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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쓴 자살 사건 기사로 누군가는 죽을 수 있다

반대로 보도를 통해 자살을 예방할 수도 있다.
ㅍㅍㅅㅅ 작성일자2017.12.27. | 714  view

12월 18일 중앙일보 트위터에 「속보, 샤이니 종현, 청담동서 숨진 채 발견」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링크한 트윗이 올라왔습니다. 이 트윗에는 ‘#자살’ ‘#종현자살’ 같은 해시태그가 달렸습니다. 네티즌들은 해시태그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비판했습니다.

중앙일보 트윗에는 얼굴이 그대로 노출됐지만 필자가 흐리게 수정했다.

언론사 SNS 계정에서 검색이 쉽도록 해시태그를 다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트윗을 올린 시각은 오후 7시 15분이었고 정확히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중앙일보는 해당 트윗을 삭제했습니다. 


자살과 연관된 사망 사건 보도는 신중해야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살 보도 권고안까지 정해 놓았습니다. 그러나 샤이니 종현 씨의 사망 사건 뉴스는 기준도 없이 보도됐습니다. 언론의 자살 보도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자살 사건, 반복적으로 보도하거나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지 마라


WHO의 자살 보도 권고안을 보면 자살 관련 기사를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하거나 반복 보도하는 것을 피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언론은 기회는 이때라는 듯 클릭 장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특히 연예 관련 기사를 주로 보도하는 매체의 뉴스를 타 언론사가 제목만 바꿔 올리는 일도 빈번하게 벌어졌습니다. 《조선닷컴》은 「종현, 10년간 무대서 빛났던 샤이니..이젠 하늘의 별」이라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는 원래 《OSEN》의 「종현, 10년간 무대서 빛났던 샤이니..이젠 하늘의 ★」 기사를 그대로 보도한 것입니다.


WHO는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 자살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것을 피하라고 권고합니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샤이니 종현 씨의 사망 당시 갈탄이 방 안에 있었다고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에도 갈탄이 계속 상위권에 등장했습니다.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에는 기사에 나왔던 갈탄이 계속 상위권에 노출됐다.

연예인 자살 사건 이후 자살 급증


WHO는 연예인 자살을 보도할 때는 특별히 더 주의하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연예인 또는 유명인의 자살 이후 자살이 급증하기 때문입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교수팀이 2005~2011년 사이 국내에서 자살로 사망한 9만 4,8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자살 사건의 18%는 유명인의 자살 사건 후 1개월 이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7년의 연구 기간 동안 자살 사건으로 TV와 신문 매체에 1주일 이상 보도된 유명인은 총 13명이었습니다. 이들의 사망 후 1개월 이내에 자살한 사람은 1만 7,209명으로 전체 자살 사건의 18.1%를 차지했습니다. 유명인의 자살 전 1개월간 하루 평균 자살자가 36.2명, 유명인 한 명이 자살한 후 1개월간 하루 평균 자살자는 45.5명입니다. 무려 9.3명이나 늘어났습니다.


전홍진 교수는 “유명인의 자살이 일반인의 자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유명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언론에서 감정적이나 자극적인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연구팀은 “미디어의 유명인 자살 보도가 일반인 중에서도 젊은 여성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쳐 모방 자살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자살 보도 기준만 지켜도 자살을 막을 수 있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발간된 이후 유럽 전역에서 소설과 유사한 방식으로 발생한 연쇄 모방 자살이 발생했습니다. 이를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라고 부릅니다.


독일에서는 ‘어느 학생의 죽음(Tod eines Schülers)’이라는 자살 다큐멘터리가 방송된 이후 철도 투신자살이 175% 증가했습니다. 파라세타몰(Paracetamol) 과다복용으로 인한 자살 보도 이후 첫 주에만 동일 방식의 자살률이 17%나 증가했습니다.


또 1980년대에는 오스트리아의 지하철 자살률이 갑자기 급증했습니다. 학자들은 자살률이 높아진 이유가 미디어가 자살 사건을 상세히 보도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1987년 지하철 자살에 대한 보도 권고안이 도입됐고 언론사들이 이를 따르자 지하철 자살률이 줄어들었습니다.

오스트리아 언론이 자살 보도 권고기준을 지키면서 자살 보도가 줄었고 자살률도 감소했다.

자살 보도 권고기준 2.0이 나왔지만 변하지 않는 한국 언론


한국에서도 언론의 자살 보도가 자살 빈도와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미 2004년에 한국기자협회 자살 보도 윤리강령이 만들어졌으며 2013년에는 자살 보도 권고기준 2.0도 제정됐습니다. 자살 보도 권고기준안은 신문, 방송 등 언론 미디어뿐 아니라 블로그, 인터넷 카페, SNS 등을 통해 사회적 소통에 참여하는 모든 이에게 적용됩니다.


그러나 언론은 자살 보도 권고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습니다. 반복적인 자살 보도 관련 기사를 쏟아냅니다. 자살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고, 자살 방법을 자세히 소개하기도 합니다. 동료 연예인을 동원해 연예인의 자살을 부각하거나 추측성 기사를 남발합니다. 고려대 심리학과 허태균 교수는 자살 보도 권고기준 2.0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아래와 같은 말을 했습니다.

여러분이 쓴 자살 사건 기사로 누군가가 죽어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면 쓰십시오.

자살에 관한 보도는 무조건 자제해야 합니다. 사람의 생명보다 더 큰 보도의 가치는 없습니다.

원문: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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