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에 군공항이 들어서면 안 되는 이유 : 제2의 시화호를 낳을 수 있는 환경파괴 간척사업

조회수 2017. 12. 13. 11: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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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의 처참한 사태를 다시금 반복할 수는 없다

남양만과 화성호에는 2016년 기준으로 법정 보호종(멸종위기종 또는 천연기념물) 조류만 20종이 넘게 살아가고 있다.


 

남양만은 국제적 중요 도요물떼새 기착지…붉은어깨도요 국내 최대 도래


가장 유명한 종은 도요물떼새이다. 물갈퀴가 없어 물에 뜨지 못하는 도요물떼새들에겐 만조 시 바닷물을 피해서 쉴 공간이 꼭 필요하다. 만조 시 쉴 공간뿐 아니라 항시 새들이 먹고 자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화성호는 큰 역할을 감당한다.


파도가 급히 밀려오거나 천적이 뜨면 도요물떼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른다. 장관이다. 일명 새들의 군무. 아이돌그룹만 군무를 추는 게 아니다.

출처: 화성환경운동연합 정한철
화성호에서 쉬던 민물도요들이 수면 위를 날고 있다. 아마도 매 한 마리가 떴던 걸로 기억한다.

과연 남양만이 도요물떼새에게 중요한 서식처인가. 각종 문헌과 현장조사 결과를 보자.


먼저 환경운동연합을 중심으로 14개 환경단체가 함께했던 ‘습지보전연대회의’는 이미 1998~1999년 조사를 통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중요한 물새” 12종, 29,613개체가 관찰된 남양만은 개체수로 전국 17개 중 5위에 랭크되었다.

출처: 야생조류교육센터 그린새 서정화
화옹방조제 앞 매향리갯벌에서 맹금류를 피해 날아오르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보호종이며 국제적 보호종인 붉은어깨도요와 민물도요 등 도요물떼새들. 아름답지 아니한가.

해양수산부가 2015년 발표한 <연안습지 바닷새 보전·관리 연구 「도요물떼새 전국 동시 조사」>에 따르면, 도요물떼새 도래지 전국 30개 조사 지역 중에서 1~2위에 랭크되었다. 봄철 2만 마리가 넘게 도래하는 전국 오직 3곳 중 하나이다.

 


멸종 위기 및 천연기념물 조류의 천국, 남양만


남양만을 찾는 새는 봄가을 도요물떼새뿐이 아니다. 여름철새인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가 매우 즐겨 찾는다. 남양만은 이들에게 안정적인 서식처이다.


저어새는 한국에서만 번식하는 국제 보호종으로 멸종위기야생생물1급이자 천연기념물 205호로 지정되어 있다. 1988년에는 전 세계 개체수가 288마리에 그쳤는데, 동아시아 각국의 보호 노력에 힘입어 차츰 늘어 현재 3000여 마리가 되었다. 저어새 전 세계 개체수의 6% 이상이 남양만에서 정기적으로 서식한다.

출처: 화성환경운동연합 정한철, 윤순태
저어새들. (위) 화성호에서 편안히 자고 있다. 휴식 시간엔 몸단장에 열중하기도 한다. (아래) 2017년 9월 18일 200여 마리 저어새가 화성호에서 부지런히 먹이를 먹고 있다.

노랑부리백로 역시 최근 남양만을 의존하는 개체가 늘었다. 위 <매향리갯벌 습지 시민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많을 때는 10월에 132개체, 9월에 111개체가 관찰되었다.


8~10월에 안정적으로 100마리 이상 남양만을 찾았고, 5~7월과 11월에도 1~8개체로 비록 적은 수였지만 발견되었다. 노랑부리백로 역시 전 세계 개체수의 6% 이상이 매년 화성갯벌, 즉 남양만에 의존해 산다.

출처: 화성환경운동연합 정한철
남양만 노랑부리백로. 논에서 흔히 보는 쇠백로와 덩치는 비슷하지만 번식기에 머리 뒤 댕기깃과 목 아래 장식깃이 화려하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부리도 (주황빛 가깝게) 노랗다. 전 세계 2,000마리 남짓 생존한 국제적 보호종으로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361호.

황새는 한국에서 멸종한 종으로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이며 천연기념물 199호다. 한일 양국이 복원에 힘쓰고 있는 국제적 보호종이다.


지난해 9개체가 화성호에서 월동하였고, 올해는 한 마리를 발견하였다. 흑두루미는 2016년 3월 16마리를 관찰했고 2017년에는 보지 못했다. 큰고니는 2016년 3개체, 2017년 7개체 관찰했다.

화성호에서 쉬고 있는 황새.

남양만에서는 희귀한 맹금류들도 다수 만날 수 있다. 이미 10여 종의 맹금류가 발견되었다. 특히 화옹지구라 불리는 간척농지를 서식처와 번식처로 이용하는 맹금류가 많다.


맹금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화성호와 화옹지구 일대의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되었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연안습지와 염생습지, 민물습지가 공존하는 곳이어서 맹금류가 선호하는 먹이로 가득하다.

출처: 화성환경운동연합 정한철
화성호 매(어린새).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 천연기념물 323-7호.



남양만 파괴의 제1 위협 : 공군전투기지가 화옹지구에?


이렇듯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 남양만이 파괴될 위기에 처했다. 모두가 힘을 합쳐 지켜도 모자랄 판에 파괴 위기라니?! 이 무슨 일인가.


2017년 2월 16일 남양만 ‘화옹지구’ 간척사업지가 수원공군전투기지의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되었다. 수원시와 화성시에 걸쳐 있는 소위 수원군공항은 지난 60여 년간 인근에 거주하는 수원·화성시민에게 피해를 끼쳐 왔다.


도시가 공군기지 바로 앞까지 팽창하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염려는 커지고 소음으로 인한 피해나 재산권 침해 불만이 높아졌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수원시는 2013년 제정된 군공항이전법에 따라 2014년 ‘수원군공항 이전 건의서’를 국방부에 제출한다. 국방부는 2015년에 승인한 뒤 2년 가까이 지난 2017년 2월 화옹지구를 수원군공항의 단독 예비이전후보지로 발표한다.

물론 이는 수원시에서 독단적으로 내놓은 안으로, 아무런 행정적 강제력이 없다.

이는 국제적 습지 남양만의 생태 현황과 가치를 몰라서 하는 시도다. 위에서 보았듯이 남양만은 멸종 위기종 또는 천연기념물만 24종 이상 서식하고 있다.


이러한 습지에 공군전투기지를 건설한다면 소음 및 진동, 먼지로 인해 새들의 안정적인 서식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다.


화옹지구는 간척사업으로 만든 땅이다. 호곡리 원안리 화수리 일대 역시 연약지반이다. 여기에 활주로를 놓기 위해서는 땅을 단단히 해야 할 것이고, 땅을 단단히 하기 위해서는 상상할 수 없이 많은 골재와 흙을 쏟아부어야 한다. 파일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깊이 박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군공항 건설 공사는 남양만 파괴와 다름없을 것이다. 갯벌이 있으나 갯벌이 없는 것과 같을 것이다. 날아오는 토사가 갯벌을 덮어 뭇 생명들이 죽임당할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더라도 갯벌 위에 새들이 오지 않을지 모른다. 남양만에 오지 못한 새들은 갈 곳이 없다.

출처: 화성환경운동연합 정한철
일명 ’13번 습지’에서 저어새들이 놀고 먹고 쉬고 있다. 저들이 그냥 저대로 살 수 있기를.

남양만이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면 되지 않나. 아니다. 슬프게도 그렇지 않다. 새만금 사업으로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갯벌이 사라지면서 갯벌에 기대 살던 하늘의 별과 같던 생명들은 목숨을 잃었고 그들과 더불어 살던 붉은어깨도요 19만 마리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다. 남양만에 1~2만 마리가 올 뿐이다.


갯벌 파괴는 곧 죽음을 의미한다. 2만~3만㎞를 여행하며 사는 도요물떼새에게 너르고 건강한 갯벌은 생명장치이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놀이터가 아니다. 수원군공항 이전 사업은 ” 反생명, 反생태, 反윤리”라는 국제적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출처: 한국일보
수원시에서 제시한 소음영향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투기는 바다 방향으로 이륙한다. 그 방향은 사시사철 철새가 가장 많이 휴식하고 머무는 곳이다(노란 원).



돌아올 수 없는 철새, 돌아올 수 없는 환경


어찌어찌하여 전투기지 건설을 마쳤다고 치자. 그래도 문제다. 어쩌면 철새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아니, 공사 중에도 겨우겨우 살아 여전히 거기 있었을 수도 있다. 여하간 이번엔 전투기 운용으로 인한 피해가 시작된다. 사람의 목숨까지 위험해진다.

광주에 전투기가 추락한 게, 불과 4년 전 일이다.

만약 국방부와 수원시의 주장대로 전투기가 바다 쪽으로 이륙하게 되면 버드스트라이크(운항 중인 항공기에 조류가 충돌하여 생기는 항공사고)의 가능성이 생긴다.


공항 활주로 각도를 어떻게 하든 간에 새들은 갯벌과 습지 어디든 존재하기에 위험은 항시 따라온다. 매향리갯벌과 화성호를 방조제 위를 통해 넘나들기에 더욱 위험하다.


새가 시속 380㎞ 비행기에 1㎏ 정도의 새가 충돌하면 약 5t의 충격 효과가 생긴다고 한다. 1.8㎏ 새가 시속 960㎞ 비행기와 부딪히면 64t의 충격이 발생한다고 한다. 버드스트라이크, 무서운 일이다.


값비싼 전투기를 잃을 수 있고, 심지어 파일럿까지 잃을 수 있다. 전투기가 불시착하거나 추락하면 인근 주민들 역시 위험하게 된다.

이런 일까지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남양 방면의 육지로 이착륙을 시도할 것인가. 그것은 수원시와 국방부의 애초 약속과 다르다. 수원군공항 이전은 화옹지구으로 옮길 시 소음 피해가 없을 것을 전제로 한다. (바다로 뜬다고 소음이 없는 것도 아니고 소음 완충 지역을 포함한 440만 평의 넓은 기지를 세운다고 해서 전투기 소음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결국 수원군공항 이전은 자연과 사람 모두 파괴하게 되거나 혹은 거짓말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생명.평화의 땅 남양만…전투기 굉음 말고 도요새 소리로 가득하기를


남양만은 대한민국 최고의 물새 서식지다. 이리 말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아니다. 최고든 꼴찌든 무슨 상관이랴. 신이 생명에 등급을 매기더냐. 생명은 존채 자체로 귀하지 않더냐. 생명이 충만한 땅 갯벌은 그래서 어디서든 소중하다.


시대가 바뀌었다. 시민들은 ‘돈보다 생명’, ‘생명과 안전’을 요구하고, 누구나 자연의 소중함을 말하는 시절이 되었다. 미세먼지와 가습기살균제, 세월호는 우리에게 잊지 못할 교훈을 남겼다.


더 이상 검은 굴뚝은 환영받지 못하고 고속도로는 함부로 산을 자르거나 뚫지 못한다.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다”는 말은 이제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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