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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

조회수 2017. 11. 29. 14: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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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을 생각한다면 읽어봐라. 내가 모든 진실을 말해주겠다..

퇴사, 스타트업이 트렌드?


퇴사, 이직, 스타트업 창업, 마치 지금 해야 할 일인 듯 여기저기서 부추긴다. 결정하지 않으면 뭔가 결단력이 없어 보이는 듯 쳐다보는 자기계발서들, 간혹 들려오는 아는 사람의 창업과 대박 이야기, 마치 퇴사를 하지 않으면 유행에 뒤처지는 것 같은… 퇴사와 스타트업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물론 퇴사는 어렵다

필자의 이직은 마침 그 시류에 맞춰 이루어졌다. 과거부터 스타트업 미디어 등에 몸담았었고 스타트업 필드는 언젠가 돌아갈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트랜드에 편승한 건 아니라 하고 싶지만, 본의 아니게 요즘 HOT 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이라는 토픽에 딱 맞는 표본이 될 만한 이동이다. 재계 서열 1, 2위인 S그룹, H그룹의 연구소, 기획실에서 약 10년간 근무하고 이직한 곳이 스타트업 미디어 ㅍㅍㅅㅅ이니 스타트업 라이프에 대해 이런저런 할 말이 좀 있다.



예상치 못한 일들….


수평적인 의사소통, 자율적이고 개성 있는 문화, 개인 아이디어의 실현, 빠른 의사결정, 그리고 혹시 모를 대박 EXIT. 스타트업의 장점 정도는 관심 가진 이는 이미 알고 있고, 구글링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불안정성, 낮은 급여, 회사 네임 밸류 저하에 따른 의기소침 등의 단점 역시 대부분 잘 알고 있는 사실. 정작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필자가 보고, 마주치고 있는 것 중 그 중요성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다.



고민의 양과 질, 이 山이 아닌가벼


소수의 인원이 다양한 일을 처리해야만 하는 것이 스타트업이다. 규모에 따라 기획, 개발, 마케팅 등을 1명이 하는 경우도 있으며, 멤버 전원이 올라운드 플레이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오전에 상품기획 회의를 하고, 사무용품을 사러 잠깐 나갔다가 오후에 펀딩 면담을 진행하며, 저녁에 광고를 집행하고 야밤에 코딩하는 식의 다양한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늘 일어나는 것이다. 거기에 관련 산업 분야 동향도 체크해야 하고, 벤치마킹도 해야 하고… 등등. 물론 대기업도 진급하면 할수록 여러 분야에 관여하고 다양한 회의에 참여하는 식으로 업무가 이루어지긴 한다.


하지만 윗 직급일수록 부하직원에게서 보고 받은 내용으로 협의/결정하는 일에 집중하며, 실무에서는 손을 놓기에 스타트업의 동시다발적인 업무 발생 및 처리와는 성향이 다르다.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에서는 정작 무엇 하나 집중해서 고민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창업자는 시간을 금으로 여기며, 꽤 많은 대표가 잠을 줄이며 일해 수면 부족을 겪고, 이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 또한 업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빠른 의사결정, 스타트업이 갖는 장점 중 하나다. 하지만 치밀하게 준비하고 고민할 여력이 점점 부족해지는 상황에서의 결정까지 빠르게 해야 하니 그 결론은 ‘‘해보니 아니네?’ 혹은 ‘알고 봤더니 못하는 거군’ 식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그것은 ‘시행착오’로 포장되지만 사실은 꼼꼼하고 깊은 고민이 부족해서 생긴 기획의 실패였을 확률도 은근 무시할 수 없다.

꼭 가봐야만 아는 건 아니다



어려운 건 ‘업무’만이 아니야…


대기업의 경우 총무 조직이 별도 협력사 계약을 통해 기본적인 청소, 방역, 소독, 등의 관리를 진행한다. 스타트업의 경우 당.연.히 이러한 것이 없기에 구성원들이 신경 쓰지 않으면, 각자의 자리와 사무실은 쓰레기 더미가 쌓이고, 화장실도 구질구질해질 수 밖에 없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시간을 어디서 빌려와도 모자랄 판이기에 청결은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의 우선순위에서 점점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 근무환경은 업무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지저분하고 산만한 환경에서의 업무는 그렇지 않은 상황보다 분명 마이너스다. 이 부분에 대한 중요성 때문에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업무 환경, 특히 공장에서는 ‘정리·정돈·청소·청결·습관화’를 필수화하는 캠페인(5S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물론 근무환경이 집중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난이도 상, 세무·노무·법무 이슈,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사업은 국가가 정한 ‘법’이라는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직원을 고용하고, 임금을 주며,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 세금을 내며, 그 과정에서 진행하는 모든 약속은 ‘계약’하에 진행된다. 각 분야의 업무는 관련 ‘법’을 잘 알고, 우리가 이를 준수하는지 못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세무사, 노무사, 변호사 등의 도움을 받아 진행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경우 내부조직에 해당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으며, 필요 시 외부 법인에 의뢰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스타트업이 겪는 여러 문제 중 하나가 이 ‘세무·노무·법무’ 분야인데 모든 것을 외부 법인에 의뢰하거나 전문가 채용은 비용이 부담스럽고, IT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내부조직에서 스터디를 통해 해결하기에도 굉장히 어렵다.


사업 현황 파악 및 세금 계산, 재무제표 작성을 위해서 지출을 정리하는 작업을 예로 들면,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나 회계 조직이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계산서를 처리하고 각종 증빙을 정리하는 방법은, 영수증을 A4지에 붙이고, 내역을 엑셀 파일에 꼬박꼬박 기록하는 수밖에 없다. 또 부가세, 원천세 등의 각종 세무 처리 및 신고, 등기 등 챙겨야 하는 게 너무도 많고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대처는 ‘OOO세무사’ 같은 영세 세무사에 전화로 물을 수밖에 없다.


필자가 ㅍㅍㅅㅅ에 막 합류했을 때가 딱 이 상황이었다. 세무 관련 문의는 전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해당 업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말로 궁금한 사항을 정확히 전달하기 어려워 원하는 답을 얻기에 한계가 있었다. 또 전화 연결 자체가 바로바로 어려울뿐더러 어쩔 수 없이 일과 후 시간에는 문의할 내용이 있어도 통화가 안 되거나, 연결이 되더라도 괜히 미안해지는 등의 애로사항도 존재했다.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된 필자는 이 상황에서 솔직히 멘붕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노력과 시간을 더 투입할 수밖에 없지만, 다행히 최근에는 여러 대안이 나타나 ㅍㅍㅅㅅ도 이를 적극 사용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특히 회계 분야에서는 자비스라는 서비스가 구세주였다. 영수증 사진을 찍으면 이를 정리해 주는 것으로 시작한 자비스는 세무 신고, 등기변경 등의 법무 지원, 급여 계산 등 세무사와 법무사의 영역을 클라우드 형태의 온라인으로 확장한 서비스다.

영수증을 붙이던 구태
자비스로 사진을 찍으면
데이터화 되어 저장됨

영수증 처리 및 정리는 그 유용성에 대해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맘에 드는 매력적인 부분은 질의응답 기능이다.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세무 관련 확인해야 할 점이 의외로 많은데, 이를 전화나 구글링으로 답을 찾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자비스에서는 채팅으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신속하게 처리되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는데 Text로 질의/응답 기록이 남는다는 점이 더 큰 장점으로 보인다. 관련 사항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기도 쉽고, 훗날 찾아보기도 좋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중하자.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기업은 총무, 회계, 등의 조직 또는 전담인력이 처리함으로써 다른 인원이 더욱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지만, 스타트업의 경우 소수의 인원이 이를 안고 가야 하기에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떨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다행히 세무적인 부분은 좋은 서비스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생산성 앱의 사용, 새로운 접근방식의 적용,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다. 물론 기본적인 대응방식은 ‘삽질’이다. 하지만 본질을 고민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기에 어떤 방식이 되었건 우리의 시간을 아껴주면서도 수준까지 높여주는 해결 방식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 그것이 스타트업이 극복해야 하는 또 하나의 허들일 것이며, 이는 아마도 스타트업이라는 여정의 길목마다 마주쳐야 할 부분일 것이다.

어떻게든 해보자



PS.


최근 입주한 건물에 난방이 안 된다는 것을 입주하고 나서야 안 ㅍㅍㅅㅅ는 고민 끝에 등유 난로를 사용해 연말을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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