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다이어리의 비밀

조회수 2017. 12. 20. 10: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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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를 받기 위한 프리퀀시를 사고팔기도 한다

커피 전문점을 들어가면,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은은한 조명, 클래식풍의 음악과 맵싸하게 퍼지는 커피콩의 향기가 뒤섞이는 것을 두 눈과 귀, 코로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오감의 강렬한 느낌을 경험한 후, 자리를 잡고 나는 다시 주문을 하러 간다.


문득 주문을 하려다 보니 다이어리가 보인다. 다이어리를 보니 벌써 한 해가 지나가고,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문득 다이어리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충동적으로 들게 된다.


우리가 커피 전문점을 가게 되면, 주문대의 한 켠에 다이어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플한 느낌의 색상과 왠지 모르게 편안함을 주는 디자인과 촉감은 우리가 커피를 주문하면서, 다이어리를 함께 사게 만드는 강렬한 유혹을 자극하게 된다.


이러한 유혹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가 카페 다이어리에 끌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예쁜 것뿐만 아니라 치밀한 선택 설계를 통해 소비자에게 필요하도록, 소장 가치가 있도록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카페 다이어리 속에 숨겨진 선택설계, 즉 넛지는 무엇일까? 지금부터 그 비밀을 하나씩 파헤쳐 보도록 하자.


 

카페 다이어리, 10개월의 대장정


한 해의 기록을 정리하는 다이어리, 그렇다면 커피 전문점 중에서 다이어리를 가장 먼저 도입한 기업은 어디일까?


바로 스타벅스이다. 스타벅스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매해 11월 다이어리를 공개하며 현재는 약 44만~60만 개 정도의 수량을 판매하고 있으며, 매해 매진을 기록하며 다이어리는 매해 연말, 모든 고객들이 일종의 연례행사처럼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단순히 다이어리의 제작 과정이 아니다. 이 과정은 철저하게 고객 중심적으로 만들어지며, 고객의 욕구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스타벅스 코리아에 따르면, 다이어리 담당팀은 다이어리 증정이 끝나는 1월 초부터 1년 동안 수천에서 수십만 건의 고객 의견을 받는다고 한다.


고객 의견을 받은 후, 그 의견을 일일이 다 읽어 본다. 그들이 고객의 의견을 하나하나 읽어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객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 더 사랑받는 다이어리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고객의 의견을 모두 읽어 본 후, 다음 단계에서는 컨셉과 디자인 구상을 시작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다이어리의 핵심 메시지와 디자인 방안에 대해 의논하며, 이 단계에서 앞서 이야기했던 고객들의 요구를 채워 넣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다이어리가 제작되게 되고 이러한 과정이 걸리기까지는 약 10개월이 걸린다.


이렇게 수많은 공을 들여 만들어 낸 다이어리를 스타벅스는 분명 더 많이 판매하고 싶을 것이며 더 많이 주목받고 싶게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스타벅스는 그들의 다이어리를 더 돋보이게 하고, 더 좋게 만드는 선택설계, 넛지 전략을 만들어 다이어리에 적용하였고, 이 넛지 전략이 주효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스타벅스 다이어리 속에 숨겨진 넛지 전략은 무엇인가?

 


다이어리의 위치가 계산대에 있는 이유


첫 번째, 당신이 매장에 들어갔을 때 스타벅스 다이어리의 위치를 자세히 들여다 보라. 다이어리의 위치가 거의 대부분 계산대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들은 다이어리의 위치를 계산대 앞으로 정한 것일까? 이에 대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사람은 모든 행동을 단순하게 하고 싶어한다

사람은 생각보다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본능적인 동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을 유도하는 것보다, ‘이왕 ~를 할 때 ~를 같이 하자’라는 감정을 유발시키는 것이 더 효과가 있다.


기업이 다이어리를 계산대에 놓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커피를 결제할 때 어차피 결제할 겸 다이어리 예쁘니까 다이어리를 구매하자!’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뜻한 정서를 유발하고 싶어한다

사람은 무엇인가를 볼 때, 시선을 유도하는 과정보다는, 무엇인가가 주는 정서 자체에 더 반응한다. 다음 사진을 보자.


당신은 이 사진을 봤을 때, 사람들이 손을 대고 있는 연탄 자체에 주목했는가, 아니면 연탄이라는 물건이 주는 따뜻한 느낌을 떠올렸는가? 당신은 전자보다 연탄을 보고 따뜻한 느낌을 떠올린 후자의 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연탄이 따뜻한 느낌을 준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었는가? 바로 연탄 주변에 있는 손의 느낌을 대략적으로 파악했던 것이다.


당신이 과거 손이 얼어서 손을 녹였던 경험이 되었든, 그게 아니든 간에 어쨌든 인간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주변 상황을 판단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카페는 대개 차가운 느낌보다는 따뜻한 느낌을 줘야 한다. 그 이유는 따뜻한 느낌을 줘야 고객들이 그 공간에서 더욱 쉬어가고, 더욱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따뜻한 느낌 위에 다이어리를 놓게 되면 사람들은 다이어리를 차가운 느낌의 책이 아닌, 주변의 따뜻한 느낌을 바탕으로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다이어리’ 라고 인식하게 되며, 이러한 인식으로 인해 다이어리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그 만족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게 하고 싶어한다

다이어리가 계산대에 있는 이유는, 제품이 눈에 들어오고, 머릿속에서 생각을 하고, 대안을 고려하는 등의 제품 구매 과정을 생략하게 하여 자신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당신이 다이어리를 보고 구매를 망설이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자.


당신의 뒤에는 2명의 사람이 있으며 곧 당신은 주문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신은 물론 뒤에 있는 두 사람의 안위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당신이 주문을 늦게 하면 뒷사람이 짜증을 내는 상황을 상상한다. 즉, 뒷사람의 눈치를 보게 된다.


이러한 시간적 압박 속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두고 해야 하는 상황을 생략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한 대안을 설정하는 과정이다.


이 다이어리 말고도 다른 다이어리는 얼마지? 등의 과정은 당신이 대안을 설정하여 합리적인 구매를 위해 노력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그런데 시간적 압박 속에서는 이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당신이 구매를 결정하게 된다면, 당신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이 다이어리를 사지 않겠다. 혹은 구매하겠다고 결정하는 과정을 생략하는 것이다.


결국 해당 다이어리의 대안을 줄여 버리기 위해서, 구매결정이 이루어지는 가장 최전선의 장소에 다이어리를 배치하는 것이다.


 

다이어리의 가격 ;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스타벅스의 다이어리 가격은 다른 다이어리 가격에 비해 저렴하지 않고 비싼 편이다. 실제로 2018년의 다이어리 가격은 32,500원이다. 그렇다면 다른 다이어리의 가격은 어떨까?

다른 다이어리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평균 8,000원에서 15,000원 사이의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다이어리의 가격을 비싸게 받은 것일까? 고객의 요구를 찾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32,500원은 철저히 의도된 가격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 차별화 효과


다른 다이어리와 달리 스타벅스 다이어리의 가격이 비싼 이유는, 다이어리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자기에게 신경쓰는 사람’ 이라는 것을 강조하도록 만들기 위한 의도다.


다시 말해서 다이어리가 단순히 일정을 기록하는 용도가 아닌 또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도록 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구분지으려고 하는 특징이 있으며,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은 반드시 지켜야 하며, 남이 나와 비슷한 것을 하게 되면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는 누구나 사는 제품이 아닌, 나만이 살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버리는 것이 필요했다.


실제로 사치품의 가격이 높은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제품의 질을 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보고 구매하거나 심리적 상황에 따라 구매한다.


 

더 소중히 여기게 만들기


다음 두 가지 제품이 있다. 당신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 있다면, 어떤 제품을 소중히 여기겠는가?

A : 1000원짜리 펜
B : 30000원짜리 펜

당신이 두 가지 제품을 봤을 때, 당연히 당신은 A보다 B를 더 아끼면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가격이 비싸서라기보다는, 당신이 1000원과 30000원이라는 가격을 봤을 때,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제품에 대해 ‘소모성’ 이라고 인식해 버리기 때문이다. 즉, 다 떨어지면 다시 사면 되지라는 심리를 유발해 A를 더 막 쓰도록 만든다.


다이어리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스타벅스 다이어리와, 5000원짜리 다이어리를 마주한다면, 어떤 것을 더 아끼고, 정성스럽게 다룰 것인가?


당연히 스타벅스 다이어리다. 결국 상대적인 비교를 통해 자신의 제품을 더 정성스럽고, 아름답게 쓸 수 있도록, 그리고 중간에 버리지 않도록 만드는 비결이 있는 것이다.


 

다이어리 수량 ; 희소성


또한 스타벅스는 다이어리를 절대 1년 내내 팔지 않는다. 그들은 판매 기간과, 판매 수량을 모두 한정하고 제품을 판매한다.


그들이 이렇게 제품을 한정적으로 만드는 이유는, 사람들이 희소성의 가치를 알도록 만들며 사람들의 상대적인 구매 만족도와 구매에 대한 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다. 한정판 수량이라고 하는 제품은 사지 못해 안달이지만, 무한대로 제공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언제든 살 수 있다고 인식한다. 이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희소성에 따라 우선순위가 될 가치를 판단하는 경향 때문이다.


언제든 살 수 있다면 굳이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언제든 살 수 없는 것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려고 하는 경향이 여기에 반영된다.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알고 있기에 스타벅스는 다이어리의 판매 기간과 수량을 모두 한정한다.


 

결론 ; 고객 심리의 집약체, 다이어리


다이어리를 보면,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심리와 요구사항을 모두 예측할 수 있다. 다이어리의 존재 목적은 지나가는 해를 적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객들은 과거보다 더 지갑을 여는 데에 인색하지 않다.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기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면 그들은 기꺼이 공부와 관련된 제품을 살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은 최적의 제품을 만들고 최적의 고객들을 유혹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러한 고객 심리를 모두 담는 것은 바로 다이어리가 아닐까 싶다.


스타벅스는 이 점을 제대로 이용했기 때문에 현재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고 적절한 선택설계, 즉 넛지를 배치하여 고객들이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아름다운, 좋은, 특별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원문: 고석균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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