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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언론은 '해외 자원 확보'가 우선이라 했다

조회수 2018. 1. 9. 16: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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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조금만 노력했다면, 훨씬 균형 잡힌 보도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요즘 광물자원공사의 부채 규모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채 많은 공기업은 민간기업처럼 청산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요. 저는 광물자원공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10년 전쯤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많은 기억이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2000년대 몇 년은 전 세계적으로 호황이었습니다. 거기에다가 중국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엄청난 속도로 상승을 했었지요. 대표적으로 2000년대 중후반 원유가격은 100달러를 훨씬 넘었고 200달러까지도 갈 수 있다는 예측이 힘을 받고 있었습니다.


석유뿐 아니라 온갖 종류의 광물자원 가격이 미친 듯이 올랐습니다. 또 그 당시에 ‘희토류’라는 생경한 단어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지요.

문제의 희토류 원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해외 광물자원 투자를 정부가 앞장서서 해야 한다는 언론 보도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우리가 해외 광물을 확보하지 못하면, 마치 ‘자원 주권’을 잃게 된다는 식의 보도들이었습니다.


이런 보도들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정부, 특히 MB 정부는 광물 자원 확보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정부가 일단 노력을 하기로 했으니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해서, 여기저기 가서 많은 계약도 체결하였습니다. 언론에서는 이런 계약이 체결될 때마다 우리가 자원을 확보했다고 대서특필도 하였구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습니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광물자원 수요가 급감하게 되고, 광물 자원 가격은 곤두박칠쳤던 것 같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석유는 배럴당 30달러까지 떨어졌으니, 150달러까지 갔던 시절을 기준으로 보면 80% 폭락한 셈입니다.


저는 언론들이 광물자원 확보를 외치던 그 시절에 국책연구원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광물자원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당시 현황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런 식의 투자는 미친 짓이라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외국 광물 자원의 채굴권을 우리가 갖지 않는다고 해서 구매가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또 이런 시기에 이렇게 급하게 마구잡이로 투자를 하는 것은 광물 관련 산업의 특성을 모르는 일이라는 말씀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당시의 언론과 MB 정부가 어떤 관련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MB 정부가 언론을 부추긴 뒤 못 이기는 채 돈을 뿌리고 다닌 것인지, 아니면 정말 언론의 등쌀에 못 이겨 뭔가 보여주기식 정책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 되었건 저는 당시 언론들의 보도 태도를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건 보수언론, 진보언론 구분할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해외 자원 확보’가 우리의 살길이라는 식의 보도는 너무도 일반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 제 기억에 비추어볼 때 MB 정권의 자원 투자를 적폐라고 비판하고, 광물자원공사 청산을 적폐청산작업의 일환인 것처럼 추진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MB나 MB 정권이 했던 많은 잘못된 일들이 있지만, 광물자원 투자 건은 언론의 잘못도 정부 이상으로 컸다고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MBN

언론이 조금만 노력했더라면 자원 투자 관련 전문가들을 만날 수도 있었고, 선동보다는 훨씬 균형 잡힌 보도를 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랬더라면 국민 세금을 그런 식으로 낭비하지는 않았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제 기억은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원문: 김두얼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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