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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엄마들”

적나라하고 사실적인, 우리 엄마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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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마영신 작가의 ‘엄마들’이란 책을 알게 되었다. 곧이어 만화책이란 사실도 알게 되었다. 짙은 빨간색 표지에는 리얼한 표정의 두 여성이 머리끄덩이를 잡고 울그락불그락하고 있다.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이를 악문 두 여인은 어떤 사정이 있는 걸까? ‘아무도 들려주지 않았던 이 시대 엄마들의 목소리’란 소제목만큼 책은 놀랍고 기가 막힌다.


작년 8월에 이 책을 사놓고 초반에 조금 읽다가 다른 책으로 넘어갔던 모양으로, 일요일인 어제 아이 밥을 먹이며 자연스럽게 테이블 아래에 꽂힌 책을 둘러보다 이 책이 눈에 띄길래 집어 들었다. (난 아이에게 밥을  먹이면서 간간이 책을 읽는 버릇이 있다. 주로 짧은 에세이나 시집을 읽는데 만화도 괜찮겠다 싶었다)


읽다 만 부분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이에게 밥을 다 먹인 뒤에도 책을 좀 더 읽었더니 어느새 끝이 보였다. 저녁에 친정 엄마와 저녁을 먹기로 해서 가방에 책을 챙겼다.


엄마는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내 예상대로 어쩜 정말 내 얘기네? 하고 받아들일까? 아니면 그냥 제삼자의 입장에서 미친 X들이네, 하고 웃어넘길까? 궁금하기만 했다.


이야기는 50대 여자들의 사랑과 일, 그리고 삶을 그리고 있다. 남편 도박 빚만 갚다가 젊은 시절을 다 보내고 노후 걱정에 막막한 엄마, 등산복을 빼입고 아귀찜 집에서 술을 마시는 엄마, 헬스장에서 말을 건 신사에게 설레는 엄마, 일터에서 해고당하는 엄마.


읽는 내내 너무 적나라하고 사실적이라 느낀 이유는 내 엄마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모성애와 희생만 존재하는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엄마에게도 남자라는 존재와 연애가 있다는 걸 잘 알기에 무척 공감하며 읽었다.

작년에 책을 읽기 전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미지

책은 줄곧 아줌마들의 연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빨간색 분홍색 등산복에 일 년 내내 뽀글 파마를 한 아줌마들에게도 연애가 있다고? 믿기지 않겠지만 젊은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에게 상처만 주는 남자에게 끌리고 다신 안 보겠다 다짐하면서도 돌아서면 또 보고 싶어지고, 사랑? 지긋지긋하다 생각하면서도 그 남자에게 연락 오면 방실거리는 여자, 그게 바로 우리네 엄마였다.


내가 이 책에 더없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나 또한 엄마의 연애를 지켜봤던 사람이기 때문일까. 서른 중반에 아빠가 결핵으로 돌아가시고 혼자가 되신 엄마의 연애를 안다.


당시에는 엄마가 아저씨들을 만나는 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 어떻게든 엄마를 가정으로(?) 돌려 보려 편지도 써보고 나 딴에는 별 노력을 다 했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지금 나보다 어린 나이에 남편이 죽고 자식 둘을 혼자 키워야 하는데 엄마라고 왜 남자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았겠나. 내가 직접 그 나이가 되고 보니 그제야 엄마가 이해되더란 말이다.


여기서 나오는 50대 엄마들은 남자를 만나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모텔을 간다. 때로는 친구의 남자 친구를 넘보기도 하고 양다리 걸친 애인을 앞세워 삼자대면하기도 한다. 보고 있노라면 실소가 군데군데서 터져 나온다. 정말 리얼하다.


마영신 작가는 그의 어머니에게 노트 한 권을 건네며 엄마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보라고 했단다. 그런 다음 그 내용을 바탕으로 만화로 극화했으니 당연히 리얼할 수밖에.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 날 것이고 찐해서 때론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게 내 엄마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왠지 정이 가고 만다.


원문: 이유미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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