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만 승진하는 회사

조회수 2018. 3. 8.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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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팀장은 사원들의 공로를 혼자 가져갈까요? 무엇이 팀장과 사원을 갈라놓는 걸까요?

회사에는 암묵적인 승진 장벽이 존재합니다. 임원이 되기는 어느 회사나 어렵지만 임원이 아님에도 부장 혹은 차장, 어떤 곳은 과장으로 승진하는 것조차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곳을 보게 됩니다.


실적 악화로 일부 대기업에서는 기존의 승진 연한을 직급마다 더 늘리고 있다고 하니 이런 승진 장벽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 발 더 들어가 보면 승진제도의 허점을 보게 됩니다. 여러 가지 부조리가 이 제도에 녹아 있지만 포인트은 팀장의 성과와 팀원의 성과를 어떻게 나누어서 볼 것인가 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 승진 장벽은 대부분 중간관리자가 되는 시점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차장부터 이른바 팀장급의 중간관리자로 대접받는 회사에서는 과장에서 차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힘든 게 보통입니다. 그렇다면 그 과장도 지금은 팀원입니다. 차장 이상이 팀장으로 이끄는 조직에서 과장 이하는 팀원의 역할을 하고 평가를 받습니다.

한 가지를 더 보면, 팀원에서 팀장으로 승진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 그렇지 팀장 이상에서는 직급 승진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 회사도 많습니다. 승진 장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 위와 아래가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평가제도가 허술한 회사들이 이렇습니다.


보통 평가는 개인별 혹은 조직별로 목표를 정하고 실적을 따지는 방식입니다. 물론 그것의 누적 기간과 숫자만으로는 말할 수 없는 역량, 그리고 일종의 라인이 반영되겠지만요. 그중에서도 조직별로 성과를 측정하는 곳에서는 팀장과 팀원의 공로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 정의하는 게 중요합니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성과 평가 기간에 쓸 말이 없는 사람들이 생기거나 팀장과 팀원이 같은 성과를 했다고 쓰는 경우였습니다.


쓸 말이 없는 사람은 백오피스 부서인데 팀장은 프로젝트를 성과로 쓰면 되지만, 팀원은 백업 역할이었으니 ‘나의 성과가 뭐다’ 하고 스스로도 쓰기가 겸연쩍은 것입니다.


역할 분담이 처음부터 정의되지 않고 오퍼레이팅을 하듯이 프로젝트 성격의 일을 팀장이 주도했으니 일어나는 일입니다. 평가 부서에서도 ‘그건 팀장이 한 것이 아니냐’라는 답변만 올뿐 팀원은 쓸 말이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팀장은 승진하지만 팀원은 제값의 노력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팀장과 팀원이 같은 성과 지표를 가지고 오는 경우도 그렇습니다. 팀장은 맡은 구체적인 콘텐츠가 없으므로 팀원 전체를 관리했다고 합니다. 뛰어난 팀원이 무능한 팀장을 받히면서 떠먹여 주는 조직으로 알려진대도 함께 했다고 말해버리면 그만이었습니다.


팀장은 그 팀의 모든 성과를 다 가져가기에 팀원들은 필연적으로 적은 성과를, 팀장의 전체 성과를 합쳐 자신의 공로로 가져가면서 팀원들의 덕을 보는 겁니다. 팀장은 상대적으로 그 이상의 직급으로 나아가기 편리하지만, 팀원들은 나뉜 성과로 정량적인 평가를 한다는 회사 제도 앞에서 평가절하되고 맙니다.

 


팀장의 성과와 팀원의 성과가 어떻게 정의되는 것이 맞을까요?


절대적으로 팀원의 성과는 인정받기 어려운 게 맞을까요? 많은 조직들이 MBO를 지향하지만 숫자로 성과를 평가하기 전에 어떤 수준에서 얼만큼의 성과 KPI를 정할지 허들을 제대로 정의하는 게 선결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팀장과 팀원의 인재상이 다르다면 그건 숫자로만 말할 문제는 아닙니다. 많은 기업에서 성과는 금액으로, 역량은 승진으로 반영된다고 홍보하지만 결국 속을 들여다보면 모두 성과로만 판단하고 있습니다. 성과가 안 나는 조직에는 아무도 가려 하지 않는 것도, 성과는 없지만 대표가 밀어붙이는 사업에는 상대적으로 있는 것만으로 버프를 받는 직원이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이건 제대로 된 성과 위주도 역량 위주도 아닙니다. 혼란은 평가가 제도로 된다고 믿는 직원들에게 갑니다. 직원들은 혼란스럽습니다. 그리고 곧 조직에 대한 동기부여를 잃게 됩니다. 이 제도는 만들어진 지 오랜 기간이 지나 변용되고 있음에도 직원과 커뮤니케이션 없이 마음대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승진을 위해 사회적으로 치르는 비용이 너무 큽니다. 어떤 회사는 시험을 치는데 직원을 몇 년간도 일상 없이 거기만 매달리게 만드는 비극을 만들고 어떤 회사는 내부 라인이 생겨서 업무와 무관한 신뢰 비용을 내부에서 지불하고 있습니다.


직급이 너무 많고 불필요한 허식이 존재하는 것도, 성과와 역량에 대한 분별없는 반영도, 팀장과 팀원의 과업이 정의되어 있지 않은 것도, 팀원이 해야 할 명확한 목표 절댓값에 대한 정의가 없는 것도.


아니면 기존 방식에만 젖어 있어 ‘여행박사’나 ‘Netflix’ 같은 일부 기업에서 배울 수 있는 새로운 승진 방법에 대해 시도해보지 않은 것도 이 현상을 가중시킨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에 대해 받아들이고만 있는 문제의식 없는 경영자와 인사 부서에 있지만요.


원문: peter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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