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살려내고 오늘을 기록하는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 '기억발전소'
오래된 짐을 정리하다 우연히 발견한 몇 장의 사진 앞에서 순간 얼어붙을 때가 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 그 순간을 떠올리며 피식 웃기도 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떨구기도 합니다. 전화를 걸어 그리운 목소리를 다시 불러내기도 하죠.
사진이란 참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기억을 되살려내는 힘이요. 기억은 한 사람의 개인사기도 하지만 그것들이 모이고 정리되면 동시대의 역사로 가치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 ‘기억발전소’는 “기억한다는 것은 곧 사는 것이다”라는 비전이 있습니다.
기억발전소는 변화된 과거와 현재의 기록을 아카이빙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자원을 만들어냅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시민청 시티갤러리에서는 지역주민과 작가, 마을공동체 등이 자발적으로 발행한 자료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마을 아카이브전’이 열렸습니다.
이미 사라졌거나 혹은 사라질 위기에 놓인 공간과 이야기들이 이 전시를 통해 되살아났습니다. 기억발전소는 이 전시를 위해 약 300여 종의 자료를 수집하고 관련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이 전시회는 예상 밖으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어 일주일이나 연장됐습니다. 이 내용 중 일부는 ‘기록으로 보는 마을 공동체 이야기’란 책자로도 발간됐습니다.
기억의 가치 재발견
기억발전소는 사진을 중심으로 개인사와 생활사를 아카이빙합니다. 아카이브의 사전적 의미는 수집하고 보존 또는 복원하는 일을 말합니다.
4년 동안 자서전 100권 이상 출간
기억발전소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기억의 가치를 전파합니다. 50플러스 재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시니어들의 기억과 경험을 남기는 작업을 4년째 이어오며 ‘기억의 지도’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50플러스 세대들의 지나온 이야기들을 담은 책자를 100권 이상 출간했습니다.
원하숙 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사진첩을 벌써 2권이나 연달아 냈습니다.
자서전을 쓰고 싶은 이유도 각양각색입니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의 옛 모습을 기억하고 싶은 70대의 딸, 30년 동안 고생한 아내한테 결혼기념일 선물로 주기 위해 한 장 한 장 사진을 붙이고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남편처럼 말이죠.
기억의 지도가 알음알음 소문나면서 개인사는 물론 단체들도 관심을 보입니다. 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들은 스스로 삶을 돌아보고 활동기를 정리해 인생 사진첩을 만들었습니다.
잊히면 안 될 소중한 기억을 붙들다
기억발전소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무엇보다 국가폭력 희생자, 시니어, 다문화가정 등 이른바 취약계층의 기억과 경험을 담아내는 일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기억발전소는 최근 제주도에서 두 가지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가폭력 희생자들의 실상을 알리는 기억의 공간 ‘제주 터무늬’ 프로젝트와 ‘대정읍 마을 박물관’ 건립 사업입니다.
지난해 제주에 사는 한 국가폭력 희생자 어르신이 30년 만에 국가로부터 받은 배상금을 공공의 공간을 만드는 데 쓰고 싶다고 내놓았습니다. 기억발전소는 비영리 인권단체 ‘지금 여기에’와 함께 이 공간을 어떻게 살려낼지 고민하고 있지요.
기억발전소의 영어식 이름은 메모리 플랜트(Memory Plant)입니다. 기억과 함께 자라는 식물이란 뜻이죠.
기억발전소가 사람들로부터 기억되고 싶은 자신들의 모습입니다.
원문: 이로운넷 / 필자: 백선기 / 사진: 이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