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에서의 브랜딩: 회의만 7시간

조회수 2017. 12. 29. 10: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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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 회의실에 타라.

오전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일단은 졸립니다. 커피를 들고 출근하긴 했지만 그 정도의 카페인으로는 아침잠 대악마를 이길 수가 없죠. 오늘의 회의 주제는 ‘우리 회사 브랜딩 뜯어고치기’ 입니다. 침을 삼키며 긴장감이 어린 표정들이 가득합니다. 대표님의 표정은 사뭇 진지합니다. 이제부터 극한업무 ‘회의’가 시작됩니다.

회의라는 것은 모든 직장인에게 점심 메뉴 고르기만큼 어려운 업무입니다. 회의가 어려워지는 것은 ‘모을 회(會)’ ‘뜻 의(意)’ 이 두 글자 때문입니다. 뜻을 내는 것과 그걸 모으는 일이지요. 생각보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밖으로 표출하거나 드러내 본 적이 없습니다. 당연히 모아본 경험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경험의 부재는 자꾸 어긋난 방향의 회의를 만들고 어긋난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런데도 회의는 필수불가결한 업무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 방식은 물론 다양합니다. 원탁의 기사 콘셉트도 있고, 독재자 놀이도 있고, 모란시장 콘셉트도 있고, 취침 시간, 헥소고지 전투 콘셉트 등… 뭐 직원들의 성향과 비즈니스의 특성에 따라 각각 달라집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어떠하던 결론적으로 “행동을 만든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음? 행동을 만든다고? 그렇습니다. 일단 이 정의부터 잡고 들어가 봅시다. 회의는 결론을 내거나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국K-1이 멱살 잡고 의사봉을 집어 던지고 마스크를 쓰거나 연필을 책상에 세우는 등 다양한 행위를 통해 그렇게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들은 ‘표결’을 하기 위함입니다. 이것을 진행할 것이냐 아니냐를 결정하기 위해 갑론을박을 하는 것이죠.


업무의 회의는 정책회의와는 다릅니다. 우리는 정해진 어떤 두 항목 중 택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표결에 부쳐 가부를 결정하는 과정이 아니죠(물론 아예 그런 회의라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회의시간엔 말을 통한 솔루션을 내는 것이 아닙니다. 솔루션은 행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죠. 회의에선 ‘어떤 행동을 할 것이냐’를 결정할 뿐입니다.


이 포커스가 자꾸 어긋나서 ‘해결방안’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전설의 탁상공론이 탄생하게 되는데, 그 결과는 코엑스 앞에 말춤 손목동상 같은 것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상에선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뜻을 모은다는 것은 서로의 현명함과 지식을 끌어모아서 자랑질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전문가 집단이 아니므로 학술적인 결론을 내는 것도 아닙니다.


‘행위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춰 회의 프로세스를 정리해보겠습니다. 물론 이 프로세스는 그냥 예제에 가까운 가이드일 뿐입니다. 실제 클라이언트사에서 브랜딩 회의를 진행할 때 주로 제가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폭망한 적도 있고 꽤 좋은 결과를 낸 적도 있죠. 그러니 각각의 회사 성향에 맞게끔 쏙쏙 자체 필터링을 하신다면 흥미진진하실 거로 생각합니다.



0. 회의하쟝

회의하러 가쟝

출근하자마자 회의실로 모이라는 건 잔혹한 일입니다. 이론적으로야 당연히 9시는 출근 시간이 아닌 업무 시작 시간입니다. 9시가 딱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정신이 또렷해지고 영혼이 깨어나면서 없던 인사이트가 폭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졸리고 피곤하고 멍한 것은 대부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딜레이 타임과 자료 준비 시간은 어느 정도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의 당일 실무자들은 출근하자마자 5가지 일을 챡챡 하도록 합시다. 


1) 커피 사 오기


커피는 알아서 사 옵니다.


2) 물티슈로 책상 닦기


왠지 정돈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티슈는 DC 백화점에서 구매한 100매에 990원짜리 싼 것을 쓰도록 합시다. 키보드를 뒤집어 털어주면 거대한 더러움과 알 수 없는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3) 간밤에 들어온 메일확인 및 첨부파일 정리


CC걸린 메일도 확인합니다. 첨부파일은 다운받아서 각 프로젝트 폴더에 저장해놓도록 합시다. 파일명이 이상야리꾸리하면 바꿔줍니다.


4) 금일 할 일 목록(to do list) 정리


메일은 크게 보고/진행/요청으로 나뉘는데 업무 리스트도 ‘보고할 것’ ‘진행 중’ ‘요청받은 것’으로 쪼개서 정리합시다. 보고는 회의 전 모두 진행할 겁니다. 진행 중인 것들은 루틴업무로 뺍니다. 요청받은 것들은 진행 중인 것들과의 선후 관계를 따져 우선순위를 설정합니다. 각 할 일 옆에는 이거 끝내는 데 몇 분 걸릴지 러닝타임을 기재하고, 아래 순서로 1~4순위까지 정해서 먼저 처리할 것들부터 나누고 정리합니다.

양이 적고 급한 것
양이 많고 급한 것
양이 적고 안 급한 것
양이 많아 안 급한 것

5) 회의자료 정리


회의자료는 쓸데없이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숫자 달아서 리스팅합시다.



1. 회의실에 앉아보쟈


서서 하는 회의가 더 효율적이란 얘기도 있습니다. 15분 안에 끝나고 졸림도 예방할 수 있고 뭐… 등등. 원하신다면 한 번 시험 삼아 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만 반발이 이만저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회의실엔 회의자료를 쫙 돌려놓습니다. 빔 당연히 켜져 있어야 하고, 노트북 세팅하고. 그리고 절대 간식을 빼놓지 맙시다. 간식은 생명이자 떡이요 구원입니다.



2. 회의시간 지정

사회자: 오늘 회의는 60분 안에 끝낼 겁니다.
팀원: 뻥치시네.

시간 지정 중요합니다. 한도 끝도 없이 모여서 논쟁만 나눈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끝난 회의에게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거나 오늘 하루 보람찼다! 고 느끼는 건 변태입니다. 의사결정은 빠르게! 행동은 디테일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3. 회의 주제를 던집니다

사회자죠.

코난 말투로 회의주제를 던집니다. 

내 이름은 코난, 사회자죠. 이 공간엔 모두 10명의 사람이 있어요. 어젯밤 11시 우리 회사 브랜드가 죽었습니다. 회사엔 외부인이 전혀 없었고 브랜드는 현망진창이 되어 있었어요. 이건 완벽한 밀실범죄에요. 지금부터 브랜드를 죽인 범인을 찾아낼 때까지 다들 한 발자국도 못 나갑니다.


4. 현재 상황에 대해 짧고 간결한 브리핑


창업전설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오래 전 그날을 끄집어내란 얘기가 아닙니다. 현상황이 더 중요합니다.

현재 우리와 유사한 업체가 3개 있는데 그중 1개 업체가 우리 점유율을 앞질렀습니다. 대외적 인지도도 훨씬 높습니다. 우리의 트래픽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SNS상에서 그들의 프로모션 이벤트가 크게 회자되면서 이미지를 선점하고 있어요.

현재 우리는 네이버 연관검색어 등 유료 마케팅을 통한 고정유입률만 유지합니다. 늘지도 줄지도 않고 있죠. 그러나 현재 이 유입을 통한 전환이 굉장히 높은 편이라 유입율 자체에 대한 아젠다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오늘은 브랜드의 이미지구축과 시각화를 위한 방안회의를 할 겁니다.


5. 용어 정의를 내립니다


다들 이 부분을 굉장히 간과합니다. 용어 정의. 회의란 것은 기본적으로 한 가지의 주제를 여러 사람이 생각하는 과정입니다. ‘이미지’란 단어를 듣고 김대리는 “로고?”, 박팀장은 “소비자의 니즈?”, 김실장은 “우리의 콘셉트?” 등 각각 다른 그림을 떠올리고 생각한단 말이죠. 다 좋은데 이런 식이면 다각적인 인사이트가 아니라 그냥 아무말대잔치가 돼버리고 맙니다. 영역을 쪼개는 것이 아니라 한 영역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모으는 것이 회의예요.


여기서 ‘이미지’라고 함은 시장이 아닌 우리가 우리를 규정하는 1인칭 관점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시장의 평가보단 우리 비즈니스를 우리 입으로 먼저 정의 내리도록 합니다. 이것은 텍스트, 비주얼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눌 것입니다. 텍스트는 한 단어, 한 문장, 간단한 보일러 플레이트 제작 이렇게 3가지로. 비주얼은 키 비주얼, 로고 시스템, 브랜드 패턴 이렇게 3가지로 나누겠습니다.


일단 소비자의 니즈나 서비스의 편의성 등은 차치하고 우리 입으로 말하는 우리 이미지부터 정확하게 규정하잔 것이 아젠다군요. 일단 내부의 결을 맞추는 작업이니 내부 인원의 얘기를 한 번 들어봐야겠네요.



6. 의견 개진 

의견 있는 사람?

항상 여기에서 폭망입니다. ‘자, 의견 있으면 얘기해보세요.’라고 하면 모두가 예상하는 바로 그 장면이 등장하죠. 인간의 사고는 프레임에 의해 움직입니다. 프레임이 없이 너무 큰 자유를 선사하면 기뻐서 우주로 사라져버리고 말죠. 적당한 제한사항과 프레임을 하나하나 규정해주는 것이 엄청 중요합니다. 


회의 진행자는 담날 회의를 위해 철저하게 기획하고 운영안을 짜서 움직여야 해요. ‘그냥 모여서 얘기해야지…’라는 개념이 아니라 소규모 사내 행사 운영한다는 생각으로 타임라인별 멘트, 회의 운영안이 필요하단 말이죠. ‘에이 뭘 그런 것까지’라고 고개를 가로젓는 순간 어제의 회의가 앞으로도 영원히 복붙 되고 말 거예요.

일단 우리 브랜드를 색깔로 한 번 묘사해볼까요? 각자 우리 브랜드는 어떤 컬러에 가까운지 1분간 생각 후에 얘기해보도록 해요.

이렇게 미장센과 코드가 존재해야 해요. ‘색깔’이라는 코드를 주면 사람의 사고는 빨주노초파남보 등으로 한정되고 한정된 정보 안에선 각각의 유사성과 대조점을 발견하기가 굉장히 쉽습니다. 함수관계와 비슷해요. 일단 정의역을 제공하고, 공역을 제공해야 대응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죠. 정보는 단일로 존재할 땐 쉽게 인식되지 않습니다. 항상 어떤 것과 연결된 ‘유기성’을 지닐 때 의미를 갖죠. 사회자의 질문은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7. 쳐내고 모으고 나누고 곱하고


각각의 의견이 책상으로 쏟아지면 누군가는 그것들을 모두 기록하면서 하나로 모아야 해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의 의견을 잘 듣지 않습니다. 그리고 ‘말해보라’고 했지 ‘들어보라’고 하지 않았기에 내가 다음번에 무슨 말을 할지에만 크게 집중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제삼자 입장에서 그 회의를 관찰하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흔히 서기 같은 사람이 가장 적합하죠. 텍스트로 그걸 변환하면서 정리를 하는 것입니다. 각각의 의견들의 공통점과 논외의 주장들을 구별하고 헛소리는 빼고, 공통적인 것은 묶고 반대의견은 따로 대립시키는 거죠. 크게 3가지 정도의 의견으로 압축시킵니다. 1가지는 너무 단편적이고 2가지는 택일의 상황을 유발합니다. 3가지는 서로 견제하는 느낌이고 4가지는 너무 안정적이에요. 5가지 이상부턴 복잡하고 많아 보입니다.


3가지 의견이 나오면 A, B 그리고 한쪽에 힘을 더 실어줄 C로 나누어지면서 지금의 여당, 야당, 3당 같은 느낌으로 균형이 맞춰집니다. 이렇게 3가지의 안으로 압축시킨 뒤 일단 쉬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작업은 20분 이내에 빠르게 쳐내는 것이 좋습니다.



8. 쉬는 시간


쉬는 시간은 회의하며 계속 그림을 그렸던 두뇌를 정리하고 생각들이 가라앉힐 텀을 주는 과정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말하면서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가 말해놓고도 정리가 안 되었거나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들을 정리하는 방법은 계속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하지 않는 거예요. 더도 말고 5분 정도가 좋습니다.



9. 의견 선택

눈치 보지 말고 명확하게

이제 의견을 선택합니다. 당연히 어떤 안이 선택되면 나머지 2개 안을 냈던 사람들의 의견은 묵살되는 형태입니다. 이것에 대한 동의함과 설득의 과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대신 질질 매달리기보단 인정함과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이 좋아요. ‘아 나머지 두 개 의견을 내신 분께 죄송합니다… 조금만 양해 부탁드리고 힘들더라도 따라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 아닙니다. 이렇게 죄송, 힘들, 따라와, 감사해버리면 부탁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그냥 아무 따뜻한 말로 엿 먹이는 느낌이에요. 차라리 이렇게 말합시다.

나머지 두 개 의견은 매우 훌륭하였으나 현재 주어진 예산과 업무량의 여건상 우선 A안을 먼저 시행하겠습니다. 추후 이 프로토타입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2안으로 B안을 택하겠습니다.

감정적인 위로 및 군더더기 없이 합리적인 선택의 이유를 설명해주고 그럼 나머지 의견은 짬 시킬 건지 아니면 생깔 건지 나중에 쓸 건지 등을 정확하게 얘기해주는 편이 훨씬 인정받는 느낌입니다.



10. 실무 회의


이제 업무 분장을 합시다. 쪼개고 나누는 겁니다. 구체적인 실행 단계를 만드는 일이죠. 이것은 앞서 「브랜딩, 일의 시작」이라는 글에서 설명했던 아래의 내용과 같습니다.

1.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가: 채널, 방식, 제작방식, 시기, 기간, 콘셉트 등
2. 누가 얼마나 담당할 것인가: 업무 분장 시작
3. PM은 BM과 제일 비슷한 성향의 기획자가
4. 기획 서포트는 반대 성향의 담당자가
5. 중재자는 관찰자 성향의 담당자가
6. 실행과 운영은 모험가형 2명이
7. 검토와 트래킹은 사색가 1명이
8. 기획안 도출과 프로토타입 제작은 언제까지
9. 리브랜딩 제작물과 디자인 작업은 언제까지
10. 사내 전체 공유와 적용 시기는 언제부터
11. 대외노출과 공표는 언제
12. 유지와 운영 점검의 1차 지점은 언제까지
13. 해당 업무에 대한 팀별 세부 업무 관리는 어떤 식으로
14. 총예산은 어느 정도
15. 1차 랜딩이 끝난 후 2차 유지보수비(고정비)는 어느 정도 책정
16. 책임과 권한 부여

각각의 업무 분장과 행동화 과정에선 모든 업무의 목표와 평가 지표가 오늘 나온 주제로 합치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업무 로딩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나 브랜딩 업무는 뭔가 일을 만들고 늘리는 게 장땡이 아니므로 현재 업무 중 오늘 업무의 걸림돌이 되거나 필요 없거나 이관, 지연해도 상관없는 것들을 분류해서 업무가 +a로 과중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대부분 이 작업 없이 그냥 일을 만들어서 뿌리기만 하니까 “회의실=일 만드는 공장”이 됩니다. 항상 무언가를 뿌릴 때는 총량 유지를 생각해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11. 정리/조율


회의안을 정리하고 전체공유합니다. 이때 회의안은 그 자체가 곧 ‘업무목표’가 되므로 업무 결과 보고의 제일 앞장에 위치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짧은 회의시간에 미쳐 다 하지 못했던 각자의 개인 사정 및 업무 역량에 대한 조율은 실무자 간에 따로 담배 or 커피타임을 통해 옥상에서 따로 처리하도록 재량권을 주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회의를 마치며


일단은 이렇게 11단계로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추상적인 의견만 난무하는 브랜딩 회의는 시간 대비 성과가 굉장히 조악해질 위험이 있습니다. 결국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는 것이죠.

망한 결론

회의는 생각으로 시작해서 말로 그리고 행동으로 끝나야 합니다. 이 방점을 제대로 찍지 못하면 끝나고 나서도 뭘 해야 할지 모르고 구슬피 한 맺힌 사내 지박령처럼 이리저리 영혼이 떠도는 상태가 된단 말이죠. 


생각보다 회의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치밀한 기획이 있어야 하고, 사회자의 역량도 중요합니다. 늘 보던 얼굴이라고 하지만 얘기하는 주제가 달라지면 갑자기 낯설어지는 것이 또 회사라는 곳입니다. 적절한 질문과 운영방식을 찾아내기 위해 정말 수도 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 회의죠.


단순히 즐겁고 웃고 떠들며 앙버터 치아바타를 나눠 먹는다고 수평적인 회의실의 모습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적막하고 졸음만 가득한 회의실도, 아무 말만 난무하다 별 대책 없이 끝나는 회의실도 둘 다 그다지 좋은 모습이라고 할 수는 없죠.


회의는 속이 시원해야 하고 모두가 머릿속에 각자 어떤 일을 왜 하는지 그림을 그리고 나와야 합니다. ‘브랜딩을 위한 회의’라고 얘기하긴 했지만 이 회의실 안의 모습이야말로 우리 회사의 문화와 역량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너 브랜딩(Inner Branding) 그 자체라고 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원문: Aftermoment Creative Lab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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