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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분야로 뻗어 나간 4차 산업혁명, U헬스케어

조회수 2018. 2. 7. 16: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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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의 환자가 굳이 움직이지 않아도 되도록

닐 블롬캠프가 연출하고 멧 데이먼이 등장했던 영화 〈엘리시움(Elysium)〉은 2154년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우리가 살던 지구는 가난과 질병으로 인해 디스토피아로 변질된 반면 전쟁도 없고 질병도 없는 엘리시움은 누구나 꿈꾸던 유토피아다.

출처: 소니픽처스
영화 〈엘리시움〉 포스터.

첨단 의료 장비는 우리 몸속의 질병을 단 몇 분 만에 스캔하고 치료한다. 거의 죽어가던 사람도 단숨에 살려낼 수 있는 기적의 장비로 연출되었다. 가상이긴 하지만 유독 탐나는 장비가 아닐 수 없었다. 이 의료 장비는 영화의 핵심 오브제다. 디스토피아인 지구와 유토피아인 엘리시움이 양극으로 나뉘어 충돌하는 것 역시 이 장비 때문이다. 


지구의 수많은 환자는 돈이 없어 죽어가지만 이 장비만 있으면 무병장수를 꿈꿀 수 있다. 마치 밀항이라도 하듯 엘리시움으로 잠입하는 코스타(멧 데이먼) 역시 이 기기의 놀라운 치유 능력을 (살기 위해) 탐한다. 영화처럼 무병장수하는 세상, 4차 산업혁명이 과연 이뤄낼 수 있을까?


영화 〈엘리시움〉의 플롯 중심에는 첨단 의료 장비가 존재하지만 그를 둘러싼 메시지는 양극화의 폐해라는 점에 있다. 지구는 버려졌고 엘리시움은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한다. 혁명을 이룬 곳이니 자원이 몰릴 수밖에 없다. 의료 자원의 불균형은 유토피아의 재건과 디스토피아의 몰락을 동시에 이룬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현재 우리는 어떨까?

흔한 병원의 모습.

과거 지방에 살던 지인이 병원에서 질병을 치료하던 중 “서울에 큰 병원으로 가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결국 그는 병가를 내고 서울로 올라와 치료받아야 했다.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수도권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은 의료 자원의 불균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서울 대학 병원에서도 이처럼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한다. 

KTX 차 시간이 있어서 그런데 시간 좀 앞당길 순 없나요?

수많은 환자가 아침부터 대기표를 받고 서 있는 와중이라 그조차도 쉽지 않아 보였다. 정보통신기술인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가 헬스케어와 만나면 어떻게 달라질까? 의료 자원을 향한 갈증과 의료 불균형을 시원하게 해결해줄까?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유비쿼터스 헬스케어가 지향하는 의료 서비스


서울아산병원은 ‘내 손안의 차트’라는 앱을 선보였다. 이 앱은 나의 건강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보도록 구축해, 실제 진료 전 준비사항 안내와 만성질환 및 당뇨, 아토피 등을 관리할 수 있다. 취지는 좋다만 스마트폰을 이용해야 하는 고령자에겐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았을 뿐더러 여러 개선의 여지가 필요해 보였다.

출처: Google Play
서울아산병원의 ‘내 손안의 차트’.

SK C&C는 ICT 기술 융합을 AIA 생명의 디지털 건강 관리 플랫폼 ‘바이탈리티(Vitality)’에 접목시켰다. AIA는 이를 통해 고객 맞춤형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아픈 곳을 치유해줄 순 없지만 쿠폰 같은 리워드를 보상해 사용자 건강을 관리하도록 동기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건강 관리를 위한 웨어러블 기기가 그저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 기능을 넘어 진짜 건강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도록 만든 앱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진짜 유비쿼터스 헬스케어(U-Healthcare, U헬스케어)는 단순한 동기부여가 아니다.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건강 관리 또는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구축될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 중 하나로, 환자의 질병을 관리하는 의료 산업과 관련 서비스의 바탕이며 일반인의 건강을 유지 및 향상하도록 돕는 디지털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편이다.


U헬스케어는 의료 자원 불균형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서울 및 수도권 대형병원에 와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환자가 있는 그 자리에서도 충분한 의료 서비스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일단 U헬스케어 도입으로 인해 병원시스템은 놀랍도록 변화했다.


과거 필자가 대형병원에 갔을 때만 해도 대기표를 받고 번호를 부르면 접수를 했다. “개인병원에서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냐”는 질문부터 그 외 몇 가지를 물어보고는 진료 과목 창구로 가라고 한다. 담당 의사를 만나기 위해 정해진 해당 진료 과목 창구로 이동해서 다시 접수 후 마냥 기다렸다. 진료가 끝나면 수납하고 약을 받아 집으로 향했다.

지금은 이 모든 게 병원 종합 정보 시스템(IHIS, Integrated Hospital Information System)이라는 이름으로 자동화되어간다. 개인정보가 담긴 RFID 카드가 환자를 위해 발급되고 이 카드가 무인안내 시스템과 연동되어 접수, 수납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물론 자세한 정보는 담당 의사나 간호사를 통해 제공받지만 대다수가 IoT를 통해 오토메이션(automation) 되었다. 


더구나 U헬스케어는 진료 정보를 인터넷망을 통해 정해진 서버에 쌓아 외국에 나가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 이른바 진료 정보 시스템(Clinical Information System, CIS)이라 일컫는 환자 진료 기록은 정해진 시스템으로 업데이트된다.


첫 진료 이후 쌓이는 진료 기록, 의사 처방을 위한 처방 전달 시스템(Ordering Communication System, OCS), 의료 영상물을 저장 또는 검색해주는 영상 시스템이 여기에 포함된다. OCS의 경우 진료를 지원하는 팀에 의사의 처방을 자동으로 전달하고 진료 이후 처방과 차트를 확인해야만 했던 과거의 아날로그 방식이 디지털로 구축된 것으로 역시 컴퓨터망을 이용한다.


손목에 차는 환자 식별 코드는 환자의 주치의나 병명, 약품, 식사 정보까지 담는다. 간호사나 의사 역시 이 코드를 식별해 정해진 체계대로 움직인다. 다소 삭막하고 사람 냄새가 사라진 듯 느껴지기도 하지만 병원이란 본디 치료와 치유를 목적으로 한다. 체계적 관리와 완벽한 치유를 위해서라면 충분히 납득할만하겠다.

서버에 쌓이는 의료기록

원격으로 처리하는 원격 의료 서비스는 통신망을 통해 멀리 있는 환자와 병원에 상주하는 의료진을 연결해준다. 집에 있는 진단기기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이 정보는 고스란히 원격 진료센터로 전달되어 검사와 처방을 병행한다. 


이러면 병상에 누운 환자가 굳이 움직이지 않아도 처방이 가능하다. 물론 응급 환자는 응급 서비스가 대응할 수 있도록 연결이 가능해졌다. 이를 일컬어 스마트 의료 홈(Smart Medical Home) 프로젝트라 한다.


네트워크로 형성된 다양한 센서가 환자의 피부 상태, 혈당, 심장박동 체크, 환부 치유 상태, 암 발생 여부 등을 수집해 개인별 의료 시스템에 전송한다. 시스템은 수집한 정보를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진에게 전달해 환자를 통제한다. 말은 통제지만 상황에 따라 방문 검진도 하고 병세를 지켜보는 형태 등으로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과거에는 서울 대형병원에서 각 지방으로 짐을 싸 들고 방문해 의료 봉사를 행했지만 이제는 낙도 지역뿐 아니라 해상에서도 원격 의료를 지원한다. 실제 동해 어업관리단은 자체 의료지원팀을 구성해 여건이 좋지 않은 낙도지역 사람들에게 건강검진을 실기하기도 했다. 단순한 생체정보뿐 아니라 X레이 이미지 전송으로 원격 판독도 실시할 수 있다.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U헬스케어에도 리스크는 존재한다. 이처럼 네트워크를 통한 각 개인의 정보는 ‘언제 어디서나’ 유비쿼터스 내에 존재하기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만물 인터넷에서도 언급했던 것과 같이 인터넷망에 널리 퍼진 정보는 ‘언제, 어디서나’의 긍정적 효과를 뒤집을 만큼 역효과도 있다.


특히 진료 정보에는 진료와 수납이 한꺼번에 걸쳐 내 신체정보나 질환, 금융에 이르기까지 일반적 개인 정보 이상의 것이 담겨 있다. 모든 것을 하나로 담으니 편리하지만 그 편리함이 반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가 ‘내 개인정보는 아프지 않나요?’라고 묻는다면 의사는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물론 보안 문제를 의사와 이야기할 것은 아니지만 결국 U헬스케어가 지향하는 방향이 전국의 모든 이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면 보안 문제만큼은 철저하고 신중하게 다뤄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신뢰’다. 하지원과 강민혁이 출연했던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에서는 의료 문제와 그에 따른 제도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다. 더불어 환자의 건강을 이용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의 횡포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물론 원격 진료의 문제점도 다뤘다.

출처: MBC
드라마 〈병원선〉.

원격 진료라 하면 언제 어느 때나 먼 곳에서 모니터링하며 케어를 한다는 긍정의 의미로 언급했지만 진짜 응급 환자의 경우 골든타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낙도 지역의 원격 진료는 순기능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하지만 응급 환자는 의사가 환자의 몸을 직접 치료할 수 없기에 원격 진료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환자가 의사를 마주하더라도 필요한 자원이 부족하면 역시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다. 


의료 자원의 쏠림 현상은 고질적인 문제였다. U헬스케어와 원격 진료가 자리하려면 밑바탕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엘리시움〉에서 부각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경계선을 허물 수 있다.



맺는말


〈엘리시움〉의 의료 장비는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에도 잠시 등장한 바 있다. AI와 로봇이 만나 상처를 치유하는 데 활용하는 첨단 장비지만 우리도 머지않은 미래에 만날 수 있으리라 감히 예상해본다. 그 출발선에 등장한 게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로 이 흐름에서 가장 대표적인 소프트웨어다.

왓슨은 IBM이 2004년부터 정성을 쏟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의료뿐 아니라 공공 행정, 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암 진단과 치료를 돕고자 저명한 학술지, 의학 서적 등 수많은 의료 DB를 담았으며 이러한 DB가 빅데이터가 되어 적중률 높은 치료 방안을 제시한다.


한국에서는 가천대 길병원이 2016년 왓슨을 도입했고 1년이 지난 결과 왓슨의 치료법은 의사의 치료 방법과 높은 확률의 의견 일치율을 보였다. 이후 부산대병원, 건양대병원 또한 왓슨을 도입했다. 왓슨 도입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직접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들의 질병을 파악하고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 자체는 놀라운 혁명이 아닐 수 없다.


건강을 올바르고 꾸준하게 관리하는 것은 바쁜 현대인에게 결코 쉽지 않다. ‘술을 조금만 마셔야지’ ‘식습관을 개선해야지’ ‘오늘부터 운동해야지’ 결심은 하지만 단 며칠 만에 무너지는 의지를 바로잡기가 왜 이렇게도 어려운 건지.


스마트 홈이 갖춰지고 이로 인한 동기부여가 잘 이뤄진다면, 무엇보다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면 〈엘리시움〉의 유토피아를 우리의 미래로 예측해봐도 좋지 않을까?


원문: Pen 잡은 루이스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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