quartz

질로 측에서는 좀 더 직접적인 스타벅스 효과를 드러내기 위해 던킨도넛 인근 지역의 데이터도 조사해서 발표한다. 그 결과 동일 기간 동안 던킨도넛 인근 지역은 80% 상승으로 스타벅스 인근 지역보다 상승률이 낮았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한다. 이것을 보면 스타벅스 효과가 실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함정이 있다. 


첫째, 스타벅스와 던킨 도넛의 타깃 고객층이 다르다는 점이다. 20-30대 고소득 고학력층이 스타벅스의 타깃이라면 던킨 도넛의 타깃은 고소득 코카시언 시니어층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주택 입지와 시니어 세대의 선호 주택 입지가 다르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를 동등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


둘째, 비교 시점의 문제다. 만약 비교 시점을 주택 고점기인 2007년 4월로 둘 경우 스타벅스와 던킨 도넛 인근 지역의 상승률은 139%, 136%로 사실상 차이가 없어진다. 그리고 저점인 2012년 1월을 기준으로 두면 67%, 70%로 오히려 스타벅스 입점 지역이 더 많이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비교 시점인 2013년은 회복기로 스타벅스 입점 인근 지역 97년 대비 96%와 던킨 도넛의 80%는 스타벅스 인근 지역의 회복이 더 빠르다는 것을 드러낼 뿐 스타벅스가 입점한 곳은 가격이 더 잘 오른다는 주장을 하기엔 무리가 크다. 그렇기에 나는 질로의 ‘스타벅스 효과’는 기각되어야 할 효과라 보는 것이다.


국내에서의 스타벅스 효과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임대료는 상가 소유자 혹은 운영자가 결정하고 임차인에게 통보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임대료를 결정하는 소유자 혹은 운영자도 있으나 이들은 사실 소수고 다수는 감과 기대를 선반영하여 가격을 매긴다. 그렇기에 스타벅스가 입점했을 때 주변 지역의 임대료가 오르는 현상은 엄밀한 분석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단 지역 임대인들과 중개인들의 일방적인 기대를 반영한 효과라 보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외부에서 유동인구를 유입하는 존재가 아니다. 지역 내의 유동을 정돈하는 효과는 있다고 본다. 그것은 스타벅스야말로 우리가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는 확실한 브랜드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 부분 때문에 그 지역이 살아나는 경우도 있지만 반례로 그 지역에서 스타벅스만 혼자 잘 되는 경우를 목격하기도 한다. 


스타벅스 효과는 어쩌면 일종의 순환논리 오류일지도 모른다. 스타벅스가 입점하고 그 인근 지역의 임대인들이 스타벅스란 브랜드 효과를 기대하고 임대료를 올렸다고 하자. 그렇다면 바로 그 사례가 없던 스타벅스 효과를 만드는 셈이다. 그런 사례가 이후에 다른 지역에서도 또 다른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순환논리가 되는 것이다.


내가 스타벅스 효과를 긍정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스타벅스 효과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착각이자 순환논리의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고 여긴다.

덧붙임 

  1. 이 글은 스타벅스를 무시한다거나 폄하하는 글이 아니다.
  2. 이 글은 동네 인근의 스타벅스에서 쓰는 글이다.
  3. 스타벅스가 들어서서 주변 지역이 오르는 것이 허상이라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스타벅스의 입점이 그 주변 지역의 소비자 구성에 대한 하나의 시그널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원문: Second 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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