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을 인턴답게: 국회에 인턴을 위한 입법은 없다

조회수 2020. 12. 24. 17:28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국회부터 이러니 공공기관이나 민간은 어떻겠는가?
출처: 한국일보

‘여의도 대나무숲’이라는 국회 직원의 익명 투고 페이지가 있다. 주로 인턴이나 행정비서가 글을 많이 올린다. 제일 차별 받기 때문이다. 인턴의 경우 비서관급 이상 보좌진들이 무책임하게 일을 떠넘기는 상황과 결국 계약이 종료되거나 인턴으로서의 경험을 별로 쌓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글을 올리고, 절대다수가 여성인 행정비서는 설거지가 마치 고유의 담당 업무인 것처럼 대하는 선임자의 태도나 성희롱 등 성 역할 편견으로 불만을 표출한다.


가끔씩 국회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싶은데 뭘 배우고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지 묻는다. 이 질문부터 대부분 문제의식 없이 대답하는 사람이 다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인턴은 직업 탐색 영역이므로 뭘 배워서 가는 직급이 아니다. 인턴이라는 직종은 졸업자에게 남용되는데 사실은 졸업예정자만 대상으로 선발해 4개월에서 6개월간 교육 후 다시 내보내는 것이 원칙이다. 유급 인력이라는 것은 교육 기간 동안 실무를 일정 부분 맡아서 하니까 급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체로 포토샵이나 프리미어 등 사진 및 영상 편집 기술, 소셜미디어 홍보 역량을 강조한다. 인턴에게 말이다. 채용 공고에는 포트폴리오를 요구한다. 이게 인턴이라는 개념 속에 포함할 요구사항(스펙)인지 참 난감하다. 심지어 국회 경험이 있는 인턴을 원한다거나 인턴 경력이 있는 인턴을 요구사항으로 기입하는 의원실도 있다. 정말 무개념의 극치며 한심하기 짝이 없는 공고문이다.


나는 근원적으로 인턴이나 의원실 내부 인력 콘텐츠 제작 자체를 요구하는 것에 회의적이다. 어차피 콘텐츠의 균질성은 대체로 다 떨어지는 수준이고 포맷도 유사하기 때문에 ‘굳이 그것을 국회 의원실 내부 인력으로 생산하는 것이 효율적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실제 그 업무를 맡은 직원의 미래를 생각해보자. 국회의 핵심 업무는 상임위 활동, 민원 해결 능력, 세미나 개최 및 기획 능력을 포함한 입법 활동 등 실질적으로 입법부 공식 기록에 남을 업무다. 입법부나 국회 사무처-법제처에 기록되지 않는 업무는 부수적 업무다.

출처: SBS

영상 콘텐츠 제작이나 사진 콘텐츠 제작은 사실 질적인 측면에서도 아웃소싱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 업무를 담당한 인턴이 이후 7~9급 비서로 올라갈 때는 자기 노하우를 모두 내려놓고 또 새로운 업무를 맡아서 처리해야 한다. 기업으로 치면 홍보부에서 일하다가 대외협력 혹은 기획 등으로 보직을 변환하는 건데 인턴이라는 교육 기간이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기업처럼 근속년수가 6~7년 정도면 그나마 보직 변환으로 다양한 경험 축적이라는 것을 생각해보겠지만 고작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무언가 결판 낸다는 것은 애초에 한 인적 자원을 관리하는 차원에서도 꽤 무책임한 짓이다. 이 경력과 포트폴리오로는 다른 곳 취업도 어렵다.


결과적으로는 돌려쓰기 정도만 남는다. 각 의원실별로 홍보 역량을 갖춘 인턴과 콘텐츠 제작 능력을 갖춘 인턴을 찾는데, 애초에 인턴으로 들어온 인적 자원을 먼 훗날의 권리당원 혹은 정치인이 될 당의 주요 인적 자원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것이 인턴 특유의 실무 교육이라는 것을 넘어서는 주요 실무 분야라면 당에서 콘텐츠 제작 부처를 설립하고 의원의 특별 당비 납부를 통해 일정 횟수 아웃소싱이 가능한 회사 형태로 키우면 된다. 당연히 진짜 홍보 및 디자이너 출신이 있으면 같은 비용이라도 더 빠르고 퀄리티 있는 결과물을 내놓는다. 전문적인 커리어이므로 그 인적 자원이 다음 선거 혹은 완전히 다른 민간기업으로 이직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국회 의원실에서 카드 뉴스, 홍보 포스터 제작한 포트폴리오로 민간 회사에 취직? 쉽지 않다. 그 개인 한 사람에게 허송세월이라는 말이다. 결국에는 국회 의원실에서 성장하거나 해야 하는데 여기서도 벌써 계층 분화가 이뤄진다. 실제 국회 의정 경험을 통해 키울 인재는 애초에 정규직 형태로 선발(5~7급)하고 기본 요구사항을 변호사로 한정 짓는 등의 움직임이 보인다.

그런데 어디 정치 영역이 특정 지식으로 커버가 되는 영역이던가?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입법부라고 하니 법률 전문가가 잘하겠거니 하는 편견이 있다. 심지어 의원과 선임 보좌진도 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결국 인턴으로 들어온 자원들은 그 이상 승진이라는 것을 기대할 수 없이 쫓겨나는 형태가 된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당의 차기 인적 자원을 관리하는 데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 그들은 알지 못한다. 


이 코스가 정형화되면 결국 국회 인턴은 다른 민간 기업을 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지 정치 영역에서 인적 자원의 코스가 아니게 되는 상황이 된다. 유인이 없으니 실제 좋은 인재도 들어오지 않는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지금 기성 의원은 자신들의 고유한 의정 업무 외 차기 정치인 양성이라는 분야는 거의 기만적으로 방치한다.


민간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인턴이라는 개념을 굉장히 착취적 성격으로 왜곡하고 남용한다. 실무 인력 양성으로서도 제대로 된 직무를 제공하지도 않고, 제대로 된 교육이나 커리어 관리 측면에서도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그러니 공공기관이나 민간 영역에서도 인턴을 빙자해 1년씩 사용한 후 퇴직시킨다. 바로 국회가 이런다.


사실 인턴이나 수습을 빙자한 노동 착취는 입법으로 방지하려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표준 근로계약서와 인턴의 개념을 법제화하면 될 일이다. 무급 교육 인턴이라면 직무 교육 범위의 한계에 관해서 법률적 기술이 가능하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출처: 뉴스1

지난해 콜센터에서 인턴 교육을 받다가 자살한 고등학생이 있다. 실무 교육 중에 폭언, 성희롱 등의 피해를 본 사람이 점점 많이 생겨난다. 저성장 시대에 사람을 이렇게 함부로 관리해서 되겠느냐는 자성적 태도는 없다. 우리 당은 더 치명적이다. 주 지지층이 바로 20~40대인데, 이런 태도로 사람 관리할 때 어떤 역풍을 맞을지 생각해보라.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