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블록버스터의 액션이 재미없는 이유

조회수 2017. 12. 29.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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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이 괜히 천재가 아니다.

폭망했다는 〈저스티스 리그〉를 이제야 봤는데, 뭐 스토리의 조악함은 말할 것이 없고 호쾌해야 할 액션 신마저 폭망이라. 대강 이유를 써보겠다.



1. 주인공의 공격력과 고통의 한계를 정하지 않고 들어간다


액션이 부각되는 영화는 아니지만 〈다크 나이트〉를 보면 배트맨이 첫 부분에 악당들과 싸우는 과정에서 맹견에게 물린다. 고통스러워하는 느낌은 보여주지만, 마스크 때문에 표정을 보여주기 쉽지 않기도 하고 전투의 흐름을 끊지 않으려고 전투 신 중에는 ‘타격을 입었구나’ 정도의 느낌만 준다.


그리고 다음 신에 기지에서 혼자 웃옷을 벗고 스스로 상처에 바느질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연히 온갖 인상은 다 찡그리면서. 여기서 관객은 ‘아, 배트맨이 인간이지’ ‘개한테 물리는 정도에도 살이 찢어지는구나’ ‘우리랑 똑같이 상처를 꿰매면서 아픈 티를 내네’ 같은 감정을 느끼면서 배트맨의 고통 한계선을 느끼고 설정한다.


그 이후로 진행되는 전투에서 ‘개에게 물리는 정도’의 이상의 타격을 입으면 관객도 감정 이입한다. ‘아 저거 진짜 아프겠구나. 그런데 잘 참고 싸우네. 역시 히어로’라는 식으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근데 〈저스티스 리그〉는 그런 거 없다. 아쿠아맨의 약점이 무언지. 원더우먼은 저런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졌으면서 굳이 총알은 왜 피하는지. 저쯤 되면 주위에 수백 명이 기관총을 가지고 둘러싸도 전혀 긴장감이 들지 않는다. ‘뭐 당연히 휙휙휙휙 하고 팅팅팅팅해서 피해버리겠지’라는 느낌. 유일한 보통(!) 인간인 배트맨은 수십 미터 높이에서 떨어져도 ‘으으~’한번 하고 끝. 


어떤 적이 나와도 걱정이 안 된다. 걱정이 안 되는 주인공을 보면서 어떤 감정 이입을 하고 어떤 긴장감으로 두 시간짜리 영화를 보란 말이냐.



2. 액션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장치가 없다


〈인디아나 존스 2〉의 오프닝 갬빗 부분에 중국의 악당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독을 탄 술을 마셨는데 해독제는 악당이 가지고 있다. 티격태격하는 동안 손님들은 아비규환에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해독제가 든 유리병이 바닥에 이리저리 굴러간다.


이미 식은땀을 질질 흘리고 행동이 느려지는 인디의 상황을 알고 있는 관객 입장에서는 ‘빨리 저걸 주워서 인디가 마셔야 할 텐데’라고 느낀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사람들 발에 유리병이 차이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아주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다. ‘아이 X발 저것 좀 빨리 뛰어가서 잡지, 저러다 죽겠네’라고. 인디가 뒷목을 부여잡고 나 죽겠네 하는 표정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깨지기 쉬운’ 유리병이 사람들 발에 차이는 장면만으로 엄청난 긴장감을 준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 2〉.

또 하나. 〈덩케르크〉의 톰 하디가 분한 ‘파리어’의 전투기 조종 부분에서 가장 긴장감을 주는 부분은 바로 분필이다. 뭐 전투기 도그파이트라는 게 날개에 맞는다고 해서 고통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긴장감을 주는 데 한계가 있지. 그래서 나온 장치가 연료다. 연료계가 고장 난 상황에서 파리어가 의지해야 하는 것은 ‘시간당 연료 소모 계산’.


그런데 그게 대강 시간으로 가늠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잖아. RPM이 올라가면 더 연료를 쓰는 거고 그런 건데. 자칫 예상과 다르게 연료 소모가 더 많았다면 적진 한가운데 추락해야 하는 상황. 그 이후로 파리어가 시계만 보면 막 가슴이 두근두근해지고, 분필까지 들면 그때는 ‘아 X발 이제 떨어지나 보다 어떡해’라는 마음이 드는 거다. 게다가 이게 반복될수록 더 긴장되는 구조.


사람 힘이라는 건 빠졌다가 다시 생기기도 하고 뭔가 정신적인 각성에 의해 체력을 넘어서는 힘을 쓸 수도 있다 치치만 비행기 연료는 빼박캔트다. 영국 전투기 조종사의 애국심에 감화·감동한 독일군이 연료를 채워주는 일도 없을 거고. 그러니 분필 하나만으로 충분히 관객의 긴잠감을 유도한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

근데 〈저스티스 리그〉에선 이런 거 없음. 

과연 슈퍼맨이 깨어날까? 펑! 짜잔. 슈퍼맨 부활. 어? 이상하네. 지이이잉! 잠자는 나를 깨운 이는 누구셈? 아 X 됐다 슈퍼맨이 미쳤어. 다 기억 못 해도 배트맨 너는 기억하지 죽어봐라 이 자식. 후훗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지. 아니, 로이스가 이곳에. 보고 싶었어 로이스.

시간을 충분히 두어서 긴장감을 살려가며 모든 감정을 끌어내어 관객을 몰입시켜야 할 판에 동아전과 줄거리 요약처럼 다섯 줄에 끝내버리니 긴장이 살지도 않고 그림도 뻔하고. 이럴 거면 차라리 ‘슈퍼맨 화려하게 부활! 우와 사랑해요! 얘들아 보고 싶었어’로 하는 게 나았다.



3. 결론


크리스토퍼 놀란이 괜히 천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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