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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미투' 운동, 성공할 수 있을까?

조회수 2018. 1. 31. 16: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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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게 맞는 것이다."

※ 본 글은 뉴욕타임즈에 실린 「‘Me Too,’ Chinese Women Say. Not So Fast, Say the Censors.」를 번역한 글입니다.


중국에서 스스로 “침묵을 깬 사람들(Silence Breakers)”이라고 부르며 성범죄에 대해 수사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돌리고, 불끈 쥔 주먹 사이로 매니큐어 칠한 손톱이 보이는 그림을 인터넷상에서 공유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여성들은 미투 운동(#MeToo)을 확산시키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이 남성 중심 사회라는 것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공산당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동요를 원치 않는 검열 당국은 소셜미디어상에서 “성폭력 반대” 등과 같은 문구의 사용을 차단하고 여성을 위한 보호 확대를 외치는 온라인 청원이 올라오는 족족 삭제하는 등 미투 캠페인을 방해하기 위한 공작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한, 당국은 일부 활동가들에게 계속해서 미투 운동을 강행할 경우 외국인들과 국가 반역을 공모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출처: Giulia Marchi/New York Times

중국 남부 도시 광저우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레이레이(24)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수많은 청원서를 돌리며 서명을 받아 왔습니다.

“너무나 많은 이들의 진심 어린 외침이 무시당하고 있어요. 충격적이고 화가 나요.”

중국 여성들은 직장 상사와 동료, 선생님들을 조사하라고 요구하고 나섰으며, 대학들이 성폭력 사건을 더 강력하게 수사하도록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성차별에 항의하고 고위직 여성 비율이 턱없이 낮은 현실을 규탄합니다.


중국 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성폭력 사건들로 인해 몇몇 교수들은 이미 대학에서 해고당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대학교수가 지난 15년 동안 여학생 7명을 추행한 사건이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시민운동에눈살을 찌푸리고 모든 언론을 철저히 통제하며, 여성 인권 신장에는 시큰둥한 태도로 일관해 왔는데, 미투 캠페인은 이런 중국 정부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탐사 보도가 미투 운동에 불을 지폈지만, 중국에서는 여성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인터넷에 공유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중국 남부에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 소피아 후앙쉬에친(30)은 성폭력 사건 보도를 위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미투 운동은 중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되었어요. 우리 개개인은 나약하고 용기가 부족하지만, 다 함께 힘을 모으면 강해질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직장 동료 선배에게 성추행당한 뒤 방송국 일을 그만둔 후앙은 많은 여성이 ‘피해자’ 꼬리표 때문에 피해 사실을 숨기고 고발을 꺼린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직도 여자가 집에서 애를 키우고 집안일을 해야 하는 시대에 사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중국 공산당은 종종 양성평등을 외치며 당이 집권한 후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이뤘는지 내세우곤 합니다. 마오쩌둥은 “여자가 하늘의 반을 들어 올리고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죠.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는 성차별과 직장 내 차별의 부활을 막기 위한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공산당 고위직은 남성이 장악하고 있고, 정부 고위 관료와 힘 있는 사업가들의 부정행위를 눈감아 주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출처: Billy H.C. Kwok / The New York Times

법률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의 강간 및 성폭력 관련법은 모호하고, 법원이 고용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여성의 손을 들어주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고용주가 직장 내에서 발생한 성범죄를 조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설사 조사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의미 있는 처벌로 이어지는 예는 매우 드뭅니다.


베이징 위안종 양성발전소 소장이자 변호사인 이링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피해자 대부분은 침묵을 선택합니다. 자신의 커리어가 끝날 위험을 감당할 수는 없으니까요.”

중국의 미투 운동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고학력 여성들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베이징의 베이항 대학교 졸업생인 루오시시는 최근 자신의 경험을 담은 글을 인터넷에 올렸고, 이 글은 3백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많은 중국 여성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루오는 자신이 천샤오우 교수에게 성추행당한 여학생 7명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루오의 글에 따르면, 2005년 천 교수는 루오를 학교 밖으로 불러내어 강제로 성관계를 하려 했고, 그녀는 울면서 필사적으로 저항했습니다. 천 교수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베이항 대학은 천 교수가 여러 학생을 폭행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직무 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루오는 자신이 쓴 글에서 중국 여성들에게 보내는 당부를 적었습니다.

“용감하게 ‘No’라고 외치라.”

일각에서는 루오의 사건을 두고 중국 내 성폭력 고발을 위한 “대장정(The Long March)의 첫걸음”을 뗀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루오는 중국 정부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서는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미투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야만 반(反)성폭력 운동이 중국에서 살아남아 발전할 수 있어요.”

활동가들은 성폭력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바뀌려면 앞으로 몇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수많은 직장 여성들이 합당한 보수를 받지 못한 채 직장 내에서 중요하지 않은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남성들은 같이 일하는 여성 동료를 내연녀쯤으로 여기고 외모에 대한 공개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습니다.


패니 쳉 홍콩중문대 부총장 겸 심리학과 교수는 많은 여성이 성폭력을 고발하지 않는 이유가 어렸을 때부터 윗사람에 대한 존경을 가르치는 중국 문화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쳉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우리는 윗사람에게 대들면 안 된다고 배우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지 않는 이상 진정한 양성평등을 이루기는 힘들 거에요.”

중국 정부는 이미 성폭력을 공개적으로 고발하는 여성의 수가 늘고 있는 상황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습니다.


마케팅 전문가 쉬야루(28)는 상하이 길거리에서 성추행을 여러 번 당했던 경험을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유했습니다.


자신의 몸을 더듬었던 남성의 사진까지 여러 장 올렸지만, 경찰은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체포하기에는 너무 늙은 남성이라는 주장만 늘어놓았습니다. 쉬의 게시물에는 곧 여성 혐오적인 댓글이 폭주했고 검열 당국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습니다.

출처: Giulia Marchi / The New York Times

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추행당한 건 제 잘못이 아닌데 얘기하는 게 두렵거나 창피할 이유가 없잖아요.”

중국 내에서 변화를 외치는 상대적으로 평범한 요구들조차 거부당하고 있습니다.


최근 검열 당국은 베이징대학에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성폭력 사건 조사 위원회를 설립하라고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을 삭제했습니다. 또한, 중국인이 많이 사용하는 한 소셜 미디어는 #MeToo China(미투차이나) 해시태그의 사용을 간헐적으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검열을 피하고자 성추행과 성폭력을 규탄하는 다양한 문구를 만들어 사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베이징의 중국 커뮤니케이션 대학교 졸업생인 샤오메이리에 따르면 몇몇 학생 운동가들은 교수들로부터 “적대적인 외세”를 돕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습니다.


저장대 박사 과정에 있는 정시는 시 정부를 설득해서 반(反)성폭력 표지판을 붙이기 위한 캠페인을 이끌고 있습니다.

“사전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시작되는 운동은 성공하기 힘들죠.”

일각에서는 미투 운동이 너무 커질 경우 정부가 더 집중적으로 규제에 나서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베이징 경찰은 대중교통에서 발생하는 성추행을 조심하라는 전단을 돌리던 여성 운동가 5명을 구속했습니다. 게다가 여성을 위한 법률지원센터는 영업 정지를 당했습니다.


성폭력을 당한 경험을 공개적으로 밝힌 중국 여성들은 친구, 직장 동료, 친척들로부터 비난을 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자유를 느꼈다고 말합니다.


장치옹원(22)은 몇 달 동안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야 했습니다. 치옹원이 다니는 중국 남부 대학의 조우빈 학장이 그녀가 보는 앞에서 자위하고 강제로 키스하려는 등 수차례의 성폭행을 일삼았습니다. 조우 학장은 만약 고발할 경우 치옹원 뿐 아니라 그녀의 친구들까지 모두 졸업하지 못하게 만들 것이라며 협박했습니다.


치옹원의 친구들은 만약 고발할 경우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것이라고 충고했습니다. 같은 대학의 청수진 학장은 고발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게 맞는 것이다.”

그 사건 이후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 치옹원은 자살까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그녀는 드디어 침묵을 깨고 “우리 학교 여학생들이 성폭력범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꼭 읽어야 하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글을 게시했습니다. 그리고 조우 학장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작년 12월, 조우 학장과 청 학장은 해당 사건으로 인해 해고당했습니다.


치옹원은 “그런 끔찍한 경험을 머릿속에서 도저히 지울 수 없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계속 입을 다물고 있으면 범죄는 계속 일어날 테고 저 같은 피해자가 또 생길 테니까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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