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무작위를 패턴이라고 생각할까?

조회수 2018. 1. 26.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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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위 속에는 가짜 패턴이 있습니다.

※ Nick Maggiulli의 「The Patterns That Weren’t There」를 번역한 글입니다.


1959년부터 존 내시(John Nash)의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게임 이론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수학자가 조현병을 앓기 시작한 것이죠. 처음에는 자동차 번호판에서 패턴을 찾을 수 있다는 농담을 던지더니, 외계인이 뉴욕 타임스 기사를 통해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낸다고 믿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보스턴에 사는 남자들이 점점 더 많이 빨간 넥타이를 매고 다닌다고 확신하기까지 했습니다. 있지도 않은 패턴이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모든 국가의 국민 중 약 1%의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들의 일반적인 증상은 아무 관련이 없는 곳에서 패턴을 본다는 것입니다. 전문 용어로 아포페니아(Apophenia)라고 합니다. 내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를 본 이들이라면 이미 알지 모르지만, 내시가 왜 자기 행동을 믿었는지 이해하면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습니다.


내시는 1995년 말 조현병에서 벗어난 후 과거에 왜 그렇게 많은 비논리적인 것들을 믿게 되었는지 질문을 받았습니다. 내시의 답변에는 인간이 패턴을 인식하는 방법에 대한 진실이 담겨있습니다.

수학적 개념이 떠올랐을 때와 같은 식으로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개념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때문에 진지하게 여긴 것이죠.

이것이 여러분과 나, 그리고 지구상의 다른 모든 인간이 갖고 태어난 문제입니다. 우리 인간은 절대 패턴 인식에 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내시가 자신이 본 가짜 패턴과 현실을 구별할 수 없었던 것처럼 우리는 신호와 잡음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삶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생기지 않고, 굳이 확률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출처: 위키미디어
알래스카주 스캐그웨이의 기름 유출 사진.

하지만 현대 사회는 아주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대 원시인들은 한 동굴에서 세 번이나 호랑이를 보면 다음번에는 그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오늘날 어떤 펀드가 3년 연속으로 좋은 성과를 올렸다면 그곳으로 돈이 몰릴 수 있습니다. 시대는 다르지만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은 비슷합니다. 


이런 사고방식이 투자자에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작위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곳에서 패턴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투자자가 최근 실적이 가장 좋은 펀드나 부문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적을 따라다니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투자하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투자 성과가 나빠진다는 수많은 연구가 있습니다.


무작위에도 어느 정도의 패턴은 있다는 점을 많은 투자자가 잊습니다. 실제 영국 수학자 프랭크 P. 램지(Frank P. Ramsey)는 어떤 시스템을 아무리 복잡하고 어지럽게 만들더라도 규모가 커지면 공통점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입증한 바 있습니다. 이는 램지의 정리(Ramsey’s theorem)라고 부르며 무작위 속에도 패턴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실제 그런지 아래와 같이 10차례의 동전 던지기 결과를 보고 생각해 보죠.

1. 앞 앞 앞 앞 앞 앞 앞 앞 앞 앞

2. 앞 뒤 뒤 앞 앞 뒤 앞 앞 뒤 앞

어떤 결과가 나올 확률이 더 높을까요? 통계를 공부해본 분들이라면 속임수 문제라는 걸 아실 겁니다. 두 결과가 나올 확률은 같으니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이것이 이 글의 요점입니다.


결과 2가 결과 1보다 더 무작위라고 보는 게 맞아 보입니다. 결과 2에 패턴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누군가가 눈앞에서 동전 던지기를 해 10번 모두 앞면이 나온다면 사기 동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결과 1과 2가 나올 확률은 1,024분의 1로 같습니다.


다음으로 동전을 400번 던져서 결과를 아래처럼 가로세로 20칸인 모눈종이에 적었다고 해보죠. 빨간색이 뒷면, 검은색이 앞면입니다. 완전한 무작위 결과이긴 해도 작은 패턴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투자 과정에서 내리는 수많은 결정이 무작위일 수밖에 없는 시장에서 그저 작은 패턴을 기준 삼아 내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가장 최근의 정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최신 편향(recency bias)이 합세하면, 잠깐 나타난 패턴이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그 결정을 내리게 된 원인이 확률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먼저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무작위 속에는 가짜 패턴이 있습니다. 이렇게 한번 해보죠.

1. 동전 던지기를 20번 한다고 치고, 종이 위에 예측한 결과를 써 봅시다.

2. 
이어서 실제로 동전 던지기를 20번 해서 그 결과를 다른 종이 위에 써 봅시다.

두 종이를 섞은 다음 다른 사람에게 어떤 게 실제 결과인지 물어보세요. 맞추던가요?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동전 던지기를 해서 결과를 써 내려가는 일은 순식간에 가능합니다. 하지만 실제 동전 던지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 사람은 연속으로 4번 정도 앞면(또는 뒷면)이 나오는 경우를 떠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앞면과 뒷면을 골고루 적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행동이 가상의 결과를 덜 무작위로 만들고, 실제 결과와 더 구분하기 쉽게 해줍니다. 무작위로 만든다는 것이 오히려 덜 무작위해지는 결과를 낳는 것입니다. 역으로 사람들은 무작위 속에서 가짜 패턴을 보곤 합니다. 또 이것을 놓고 다음 그림처럼 조롱하기도 하는 것이죠.

날아가즈아

이 가짜 패턴을 알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패턴에 따라 투자 결정을 내리기 전에 혹시 이 패턴이 가짜 패턴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원문: 피우스의 책도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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