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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함께"를 통해 알아본 '귀인'이 되는 방법

조회수 2018. 1. 27. 14: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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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하면 '공무원'이다. 모두 공무원이 되자!

※ 이 글은 영화 <신과함께>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내용 누설을 원하지 않으시면 글을 닫아 주세요.


19년 만에 저승에 귀인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 영화(<신과함께>)의 정의에 따르면 귀인이란 ‘명부에 없는 억울한 죽음을 당해 천수를 누리지 못했거나, 자신보다 항상 남을 돕고 배려하며 정의로운 삶을 살았던 망자’이다. 김자홍(차태현 역)의 경우는 이중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귀인에게는 당연히 몇 가지 혜택이 주어진다. 저승에서는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거치고 그 재판을 무사히 통과하면 환생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49일 만에 모든 재판을 받지 못하면 환생은 말짱 꽝이 되는데, 귀인은 빠른 저승문 통과와 몇 개 지옥은 재판 없이 통과할 수 있는 ‘프리패스’를 주기도 한다. ‘1회의 현몽(죽은 사람이 현생을 살고있는 사람의 꿈에 나타나는 것)’ 또한 환생 전 귀인에게 주어지는 혜택 중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찌 됐든, 우리 또한 언젠가는 죽는다. 편안한 저승 여행을 위해서 귀인이 되는 법을 미리 알아봐서 나쁠 것은 없다. 김자홍을 통해 귀인이 되는 법을 알아보자.



귀인은 ‘직업선택’부터


앞서 언급했듯 귀인이 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명부에 없는 억울한 죽음을 당해 천수를 누리지 못한 경우. 이것은 저승차사가 인간계에 개입하는 등 저승 법도에 어긋나는 짓거리를 하거나, 정신이 오락가락하여 명부에 없는 사람을 데려오지 않는 한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방법이다. 운에 맡길 수는 없다.


우리가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귀인이 되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자신보다 항상 남을 돕고 배려하며 정의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업선택이 중요하다. 필자 같은 경우는 ‘기자’ 일을 하는데, 이건 항상 남을 돕고 배려하는 직업이 아니다. 가끔은 남에게 상처를 입히고, 기본적으로 욕도 많이 먹는다. 난 귀인되긴 글렀다….


그러니 일단 귀인이 되기 위해서는 가능성이 높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시작부터 다른 선에 서는 방법이다. 환경미화원과 경찰관 등 공익을 위해 일하는 직업이 좋을 것 같다. 김자홍 또한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자신을 희생하며 남을 돕고 배려하는 일을 한다.


그렇다. 공익 하면 ‘공무원’이니, 공무원이 되자. 물론 공무원이 되려면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이 있어야 한다. 2017년 하반기 소방공무원 화재진압 분야 경쟁률은 38.1:1이였다고 한다. 34명을 모집하는데 1,311명이 몰렸다. 1,200명이 넘는 경쟁자를 이겨야 한다. 동시에 귀인이 되려면 정의는 필수 덕목이니 이것 또한 당연히 정의롭게 경쟁하자. 부정행위는 금물이다.


다행히 현 정부의 공공기관 일자리 확대 정책으로 인해, 공공기관의 채용문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야흐로 저승에는 귀인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출처: 뉴스타파
귀인 프리패스가 열렸으니 싸게싸게 지원하세요들



하드코어 프리미엄


직업선택은 말 그대로 ‘시작’이다. 남들보다 조금은 귀인이 되기 좋은 ‘조건’을 갖추는 것뿐이다. 김자홍이 19년 만에 나타난 귀인이라는 것을 생각해보자. 실제 영화에서는 김자홍의 동료로 현장에서 먼저 순직한 소방관이 나온다. 화재진압 과정 중 철골구조에 깔려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을 먼저 구하라고 김자홍에게 이야기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김자홍이 소방관이 되고 사망하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해봤을 때, 이 사람은 안타깝게 귀인이 되지 못한 것 같다.


귀인이 되는 데는 무엇인가 다른 프리미엄이 필요한 것 같다. 이것을 영화에서는 따로 이야기하지 않지만, 김자홍의 또 다른 조건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찢어지게 가난한 편부모 가정환경에서, 병든 노모를 모시고, 그 안에서 동생의 학자금 마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열심히 뛰는 가슴 아픈 소년가장 김자홍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다. 귀인의 조건인 ‘자신보다 항상 남을 돕고 배려하는’의 대상에는 바깥사람들만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가족’을 잘 챙겨야 모름지기 귀인이라 할 수 있다. 저승의 최종 보스인 염라대왕이 관장하는 지옥이 ‘천륜지옥’이며, 그곳에서는 부모와 자식 간에 벌어진 죄를 심판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때문에 귀인이 되기 위해서는 가족들한테, 특히 부모한테 잘하자. 물론, 부모한테 잘하며 화목한 가정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겠는가. 귀인이 되기 위해서는 조금은 남들보다는 하드코어한 환경 속에서 그것을 극복해야 될 것 같다. 그리고 김자홍은 그 모든 조건을 갖추고, 극복했던 사람이다.



하지 말란 건 하지 말자


이렇게 귀인이 돼 저승에 왔다고 하자. 이제 저승의 7개 지옥을 통과해야 한다.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다. 이 중 몇 개 지옥은 ‘귀인 프리미엄’이 붙어 프리패스 권한을 얻는다. 김자홍의 ‘환생’을 장담했던 영화의 저승차사들처럼 헛짓하지만 않으면 이후 환생까지 과정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 보인다.


여기서 헛짓이 무엇인고 하니, 저승차사들의 말을 안 듣는 것이다. 저승에는 각 지옥을 관장하고 재판을 담당하는 대왕들이 있다. 지옥에서는 귀인이라도 형식적인 재판을 하고, 그것을 담당하는 저승검사들도 존재한다. 이들이 혹여 귀인에게 존재하는 ‘범죄’를 밝혀내면, 큰 인센티브를 받는 것 같다. 죽일 듯이 물어뜯는 이들이 조금 무섭긴 하지만, 어차피 이들에 대한 대응과 변호는 수백 년 짬밥의 저승차사들이 담당한다. 괜히 입을 나불대지 말자.

저승 검사들의 모습. 허당처럼 보이지만 한순간에 우리를 지옥 보낼 수 있는 이들이다. 무시하지 말자.

김자홍 또한 나태 지옥에 가기 전 차사 강림(하정우 역)을 통해 “한 가지 조건이 있으니, 초강대왕이 하는 말에 말대꾸를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후 강림의 화려한 언변에, 나태지옥을 담당하는 초강대왕은 깊이 빠져들었고 심지어 김자홍 동상을 세우자는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그때 김자홍은 한마디를 던진다.

저는 귀인 같은 것이 아닙니다!

이 말을 듣고 열이 오른 초강대왕은 바로 김자홍을 지옥으로 떨구려고 했다.

빡쳐서 지옥문을 열어 버린 초강대왕. 가만히 있으면 반은 간다. 시키는 거 잘 하자.

그런 의미에서 김자홍은 저승차사들에게 암덩어리였던 것 같다. 비단 초강대왕 사건뿐만이 아니다. 저승 대통령인 염라대왕에게 막말을 하고 심지어 그 옥체에 손을 댔다. 염라대왕 하면 빌빌거리며 고개를 깊이 숙이던 차사들의 마음은 얼마나 서릿했겠는가. 해원맥(주지훈 역)이 빡칠만도 하다.


그렇다. 저승에서는 본인 양심에 찔리더라도 변호사를 믿고 가만히 있자. 각 지옥의 재판을 담당하는 대왕들의 심기를 거스르면 귀인이고 나발이고 지옥에 가기도 한다. 예의 발라야 한다.

출처: 웹툰 <신과함께>
원작에서는 아예 이렇게 든든한 변호사가 나오기도 했다.



가장 쉬운(?) 방법


사실 귀인이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이 있다. 김자홍 같은 사람을 찾아서 의동생이 되자. 김자홍의 동생인 김수홍(김동욱 역)은 저승 법도를 수차례 연속으로 어기고도 귀인이 됐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초월적인 무엇인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김수홍은 억울한 죽음을 당해 원귀가 됐고, 저승 법도에 따라 발견 즉시 말살될 운명에 처했다. 원귀가 현세에 존재하는 한, 저승 세계는 혼란으로 가득하게 된다. 귀인 프리미엄이 붙은 김자홍이 평온한 저승 여행을 못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연히 염라대왕은 뿔이 났고, 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강림차사가 파견된다.

혼란으로 가득한 지옥 케이블카. 원귀가 탄생하면 멀쩡하게 잘 가던 케이블카도 뚝뚝 떨어진다.

근데 김수홍은 강림이 파견된 이후에도 저승 법도를 어기는 갖가지 행동들을 한다. 현실에 있는 사람을 해치려 했고, 심지어 불특정 다수에 상해를 입히는 토네이도를 불러왔다. 여기에 더해 현실에 직접 개입하여 자신을 실수로 죽인 사람을 살신성인의 자세로 살리기도 했다. “지난 일에 대해서 새로운 눈물을 낭비하지 말아라”라는 명대사를 날리면서 말이다.


여기에 저승차사 명령거부와 폭행, 말살돼야 되는 원귀의 ‘현몽’ 혜택 등 갖가지 요소들은 덤이다. 이걸 참는 걸 보면 강림은 정말 난 놈이거나 능력이 없는 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수홍은 저승에 나타난 49번째 귀인이 됐다. 그 직전 저승에 귀인이 나타나기까지 걸린 기간이 19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이다. 근데 얘가 왜 귀인이 됐는지는 필자도 모르겠다. 영화에서 나타나는 김수홍은 어머니를 생각하지만, 그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까칠한 둘째 아들이었다. 그간 한 것이라고는 ‘판사’ 되겠다고 공부만 하면서 김자홍이 보내준 돈을 받아 쓴 것밖에 없다. 그러면서 한때 형한테 맞았던 영향인지, 김자홍은 겁나 싫어했다.


김수홍이 지엄한 저승법도를 쌍그리 무시하고도 귀인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신과함께> 영화를 보면서 함께 고민해 보자. 난 잘 모르겠다.

이 영화의 최후 승리자는 김수홍이다. 김수홍에게 뭘 배워야 할지는 같이 고민해보자.



PS.


네이버에 주호민 작가의 웹툰원작 <신과함께>가 재연재되고 있습니다. 그거 보세요.


원문: 엄지용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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