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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카트의 비밀

조회수 2017. 12. 21. 12: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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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구조의 한계를 뛰어넘는 마법

살 물건이 있어 온 가족이 대형마트로 쇼핑을 하러 갔다. 마침 제철과일이 세일이라고 하기에 제철과일만 사고 매장을 나올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 저것 필요한 것들이 떠오르고, 사다 보니 어느덧 카트에는 물건이 가득차게 되었고, 애초에 사려고 했던 물건의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지출하고 나왔다.


도대체 난 마트에서 어떤 짓을 한 걸까? 난 단지 쇼핑카트를 몰고, 필요한 물건을 샀을 뿐인데 말이다.

그렇다. 당신이 몰았던 쇼핑카트 안엔 사실 여러분의 소비를 더욱 늘리기 위한 넛지들이 도처에 자리하고 있다.


카트의 색깔부터 카트의 크기, 카트에 달려 있는 각종 홀더들은 여러분이 마트에 와서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필요하게끔 하게 하기 위한 대형마트의 넛지 전략이다.


오늘은 그 넛지 전략들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어떻게 소비를 해 왔는지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이마트의 새로운 시도 ; 매장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


물론 매장 구조를 소비를 가능한 구조로 하게끔 해서 소비를 유도하는 넛지 전략도 있다. 매장의 중간에 할인요소들을 넣음으로써,


혹은 매장의 구조를 구조적으로 바꾸는 등의 전략을 통해 전략자들이 원하는 물건을 소비자들이 집게 하는 행위들도 어떻게 보면 매우 치밀하고 계획적인 넛지이며 필자가 충분히 소개할 만한 가치가 있는 넛지 전략이다.


하지만 매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넛지는 한계가 있었다. 하루마다 할인을 하기 위해서 매장 내 물건의 위치를 바꾸거나 구조를 바꾸는 것이 매장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장의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인데, 그 10시간 동안 물건의 위치를 빼고 바꾸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은 것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매장의 위치나 구조는 소비자들의 눈에 아주 잘 보이기 때문에 구조를 바꾸면 혼란이 올 수도 있었다. 물론 위치라는 넛지가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마트는 그렇게 구조적인 배치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선택설계를 통해 마트는 더 교묘하게, 자신의 물건을 더 많이 팔 수 있기를 원했다. 국내 최대의 할인마트인 이마트는 마트에 오는 소비자들이 무엇을 들고 물건을 사는지를 관찰했다.


매장의 위치를 바꿀 수 없다면, 매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쇼핑백을 이용하는지, 혹은 마트에서 제공하는 카트를 이용하는지에 대해 깊이 관찰했다. 그 결과는 압도적으로 카트를 이용하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는 결론이었다.


그리고 카트를 이용하는 고객이 더 소비를 많이 한다는 해답이 나왔다. 그래, 바로 그것이었다.


그들은 이 점에 착안하여 쇼핑카트를 ‘인체공학적으로’ 바꾸는 과감한 시도를 한다. 그리고 그 속에 수많은 넛지들을 숨겨 놓음으로써 소비자들의 소비를 자극하여 더 많이 소비하게 하도록 유도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그 속에 숨겨진 넛지들에 대해 알아보자.


 

철망에서 플라스틱으로 ; 사람들이 보기 편안해야 이용한다

인체공학적 설계가 가미된 쇼핑카트

우선 그들은 쇼핑카트의 재질을 철에서 플라스틱으로 바꿨다. 물론 비를 맞으면 철은 녹슬고 플라스틱은 녹슬지 않고, 철보다 플라스틱이 더 가벼운 소재기 때문에 바꿨을 수도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있어 철이 녹슬거나 플라스틱이 더 가벼운 것이 실질적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결정적으로 와 닿았던 것은 바로 소비자들이 느끼는 ‘시각적인 면’ 을 개선시킨 것이다. 기존 철 쇼핑카트에 물건을 담았을 때, 카트 안에 있는 물건은 카트 안에 ‘가둬진’ 것처럼 보인다.


즉, 철망 사이의 차가운 느낌으로 인해 시각적으로 좋지 않은 느낌을 준 것이다. 시각적인 요소가 소비와 무슨 상관이 있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시각적인 요소가 소비에 끼치는 영향은 분명히 있다.


단적으로 예를 들어, 이 ppt를 봤을 때 여러분은 이 사람이 만든 ppt에 설득되는가? 대개 그렇지 않다.

마트의 ‘카트’ 도 마찬가지이다. 카트가 시각적으로 편안한 요소가 되어야 카트를 이용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다.


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카트를 이용해야겠다는 욕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카트의 디자인을 가볍고 편하게 바꾼 것은 소비자들이 카트를 더 이용하게 하여 소비를 더 많이 하게끔 유도하는 넛지이다.


 

아동이 앉는 공간을 놓은 이유 ; 아이들도 소비자다


다음으로는 카트 안에 꼭 놓여 있는 아동들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거치대가 있는 이유를 여러분도 매우 궁금해할 것이다.


아동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뺀다면 카트에 더 많은 물건이 들어갈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은가? 왜 굳이 카트의 용량을 줄이면서까지 아이들을 봐 주려 하는 걸까?


늘 그렇듯 기업은 아이들에게 친절한 사람들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친절하기보다는, 아이들의 요구도 수익구조로 만들어버리는 집단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은 대답일 것이다.


이 거치대를 놓은 이유는 아이들이 원하는 물건을 소비자들이 넣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넛지이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공구세트일까? 오늘 먹을 생선조림에 필요한 무와 배추, 다시다일까? 아니다. 아이들이 마트에서 제일 사 달라고 조르는 것은 거의 두 가지 중 하나다. 과자류 혹은 장난감.


바로 이 점에 착안해서 만든 것이 아이들을 놓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즉, 마트는 아이들의 요구를 과자를 소비하거나, 장난감을 부모들이 소비함으로써 또다른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해당 넛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이 곳에 앉았을 때의 시야다. 아이들의 시야는 부모들의 시야와 정반대다. 즉, 부모들은 앞을 보고 나아가지만 아이들은 뒤를 봐야 한다.


뒤를 본다는 것은 혹시나 내 요구를 부모가 놓쳤을까봐, 자신이 필요하고 소구하는 물건에 대해 조를 수 있게끔 해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자 코너를 지나가는데 부모가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를 지나쳤을 때, 아이는 그 과자를 다음 코너로 넘어갈 때까지 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아이의 특성상 그 과자를 사 주지 않으면 세상을 멸망(?)시키겠다는 굳은 각오로 이야기하고, 필요시 울음도 불사할 각오가 되어 있으니 부모들이 그 과자를(실제로 사려고 하지 않았던 과자를)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컵홀더와 핸드폰홀더의 정체 ; 다 필요없고 쇼핑에 집중해라


또한 마트는 쇼핑의 즐거움과 몰입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손에 걸리적거리는 요소들을 카트에 놓을 수 있도록 하여 물건을 더 많이 사라는 넛지의 신호를 보낸다.


대표적인 것이 컵홀더와 휴대폰 홀더이다. 컵과 휴대폰의 공통점은 쇼핑을 할 때 손에 들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있다는 건 꽤 불편하고 신경쓰이는 일이다. 특히 휴대폰은 카카오톡 메세지, 전화로 계속 진동을 울리기 때문에 쇼핑의 몰입도에 있어서 방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은 카트의 왼쪽에 컵홀더, 카트의 오른쪽에 휴대폰 홀더를 놓아 소비자들이 마트에서의 쇼핑행위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이것은 일종의 ‘잭나이프’ 와 비슷하다. 우리가 잭나이프(만능형 칼)을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그것이 가지고 있으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제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칼을 사는 결정적인 이유는 필요할 때 다른 걸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증가한다.  하나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고, 귀찮지 않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쇼핑카트의 작은 홀더는 우리에게 더 많이 소비하고, 더 집중해서 소비하라는 메세지를 가지고 있다.

 


쇼핑카트에 100원을 넣는 이유 ; 제일 많이 가지고 다니니까


생각보다 돈을 많이 쓴 쇼핑을 끝내고 나와 집으로 갈 때, 우리는 쇼핑카트를 제자리에 놓으며 카트 안의 100원을 뺀다.


그런데 이 100원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100원은 무질서를 막기 위한 일종의 ‘보증금’ 과 같은 넛지이다. 물론 100원으로 인해 그 수많은 카트들이 질서정연하게 있는 것은 신기하지만 왜 하필 100원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100원은 부담이 없는 금액이기 때문에 지갑의 잉여자본을 쉽게 투자할 수 있으며, 카트가 만약 질서정연하게 위치되어 있다면 자기 자신도 ‘질서정연’ 에 동참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영향력 때문이다.


즉, 카트에 돈을 넣기까지는 100원이라는 금액이 가지는 가치로 인해 사람들이 움직이는 반면, 카트를 다시 넣을 때에는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인한 사회적인 압력이 원인인 것.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혹시 10원짜리나 50원짜리를 동전에 수십개씩 넣고 다니는가? 만약 10원짜리나 50원짜리로 카트를 사용할 수 있다면 동전교환대에 당신의 100원이나 500원을 선뜻 동전교환기 안에 넣을 것인가?


당연히 아니다. 왜? 화폐의 가치가 낮고 잘 쓰이지 않기 때문에 똑같은 돈이지만 사용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100원은 그렇지 않다. 거스름돈으로 충분히 있을 만한 화폐단위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00원을 사용하는 것이다.


쇼핑을 끝내고 다시 100원을 받을 이유는 없다. 우리는 우리가 놓고 싶은 곳에 쇼핑카트를 놓고 100원을 포기하면 된다. 그런데 100원을 굳이 받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 눈 앞에 놓여 있는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고, 사회적 압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만일 100원을 포기한다면 자신의 신체적인 만족은 높아지겠지만, 사회적인 압력으로 인해 전체적인 정신적 만족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하여 사실상 신체적인 소모를 더 하는 쪽으로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로 카트가 3개가 남으면 새로운 카트를 가져다 놓는다. 카트가 하나, 두 개 있는 것으로는 사회적 영향력이 발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원문: 고석균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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