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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쿨 저팬’의 이면: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어두운 현실

정책의 수혜자에서 착취의 온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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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에서는 2002년부터 ‘쿨 저팬(Cool Japan)’이라는 슬로건 하에 일본을 대표하는 콘텐츠 산업 분야를 중점적으로 강화하는 범국가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하게 표출되기 시작했다.

2012년에 발족한 ‘쿨 저팬’의 공식 로고

이는 영화, 대중음악,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일본의 콘텐츠 산업에 국가가 전면적으로 나서서 지원해 문화산업의 국내외 진출을 확장하며, 시장규모를 늘리고, 인재를 양성하고, 지적재산의 보호와 활용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관민합동 프로젝트의 출현을 야기했다. 


실제로 2012년 2차 아베 신조 내각 성립 이후 ‘쿨 저팬’ 담당 장관직을 새로이 설립하는 등 정부가 직접 콘텐츠 산업 육성에 뛰어드는 이른바 관민합동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마리오 코스프레를 한 것도 ‘쿨 저팬’ 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그 혜택을 가장 톡톡히 받은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강력한 개입으로 인해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은 전례에 없을 정도로 큰 매출을 기록하며 그 규모를 매년 갱신했다. 


라이트 노벨이나 만화, 웹 소설을 기반으로 탄생하는 애니메이션 작품뿐 아니라 오리지널 프로젝트 애니메이션 작품들의 제작 수가 상당히 늘어났다. 여기에 해외 시장의 요구에 맞추어 넷플릭스(Netflix)나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 등의 VOD 서비스를 통한 공급 사례도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동화협회(一般社団法人日本動画協会)의 2016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9년경 1조 2,500억 엔 규모 정도로 추산되었던 일본의 애니메이션 시장규모는 2015년에 이르러 1조 8,200억 엔으로 성장했고 2018년에는 가볍게 2조 엔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一般社団法人日本動画協会 (2016) 『アニメ産業レポート2016』

일본의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프라모델이나 캐릭터 굿즈, 피겨 등의 이른바 상품화 콘텐츠, 방송국의 매출, 그리고 DVD나 BD등의 ‘패키지’ 판매에 의한 것들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이 나중에 설명할 ‘제작위원회’에 의해 분배되는 형식을 취한다. 

출처一般社団法人日本動画協会 (2016) 『アニメ産業レポート2016』

하지만 2002년경에 전체 수익의 18%를 차지하던 패키지 시장은 2016년 7%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감소했다. TV 방영으로 얻었던 수익은 물론 상품화 콘텐츠 역시 60%에서 47%로 감소했다. 

출처一般社団法人日本動画協会 (2016) 『アニメ産業レポート2016』

반면 애니메이션 성우나 제작자와 관객이 만나 토론하거나 관련 상품 및 제작에 사용된 샘플 등을 전시하는 이벤트 등 종래에는 없었던 라이브 콘텐츠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또한 패키지 시장의 감소와 함께 디지털 콘텐츠 분야가 증가했으며 아직은 미비하지만 VOD 서비스 또한 소폭 증가했다. 


특히 VOD 서비스는 TV 방영에 그치지 않았다. 전 세계 약 1억 명이 넘는 가입자 수로도 유명한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에서 동시 방영을 하거나 아예 VOD 서비스에서만 방영하는 작품들이 늘어났다. 이에 대한 유저들의 평가 또한 상당히 긍정적이다. 매년 제작되는 애니메이션 작품의 수 또한 증가하며 연간 제작되는 작품의 수는 가볍게 400개를 넘는다.


제작사도 늘어났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태동기라 말할 수 있는 1960년대에 고작 9개 업체가 존재했다면 현재는 230개 업체가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 이 중 137개 업체는 2000년대 이후에 설립된 업체들이며, ‘쿨 저팬’ 정책이 시작된 이래 설립된 업체는 56개에 달한다. 이렇게만 보면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상당한 호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현실을 들여다보기 이전에, 일본의 독특한 애니메이션 제작환경 및 제작회사의 역할을 잠시 들여다보도록 하자. 일본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과정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다소 특이한데, 앞서 짧게 언급한 ‘제작위원회’라 불리는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애니메이션 〈4월은 너의 거짓말〉의 엔딩 크레딧에 나타난 제작위원회

일반적인 문화 콘텐츠 중에서도 노동 집약성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작품이 흥행하면 많은 이익을 남기지만 실패했을 경우 다른 콘텐츠에 비해 리스크가 더 많은 것이 현실.


이런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제작위원회’ 방식으로, 여러 회사가 스폰서를 맡아 공동으로 투자하고 이득을 투자 비율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다. 물론 손실 또한 투자 비율에 따라 배분한다. 

일본에서 최초로 ‘제작위원회’방식으로 제작된 극장판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980년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아키라〉가 제작위원회 방식으로 제작되었고 이후 1992년부터 방영된 〈무책임함장 테일러〉 시리즈를 같은 방식으로 제작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에 이 방식이 정착했다. 이 방식은 특히 앞서 언급한 상품화 콘텐츠 시장에 어마어마한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1991년 900억 엔 정도 규모였던 애니메이션 관련 상품화 콘텐츠 시장은 2003년에 이르러 3,400억 엔의 규모를 가진 시장으로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드라마나 실사 영화, 뮤지컬 같은 장르들도 이런 제작방식을 도입했고 여전히 답습 중이다. 국내에서도 TV 드라마가 이런 방식으로 제작이 이루어진다.

제작위원회 방식으로 제작된 극장판 애니메이션 〈아키라〉

제작위원회 방식의 장점은 바로 스폰서가 되는 기업들이 하나의 작품에 대한 투자를 경감시킬 수 있어 더욱 다양하고 많은 작품에 자금을 대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TV 애니메이션의 경우 방송사가 제작위원회로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전파 사용료에 대한 부담도 없어진다. 제작사는 영상을 제작하기 위한 비용의 조달이 편리해지기에 상대적으로 손해를 덜 보며, 작품이 흥행에 실패해 스폰서가 이탈하더라도 커다란 타격을 받지는 않는다. 


이렇게만 보면 상당히 이상적인 제작방식인 듯 보이지만, 애니메이션 제작회사들은 자체 제작이 가능할 정도로 규모가 큰 업체를 제외하면 제작 실무를 담당해도 실제 제작물의 권리와 책임을 가지지 못한다. 모든 작품은 어디까지나 투자를 한 ‘스폰서’들이 나누어 가지는 것이니까.

제작위원회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언급하는 〈무책임함정 타일러〉 시리즈

애니메이션 콘텐츠 하나만 가지고 이야기하자면 일반적으로 출판사, 광고 대행사, 방송사, 음반사, 완구업체, 배급사 등이 모여 작품 제작을 발의해 출자를 받고, 각각의 지분의 크기에 따라 권리와 책임을 나누어 가진 후, 원청업체에 제작을 의뢰한다. 그리고 원청업체는 원작자, 혹은 각본가, 감독 등과 함께 작품의 설정을 확정한다. 


자체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진 큰 회사의 경우 작품의 발의 및 출자를 받는 시점에서 다른 투자업체와 함께 제작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런 규모의 일본 업체는 230개 업체들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적은 편이다.


이러다 보니 대부분의 업체들은 자사에서 제작하는 부분을 제외한 제작물을 하청 업체나 음향 제작업체, 원화 및 동화나 CG 등에 특화된 업체들에 외주 주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들 하청업체 또한 또다시 외주를 맡긴다. 그러나 제작을 담당하는 업체들이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현실은 제작업체들의 도산으로 이어진다.


가령 2006년에 3억 8,000만 엔의 수익을 올렸던 스튜디오 판타지아(Studio Fantasia)나 국내 팬들에게 〈사무라이 참프루〉 〈에르고 프록시〉 등의 참신한 작품으로 유명한 망글로브(Manglobe)가 2016년에 법정파산신청을 하고 무너졌다. 제작 실무 업체를 둘러싼 환경은 날이 갈수록 성장하는 시장규모에 비해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망글로브의 대표작 〈사무라이 참프루〉

시장 규모의 확대와 상반되는 제작사의 실적 부진은 몇몇 희귀 사례로 단언 할 수 없다. 시장의 규모가 확대됨에도 제작 실무 업체의 매출이 보합상태인 것과 관계있다고 할 수 있다. 제작위원회 시스템 아래서는 실질적인 주 수입원이라 볼 수 있는 콘텐츠 굿즈나 BD/DVD 등의 패키지 판매, VOD 서비스의 매출을 직접 누릴 수 있는 업체가 적기 때문이다. 


시장규모의 확대로 콘텐츠의 제작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제작 업체도 늘어났다. 하지만 콘텐츠의 유통을 통한 수익을 얻을 수 없는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익의 감소로 인해 인재 확보 및 인재 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그나마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의 평균 수입도 줄어들며, 노동환경 또한 악화하는 것이 작금의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현실인 셈이다.


지난 2015년 나고야카쿠인대학 사회과학부의 이와데 카즈야 교수는 일본 애니메이터-연출가 협회(一般社団法人日本アニメーター・演出協会) 및 일본 문화청과의 공동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연봉 300만 엔을 벌지 못하는 일본의 애니메이터들은 전체 업계의 57.8%에 달하며 200만 엔조차 못 받는 경우가 27%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준 바 있다.


업계 전체의 평균 연봉 또한 330만 엔에 그쳐 같은 해 일본 정부가 발표한 민간급여실태통계에서 추산한 409만 엔에도 훨씬 못 미치는 열악한 수준이다.

일본의 한 애니메이션 원청회사 작업실 내부. 고용형태뿐 아니라 작업장의 환경조차 열악한 것이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현실이다.

급여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이 중 정식으로 고용된 정사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17%에 불과하며 나머지를 비정규직 계약 사원이나 프리랜서가 차지한다. 2017년 6월에 역시 같은 문제를 다룬 일본 NHK의 르포 프로그램 ‘클로즈업 겐다이 플러스(クローズアップ現代+)’에서는 일본정부가 발표한 것보다 더 낮은 15%로 보도한 바 있다. 


시장이 확대되었음에도 수익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제작사에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업계에서 통용되는 기준이 지난 30년간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방영시간 25분 정도인 TV 애니메이션에 요구되는 원화는 약 3,000장에 가까운데 1991년이나 2017년이나 애니메이터가 원화 1장을 그려내는데 받는 비용은 200엔에 불과하다.


게다가 ‘쿨 저팬’ 정책이 시작된 이래 원화 1매당 지급 비용은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더 높은 완성도를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더 높은 완성도의 요구는 곧 업무량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법정 노동시간이 1일 8시간으로 정해진 일본이지만 8시간을 딱 맞추어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업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심각한 경우에는 하루 평균 업무시간이 16시간을 넘는 업체도 비일비재하다.


또 생산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수작업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점차 3D CG를 도입하는 제작사들이 늘어나지만 아직까지는 기존의 수작업 애니메이션의 정도(精度)를 못 따라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 또한 제작위원회 시스템이 낳은 병폐다. 앞서 설명했듯 제작 실무를 맡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작품이 실패해도 큰 타격을 입지는 않지만 흥행에 성공했을 경우 그 수익의 대부분이 스폰서들에게 돌아가기에 자기 몫을 챙기기 어렵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의 복잡한 구조

원청업체는 수익에 관계없이 작품제작의 발의가 이루어진 시점에 정해진 제작단가가 수익의 전부에 불과하고, 당연히 직원들의 급여 또한 이 수익으로 충당해야만 한다. 수익이 정해져 있고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으나 당장 생존하기 위해서는 계속 다음 일감을 따내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 그리고 업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요 없는 지출이 최대한도로 줄어들어야만 하며, 이를 위해선 결국 과도한 노동량을 요구하는 동시에 임금을 줄이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악순환은 단순히 노동량이 증가하고 임금이 줄어드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지난 수년간 인재확보나 인재양성에 난항을 겪으며 애니메이션 업계를 떠나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는 사례는 매년 증가한다. 최근 일본의 노동계에서도 과도한 업무량을 요구하며 그에 상응하는 페이를 보장하지 못하는 업체들을 이른바 ‘블랙 기업’으로 분류하고 자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업계 또한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교토 애니메이션(Kyoto Animation)이나 P.A.웍스(P.A.Works) 같이 자신들이 제작하는 작품에 지분 참여를 하거나 직접 스폰서가 되어 이익을 챙기거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용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들이 서서히 늘어났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속한 코믹스 웨이브 필름(Comix Wave Films)이 그 예다.


기존의 제작위원회 시스템과 달리 디즈니나 픽사, 드림웍스 등의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펀딩 방식을 〈너의 이름은〉의 제작 과정에 도입해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다. 여기에 MAPPA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투자금 확보로 제작된 〈이 세상의 한구석에(この世界の片隅に)〉 또한 예상외로 대성공을 거두면서 기존의 제작위원회 시스템에 의한 병폐를 끊고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프로젝트 펀딩 방식으로 흥행에 성공한 최초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그러나 여전히 일본의 애니메이션 업계는 제작위원회 시스템을 고수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90%에 가까운 애니메이션 제작업체들이 앞서 언급한 사례들처럼 탄탄한 자본구조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완구업체나 광고대행사, 음반 업체들 같은 기존의 투자자들이 당장의 수익에 연연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년 전 일본에서 개최된 코믹마켓에서 만난 한 애니메이션 연출가는 필자에게 “모르는 사람에게는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호조에 모두가 장밋빛 꿈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조용히 멸망하는 것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고 업계의 분위기를 설명해준 적이 있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니 지금은 더 심각한 상황이지 않을까. 지금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일본의 애니메이션 업계는 그 연출가가 말한 대로 정말 멸망의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제작비를 마련해 흥행에 성공한 〈이 세상의 한구석에〉


참고문헌 

  • 伊藤高史 (2014) 「日本映画産業における制作委員会方式の定着と流通力の覇権」,『Sociologica』,Vol. 38 , 創価大学社会学会
  • 一般社団法人日本アニメーター・演出協会 (2015) 「アニメーション制作者実態調査報告書」
  • 一般社団法人日本動画協会 (2016) 『アニメ産業レポート2016』
  • NHK クローズアップ現代+ (2017) 2兆円↑アニメ産業 加速する‘ブラック労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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