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의 착취 : 통큰치킨과 평창 롱패딩의 역설

조회수 2017. 12. 2. 11: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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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가끔 이상한 논란이 일어나는데, 시장의 균형가격보다 상대적으로 더 낮은 가격에 제공되는 재화가 출시되는 경우 기존에 공급되던 재화의 가격에 대해 백이면 백 ‘폭리’ 논란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통큰치킨’ 대란이 그러했고, 이번 ‘평창롱패딩’ 때도 비슷한 현상이 재현되려 하니 상당히 우려스러운 지점이 있는 것이

다.

출처: 인사이트

2010년 당시 통큰치킨도 생각해 보면 가격이 고작 5,000원에 머무를 만한 이유가 있었다. 왜냐하면 통큰치킨을 구매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높았기 때문이다. 일단 다른 치킨 브랜드점에 비해 통큰치킨을 판매하는 롯데마트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통큰치킨은 접근성부터가 불편했다. 배달 기능을 활용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치킨무 등 사이드디쉬도 제공되지 않았다. (여태까지 배달이나 치킨무를 ‘서비스’ 라고 생각해 오셨다면 한 번 다시 생각해 보시기를 권한다.)


게다가 식품이기 때문에 재고를 많이 보관하기가 만만치 않아 일일 공급량에도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즉 통큰치킨을 사 먹기를 원하는 고객은 집 근처 롯데마트를 탐색하여 그곳까지 찾아가 길게 줄을 늘어서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뿐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매하지 못하는 리스크까지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리스크를 정량적으로 환산하기는 불가능하겠으나 적어도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를 ‘폭리’로 몰아세우기에는 가격의 격차가 많이 좁아질 것이다.

출처: SBS
롯데백화점 잠실점 애비뉴엘의 평창 팝업스토어 앞에서 평창올림픽 기념 롱패딩을 사기 위해 1천여 명의 시민들이 줄지어 있다.

이번 ‘평창 롱패딩’ 도 마찬가지이다. 시중의 3-50만 원을 호가하는 브랜드 패딩들을 향해 ‘폭리’가 아니었냐고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있는 모양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기본적으로 평창롱패딩은 롯데백화점이 자체적으로 기획한 행사상품이다. 따라서 기존에 브랜드 업체가 백화점에 입주하여 상품을 판매할 때 백화점 측에 납부해야 하는 판매수수료를 떼지 않는다는 것이다. 판매수수료 부분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를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통해 풀어 보자.


2016년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에 의하면 국내 백화점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22% 수준이고, 롯데백화점의 판매수수료는 23.8% 수준인데, 이것마저도 국내 브랜드는 해외보다 실질수수료율이 8.3%p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때문에 국내 브랜드에 적용된 백화점의 평균 명목수수료율은 27.5% 수준이다. 즉 ‘평창롱패딩’은 시작부터 30% 가까운 비용을 절감하고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각 브랜드가 입점해서 물건을 판매할 경우 추가로 들어가는 인건비 등을 생각하면 당연히 이보다 더 저렴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종류의 물건 중에서도 비싼 물건은 비싼 이유가 있고, 싼 물건은 싼 이유가 있다. 어쩌다가 우리 생각보다 더 저렴한 물건이 나왔다고 해서 기존에 그렇지 않았던 물건들이 무조건 ‘폭리’를 취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노스페이스 파카도 롱패딩도 다 우리 스스로가 입고 다니면서 ‘유행’을 만들었기 때문에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당연히 오르고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유행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폭리라는 생각을 해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경제를 이해할 때 재화의 가격 개념을 왜곡되게 인식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수요/공급의 기초적인 정의와 재화의 구입에 따른 기회비용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국종 교수도 JTBC에서 “생명을 다루지 않는다고 해서 열심히 노력해 기술을 발전시킨 성형외과 의사들을 폄하하지 말라.” 고 호소한 것이다. 우리가 먹고 입는 것에 대한 원가와 폭리라는 일차원적인 개념에 집중하는 사이, 그 논리 때문에 실업계 현장실습생들은 도구 취급받으며 사고로 목숨을 잃고 최저임금 이하로 일하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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