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 캐리어의 소멸: 미국 망중립성 폐기의 경제적 의미

조회수 2017. 12. 22. 17: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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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여러분들은 완전히 뒤바뀐 인터넷 환경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여러분들은 앞으로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광고를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또는 해외 사이트의 경우 컨텐츠 공급업자에 따라 데이터 로딩 속도가 상당히 많이 차별화 될 전망이다. 즉 인터넷 사용 환경이 완전히 뒤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미 연방통신위원회가 망중립성 원칙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설명드리자면 미 통신법 제706조의 산업 분류에서 Title 2로 지정되어 있던 인터넷 서비스 업자들은 Title 1으로 재분류되었다.


망중립성을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모두가 인터넷을 공평하게 이용할 권리' 이다. 즉 특정한 컨텐츠 사업자나 개인이 망 제공자에게 더 많은 요금을 납부한다고 해서 더 빠른 회선을 사용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커먼 캐리어 원칙(Common Carrier)으로 정의되는데, 커먼 캐리어 원칙은 '불특정한 일반 공중에게 운송/전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업으로 삼지만, 고객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인정받지 못하며 합리적인 요금을 과금할 의무' 이다. 이는 과거 영미권에서 15~16세기부터 적용되었던 유서 깊은 일종의 최고가격제이다.

이제 미 통신법 706조로 되돌아가 보자. 미 통신법에서는 통신사업자를 Title 1~4로 분류하는데, 이 중 커먼 캐리어 원칙을 가장 강하게 적용받는 분류는 유선전화 업자 등 통신사업자로 규정된 Title 2 이다. 어제 FCC의 결정은 통신사업 중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무선 ISP를 Title 1인 정보서비스업자로 재분류하는 것이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대표적인 반 망중립성 인사인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이 주도한 일로, 이미 미국에서는 그의 임명 직후부터 망중립성 폐기에 대한 예측이 있어 왔다. 다만 이제 현실화된 것 뿐이다.


문제는 이제 AT&T나 버라이즌 같은 미국의 슈퍼 통신사들은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서 회선 요금을 차별화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을 산업은 대규모 데이터를 보유 및 제공하고 이 때문에 상당한 용량의 회선을 사용하는 넷플릭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미국 인터넷 업체들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회선 요금의 인상을 염두에 두고 해당 비용을 어느 정도는 최종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 즉 가격 차별화의 효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인터넷 소비자의 전반적인 후생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 생태계의 생사여탈권이 컨텐츠 공급자들에게서 다시 통신사들에게로 넘어옴으로써 이들에 의해 컨텐츠 공급자 간의 시장 판도가 다시 바뀔 수도 있다는 것 역시 문제이다. 이를테면 버라이즌의 경우 산하에 동영상 스트리밍 자회사인 파이오스가 있는데, 망중립성이 폐기될 경우 의도적으로 자회사에 싼 값으로 빠른 회선을 몰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은 망중립성 폐기가 인터넷의 진정한 자유를 되찾아 줄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그는 대형 통신사인 버라이즌 출신이다. 의도적으로 통신사들에게 유리한 판도를 만들어 준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백 번 양보해서 실제로 인터넷 회선에 대한 가격 차별화가 공공재가 아닌 시장성을 띤 재화로써의 인터넷을 만들어 준다고 치자. 그렇다면 이 피해는 누가 입게 될까? 경제 사정이 비교적 넉넉한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주의 중산층 리버럴 계층보다는 미시시피 주의 농민이나 러스트 벨트의 빈곤한 노동계층이 당연히 더 많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이들은 이제 새로운 요금제를 선택하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느려터진 인터넷 속도를 강요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AP

FCC는 통신업자들에게 과금권을 쥐어 줌으로써 발생하는 통신사들의 부가가치가 5G 통신망 등의 신규 기술 개발의 재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글쎄올시다." 이다. 돈 들여서 5G 통신망을 개설한다 한들 그 통신망은 더 비싼 값을 책정하여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에게 울며 겨자 먹기를 강요하고 일반 개인 사용자들은 나몰라라 하면 그만인 일이다.


미국인들은 경제적 불편함과 어려움 때문에 트럼프를 선택했다고 하지만 트럼프는 그들에게서 더 많은 경제적 자유와 권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 대체 시장에서 '자유' 란 누구의 것이란 말인가?


원문: 김현성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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