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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드럭스토어의 비밀

조회수 2017. 11. 2. 14: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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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를 유도하는 선택설계

길을 걷다 보면 반드시 한 번씩 마주치는 것들이 있다. 하나는 편의점, 하나는 카페,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드럭스토어다. 화장품은 이제 단순히 그 자체의 가치보다는 미(美)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한 데 모이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과거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화장품은 자연스럽게 남성에게까지 확대되었다. 이 열풍의 중심에는 드럭스토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럭스토어는 어떻게 우리 곁으로 들어왔을까? 사실 먼저 들어왔다기보단 우리가 많이 소비하기에 따라 온 게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드럭스토어에도 일종의 소비를 유도하는 장치들이 숨어 있지 않을까? 우리는 이 공간에서 어떤 선택설계에 의해 소비하는가? 지금부터 그 작은 비밀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드럭스토어에서 소비를 유도하는 몇 가지 넛지를 찾아 소개한다.



1. 쇼핑바구니를 놓자: 꽉 채워야 성이 풀리는 인간의 본능

출처: 머니투데이

위 사진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실제 익명 어플에 질문을 한 결과 병을 본 대다수의 사람들은 페트병에 물을 채우겠다고 이야기했다. 즉 인간의 ‘채우고자 하는 욕구’가 발현된 것이다. 인간은 비어 있는 무엇인가를 봤을 때 이를 채우려고 하는 본능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


드럭스토어 입구에 들어서면 대부분 오른쪽에 작은 철제 쇼핑바구니가 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집는 이 쇼핑바구니는 쇼핑의 편의를 위해 비치된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이 철제 바구니는 바구니 안을 ‘꽉’ 채워야 한다는 인식을 심도록 돕는 요소 중 하나다.


우리는 쇼핑 바구니를 무의식적으로 챙겨 들고 쇼핑한다. 이러한 경우 필요한 것만 사야 하는 상황임에도 손에 든 쇼핑 바구니를 무의식적으로 꽉 채워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드럭스토어는 쇼핑 바구니를 보통 화장품의 크기보다 크게 만들어 많은 화장품을 담을 수 있도록 만든다.



2. 화장품 테스트: 소유 효과

드럭스토어에서 체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제품이 입술에 바르는 립 제품, 몸에 뿌리는 향수, 아이라이너 등이다. 화장품에 관심 있는 사람은 색에 굉장히 민감한 경향이 있다. 립 제품은 이러한 경향을 반영해 12가지에서 20가지의 미묘하게 다른 색상을 제공한다. 종류가 많을뿐더러 모두 견본품을 놓아둠으로써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견본품을 놓아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 색이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골라야 하는 선택지의 수가 넓어진다. 선택지의 수가 많아질수록 고객은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다. 소비를 포기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 고객이 자신의 선호 제품을 찾고 소비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둘, 체험이라는 과정을 통해 내게 맞는 색이나 향을 찾으면 고정적으로 해당 색깔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해 해당 드럭스토어 브랜드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한다. 해당 제품에서만큼은 고정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당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도록 하여 그것을 ‘소유’하도록 유도하는 넛지 전략이라 볼 수 있다.



3. 기능성 제품은 안쪽에: 상대적 필요성을 높여라

화장하다 보면 피부에 트러블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드럭스토어에서는 고맙게도 마스크팩을 판매한다. 그런데 대부분 드럭스토어의 안쪽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왜 그런 것일까? 이는 드럭스토어에 방문하는 소비자들의 사용자 경험(UX)을 통해 바라보면 이해가 빠르다. 


보통 매장의 사용자 경험은 매장에 들어와서 계산대에서 물건을 구매하기까지의 과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드럭스토어의 계산대의 위치는 매장 안쪽이라는 것이다. 즉 사람들은 문에 들어와서부터 계산대에 가기까지 앞으로 가거나 옆으로 가게 된다. 매장의 앞에는 향수, 틴트 등 화장품의 필수적인 요소들이 존재한다. 이곳에서 쇼핑을 마치고 다음 칸으로 가면 마스크팩이나 기능성 제품 등 피부 개선을 위한 제품들이 존재한다.


대부분 사람은 화장품이 피부 건강에 좋지 않다고 인식한다. 이러한 사실을 알지만 선택의 순간에 인지하지 못하고 마스크팩이나 기능성 제품을 보면 제품 자체가 고객들에게 강렬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이 제품은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라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화장품을 구매하면서 마스크팩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화장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한 뒤 화장품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제품을 진열함으로써 상대적으로 그 필요성이 커지도록 만든다. 상대적인 위치가 우리에게 제품 구매라는 선택을 유도한 셈이다.



정말 필요해서 산 것인가?

출처: 현이씨, 〈즐거우리 우리네 인생〉

드럭스토어에서는 당신이 산 것을 신중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화장품의 무게가 생각보다 무겁지 않기 때문에 거추장스럽다는 인식을 잘 주지 않는다. 대부분 드럭스토어에 가서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사 들고 나오는 이유는 드럭스토어가 자신들의 제품을 비치할 때 상대적으로 필요하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고객 동선을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절대적인 필요성보다는 앞서 구매하려고 하는 제품, 앞서 본 제품과 철저하게 연결시켜 구매를 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넛지로 인해 소비자들은 더 많이 소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필요한 것만을 구매하는 과정이 쉬운 과정은 아니다. 하지만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정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인지 고려해 볼 여지는 있을 것이다. 오늘도 화장품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에 들린 당신, 혹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구매한 것은 아닌가? 당신의 쇼핑 바구니를 살펴보라. 당신은 생각보다 유혹 앞에서 나약할 가능성이 높다.


원문: 고석균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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