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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기업이 햄버거를 판다면?

조회수 2018. 1. 11. 18: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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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우리는 모든 것을 팔기로 했다

사업계획과 전략을 소상히 밝히는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나, 무언의 계기로 인해 지난 일들을 돌아보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위해 기록으로 남겨본다.


현재 몸담고 있는 1인 미디어 비즈니스는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돌이켜보고,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아닌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 다른 기업 혹은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야기를 써내려 본다.


미디어자몽은 2013년 런칭하여 만 5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아직 어떠한 이슈가 발생될지 모르나, 관성의 법칙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올해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선 산업의 전망이나 트렌드의 예측은 접어두고 미디어 기업이라는 특수한 포지션 속에서 우리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이 글을 내년 이맘때 볼 때 어떤 기분일지, 그리고 앞으로 1년간 어떠한 변화가 내년 이맘때 어떤 결과를 낳을지도 예측해 보면서 써본다.


 

1. 업의 정의를 내리다. 업의 정의는 무의미하다.


최근 사업을 하면서 크게 깨달았던 순간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공식 투자 미팅을 했을 때와 SKT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주제로 팟캐스트를 만들 때였다.


전자의 경우에 담당 투자자는 우리의 회사 소개를 듣더니 부동산 중개업이냐고 물어왔다. 투자자는 본인 스스로 보고와 설득을 위해 쉽게 이해하기 위해 업을 정의하지만, 당시 무척 기분이 상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미디어 기업이다, 콘텐츠 기업이다 되뇌었지만 결국 담당자가 이해한 건 부동산중개업과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정의될 수 있던 그 순간을 애써 부정한 이유는 아마 지난 몇 년간 노력해서 이끌어왔던 사업의 모델과 브랜딩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이후 바로 ‘미미 클럽’을 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방송으로 만들기 위해 자료조사와 공부를 자행했는데, 여기서 깨닫게 되었다.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조금 거창하지만 2017년 하반기는 변화의 시작점으로 보기에 충분한 시기였다. 지금까지 나는 스스로의 업을 정의하기 위해 노력했고 높은 탑과 깊은 수직적 비즈니스 모델만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왔던 것이다.


모든 산업은 열려있고 우리는 미디어라는 창문을 통해 어떠한 관계 속에서도 기회를 만들 수 있었지만, 스스로 정의한 프레임에 갇혀 애써 타인을 설득하기 위한 방법으로 업을 정의하기 바빴던 것 같다. 그렇게 애써 정의한 미디어자몽은 과연 어떤 회사일까? 그 개념부터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미디어/콘텐츠 기업이라고 애써 범주화를 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1인 미디어, MCN, 팟캐스트, 유튜버, 크리에이터 등 관련된 키워드로 범벅된 지난 글들을 보면서 조금 후회했다. 우리 스스로 애써 업을 정의할 필요는 없다. 그 테투리를 지워내니 더 넓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2. 버티컬 비즈니스 모델보다 중요한 건 고객이 필요한 생태계


지난 글도 봤지만, 지금껏 버티컬 비즈니스 모델에 꽂혀 사실상 높거나 깊은 지식과 사업모델을 탐닉하는 것에만 집중해왔다. 스스로 높은 탑 혹은 깊은 구덩이에 갇혀 누구도 넘지 못할 견고한 무언가로 치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탑은 좁고 낮았으며, 구덩이 역시 깊지 않았다.


이후 조금씩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보기로 했다. 세상은 할 일 천지였고 여전히 새로운 가능성들은 넘쳐났다. 모든 걸 공개하긴 어렵지만, 지금 준비하는 것들 모두 한 번에 다 벌리는 일이 생겨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협업과 분업은 정말 위대한 발명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건, 나 스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고 해서 고객이 찾는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객이 필요한 것에 집중하고 해결하는 데 노력한다면, 사업모델은 하나씩 발견되는 것이다.


미완성의 영역도, 비어있는 부분도 너무 완벽하게 채우려고 할 필요는 없다. 그냥 비어있으면 누군가 채우게 하면 되고, 때론 쉬어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흩어져있던 직원들을 다시 한 곳으로 불러모았고, 공간을 새롭게 정의했다. 지난 워크숍에 긴긴 시간을 온전히 사업에 대한 이야기에 할애했는데,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가 해야 할 건 버티컬 비즈니스가 아닌 확장 가능성에 중점을 둔 비즈니스이다.

 


3. 확장도 중요하나 본질과 핵심 경쟁력이 무엇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와 같은 생각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사업의 핵심 혹은 가장 큰 경쟁력을 부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미디어자몽의 가장 큰 자산은 현재 서울 핵심 지역 3곳에 위치한 거점 공간이다.

누군가 경쟁력이 무어냐 묻는다면,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용산 CGV 내에 오픈 스튜디오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강남 한복판에 방송국 못지않은 시설을 갖춘 팟캐스트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레거시 미디어의 핵심 지역인 상암 DMC에 120평이나 되는 공간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경쟁력을 갖춘 공간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정작 제대로 활용하진 못했다. 너무나 익숙해져 있었기에, 이에 대해 소중함을 잊었던 것이다.


부동산 임대업을 하느냐고 들었을 때, 영화 파운더가 생각났다. 관점을 달리하니 새로운 것이 보였다. 공간 스스로가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렇기에 각각의 공간은 셀렉트샵, 체험상품 판매, 콘텐츠 테마파크 과 같은 새로운 아이템들로 새단장을 하여 준비될 것이다.


아직 처음이라 어렵지만, 아마 이러한 콘텐츠 공간 기획력은 새로운 공간을 확장하는 데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그래서 올해 목표는 추가로 2~3곳의 콘텐츠 스튜디오를 론칭하는 것이다.


결국, 미디어자몽의 사업은 공간에서 시작되었고, 우린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이제 적극적으로 노력하고자 한다. 협업과 분업은 더 큰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4. 모든 것은 콘텐츠다. 콘텐츠는 팔아야 한다.


공간에서 창출된 모든 것은 제품이 될 수 있다. 이를 먹는 것으로 제작하면 요리가 되며, 영상으로 담아내면 콘텐츠가 된다. 그러나 결국 요리와 콘텐츠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에 생산품이 된다. 그럼 이제 팔아야 한다.


2018년, 우리는 모든 것을 팔기로 했다. 2017년도엔 요리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2018년도에는 요리를 팔 것이다. 요리도 만드는 과정을 담아내면 그것이 곧 콘텐츠이며, 기획에 따라 이를 직접 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디어/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내 입장을 대변한다면, 굳이 애써 회사의 정체성을 고정해두고 미디어/콘텐츠 창작 혹은 저널리즘에 입각해 사업의 방향을 지나치게 획일화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결국, 기업은 이익과 결과로 증명해야 하며, 세간의 평가는 과정보다는 결과에 더 큰 무게를 싣기 때문이다.


혹자가 말하는 ‘거기 어렵다는데’, ‘망할 것 같다는데’, ‘잘 나간다는데’, ‘대박 터졌다는데’ 등등의 이야기에 휩쓸리지 않으려 한다.


인생은 한 번뿐인데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한다면 과정 중에 들었던 이야기들은 흩어져버린다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파도는 끝없이 몰려왔다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018년도에는 파는데 집중하고자 한다. 자체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채널을 확보하며 콘텐츠로 노출하여 판매로 이어지게 만들 것이다.


그것은 햄버거가 될 수도 있고 노트북이 될 수도 있다. 콘텐츠 또한 팔 것이며 내가 갖고 있는 지식도 상품화하여 팔 것이다. 파는데 집중하며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것이 올해 다짐이자 계획이다.


원문: Wenis Kunwoo Kim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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