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홍보의 차이

조회수 2017. 12. 28. 22: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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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와 광고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경영 컨설팅을 인연으로 친해진 사장님이 있다. 오랜만에 그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다른 것보다 광고 쪽으로 도움받은 게 참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다.


컨설팅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그러나 내 브런치에 광고 쪽 핵심 원리만 공개하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사장님의 말씀에 그러겠노라 대답했다. 지금 그 약속을 지키려 한다.


당시 사장님의 고민은 광고는 아주 완벽히 잘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구매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운영 중인 커뮤니티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었고, 어뷰징도 없었고, 나름의 문화가 형성될 정도로 인기도 좋고 팬의 수도 많았다.


그러나 팬들은 콘텐츠에는 열렬히 호응해도 구매에는 관심이 없었다. 간략한 설명만 듣고도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었다. 홍보를 열심히 하면서 광고 성과를 바라는 것이 문제였다.


홍보와 광고의 차이를 명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마케터들도 차이를 잘 모른다. 이렇게 기초가 부실한 이유는 마케팅 업의 분업 후 전문화로 인한 탈숙련화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마케팅 관련을 업으로 삼고 있다면 홍보와 광고의 차이는 명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기초적이면서 치명적인 실수를 피할 수 있다. 


홍보와 광고는 목적이 다르다. 광고의 목적은 판매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반면 홍보의 목적은 브랜드와 대중의 관계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홍보는 PR. 광고는 Advertising이다. 간혹 홍보를 Publicity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Publicity는 언론 홍보로 이해하는 게 옳다)



홍보란 무엇인가


홍보의 아버지 에드워드 버네이스가 처음 홍보의 개념을 정립했을 때 홍보는 지금보다 좀 더 좁은 의미였다.


버네이스의 홍보는 머리망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해 긴 머리가 기계에 끼면 위험하다는 캠페인을 벌이거나, 피아노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해 가정집에 피아노 방을 유행시키는 식이었다. 제품 자체를 알리지 않고 제품이 팔리는 환경을 만드는 방식인 것이다.


홍보의 개념과 가능성을 확장하는데 공헌한 사람은 에드워드 버네이스의 열렬한 팬이었던 괴벨스였다. 그는 예술과 뉴미디어를 통해 독일 대중이 히틀러를 사랑하게 만들었고 독일 대중이 스스로 나치가 되어 전쟁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홍보의 목적은 대중이 브랜드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 주변의 예를 들자면 삼성이 첼시를 후원하거나, 스베누가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후원하거나, 유한킴벌리가 나무 심기 캠페인을 벌이는 것 등이 홍보라 할 수 있다.


첼시 팬이 모두 갤럭시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에 호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한 번쯤은 갤럭시를 사용해볼지도 모르며, 결정적인 순간에는 삼성의 편을 들지도 모른다.


스베누를 보라. 스베누 대표가 사기 혐의를 받을 때 유일하게 호의적인 여론이 나온 곳은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였다.


홍보는 브랜드에 대한 감정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득 이론으로 이야기하면 파토스에 가깝다.


타깃이 따로 없고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모두의 공감을 살 수 있고 대중에 의해 스스로 전파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홍보 담당자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역량은 대중의 감성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홍보의 성과는 판매 전환이 아니라 브랜드 메시지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널리 전파되느냐, 얼마나 많은 대중이 브랜드를 인식하고 좋은 감정을 가지느냐가 되어야 한다.


할리우드 스타들 사이에서 존디어의 스냅백이 유행한 적이 있다. 물론 대중적으로도 크게 유행했다. 존디어는 패션 브랜드가 아니다. 농기계 브랜드다.


존디어 스냅백을 구매하는 사람은 평생 농기계를 구입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존디어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것이 바로 홍보의 목적이다.

구매도 안 할 사람에게 왜 브랜드를 알리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이유는 단순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옆사람의 영향을 받는다.


쇼핑할 때 내가 뭐 입는지 관심도 없을 친구에게 “이거 어때?” 하고 물어보는 게 인간이다. 모두가 자사의 브랜드를 사랑하는 상태만큼 판촉에 유리한 환경은 없는 것이다.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좀 더 본질적인 것에 있다. 브랜드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기억되는 것이다. 잊혀진 브랜드는 죽은 브랜드다. 가장 오래 기억되는 브랜드가 최고의 브랜드다.


스포츠 리그에 매번 오르내리고, 사회적인 선행으로 신문에 자주 오르내리고, 신기술 개발로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며 다양한 대중에게 기억되고 사랑받는 브랜드는 그만큼 오래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광고란 무엇인가


광고는 타깃이 중요하다. 광고를 보고 바로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광고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제품의 고객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마케팅에서 말하는 ‘Segmentation’과 ‘Targeting’이 바로 이를 알아내기 위한 방법론이다. 더해서 우리 제품이 타깃에게 가장 또렷한 형태로 기억될 수 있는 위치를 설정해야 한다.


이 위치는 물리적 위치가 아닌 사람들의 인식에서의 위치다. 예를 들어 타깃이 부유층이면 ‘저렴한 가격’보다 ‘고품격’ 포지션이 당연히 효과적이다.


이를 마케팅에서는 ‘Positioning’이라 한다. 그리고 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을 합쳐서 STP라 한다.


STP에서 실수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제품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들어놓고 니즈를 찾는 게 아니라 니즈를 확인하고 만드는 것이 옳다는 말이다. 니즈도 없는 제품을 만들어놓고 광고나 영업으로 팔아치운다면 그것은 비즈니스가 아니라 사기다.


광고의 아버지 데이비드 오길비는 광고가 제품의 가치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정보인 동시에 고객을 향한 기업의 약속이라 보았다. 때문에 광고할 제품을 3주 이상 연구했고, 광고에 제품의 가치가 정확히 드러나도록 노력했다.


만일 광고에서 말하는 제품의 가치와 제품의 실제 가치가 어긋날 경우 오길비는 과감히 계약을 끊고 광고를 중단시킬 정도로 민감하게 대응했다.


오길비의 광고에 대한 관점은 오늘날에도 유효하고 앞으로도 유효하다. 만일 인터넷에 자극적인 광고를 내보내면 손쉽게 어마어마한 유입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광고 내용과 제품이 전혀 상관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유입은 고스란히 이탈로 수렴될 것이다. 광고에서 제시한 가치와 실제 가치가 일치하지 않으면 당연히 전환은 일어날 수 없다.


광고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득 이론으로 이야기하자면 로고스에 가깝다. 


제품을 인지한 순간 구매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타깃이 명확해야 하고, 타깃에게 노출되기 좋은 확실한 채널이 준비되어야 하며, 타깃에게 기억되기 좋은 포지셔닝이 되어있어야 한다.

따라서 광고 담당자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역량은 제품의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분석력, 타깃에게 그 가치를 함축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표현력, 축적된 광고 데이터를 측정해 가장 효율적인 채널과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수리력이다.


광고의 성과는 제품과 고객 접점에서의 사용자 경험에 문제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판매 전환이 얼마나 일어나느냐가 되어야 한다.


 

이상적인 광고, 홍보 담당자의 조건


자 이제 정리해보자. 이상적인 홍보 담당자는 대중 감성을 잘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대중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자신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 수 있거나 브랜드와 연관된 다른 사람을 톱스타로 만들 수 있다면 더 좋다. 이 경우 에토스적 설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광고 담당자는 카피 라이터 +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다. 제품의 가치를 함축해서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느 채널이 타깃에게 효과적인지 측정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홍보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에드워드 버네이스의 책과 괴벨스의 일기를 읽고 괴벨스의 나치 선전에 대해 연구해보면 좋다.


광고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데이비드 오길비의 책을 읽어보면 좋다.

너무 오래된 사람들의 책이라 요즘 시대에 안 맞을 거라는 생각은 접어두기를 바란다. 최신 유행하는 광고 기법도 이들의 선견지명을 따라잡지 못했다. 자본주의 패러다임이 유지되는 한 이들의 책은 교과서로 쓰이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홍보와 광고를 쉽게 구분하여 설명했지만 현실에서는 헷갈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할 것이다. 예를 들어 홍보를 위해 광고를 집행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이런 복잡함 때문에 전문가가 있는 것이다 어려움이 있을 때는 컨설팅을 받는 것이 좋다. 이 글이 광고 홍보와 관련하여 고민하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원문: 여현준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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