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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브랜드, 싫은 브랜드, 얄미운 브랜드

조회수 2017. 10. 29. 2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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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운 브랜드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서나 담당자에게, 우리 브랜드가 어떤 위치에 있고 현재 고객 혹은 잠재적 고객들이 우리 브랜드에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분석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어떤 브랜드들은 충성 고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고, 또 어떤 브랜드는 충성 고객은 없지만 잠재 고객들에게 호감을 사거나 존경을 받기도 한다. 반대로 몇몇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고객들 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들을 통해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가 널리 퍼지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브랜드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무관심’의 영역 속에 존재해 있다. 마트에서 당신이 늘 집어 드는 제품의 ‘바로 옆에 있는 제품’이 무엇이었지 기억하지 않는 것처럼.

영국의 Marmite라는 호불호 갈리는 맛을 가진 잼은, 자사 제품을 ‘좋아해도 싫어해도 된다. 잊지만 말아달라’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사진은 잊혀진 찬장 속의 Marmite 잼병.



브랜드에 느끼는 감정


좋거나 혹은 싫거나. 고객들이 브랜드에 느끼는 두 가지 감정은 꽤 명확하다. 좋은 감정은 다양한 방법으로 형성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사회공헌활동이나 양심적 경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아가는 유한킴벌리나 탐스, Chipotle. 또는 고객에게 더 미래를 더 일찍 경험하게 해주는 ( 혹은 그런 느낌을 주는) 애플, 테슬라, 구글 같은 테크 기업들.


이 외에도 다양한데, 예를 들어 고객들에게 ‘재미’를 선물해줌으로써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브랜드들도 있다. 에너지 드링크 브랜드인 ‘레드불’은 익스트림 스포츠 팀을 후원하거나 운영하고 Space Jump 같은 익스트림 캠페인을 진행해오며 고객들에게 ‘아찔하고 짜릿한’ 느낌을 전달해줬다. 또한 하이네켄은 전 세계를 순회하며 여는 하이네켄 파티와, 챔피언스 리그의 공식 스폰서가 되어 전 세계 남자들에게 ‘축구+맥주=행복’의 메시지를 전파했다.

그 반대편인 ‘싫어하는’ 영역에 있는 브랜드는 굳이 꼽고 싶지 않지만, 법적 문제나 도덕적 해이,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들이다. 예를 들어 옥시나 롯데, 대한항공, 남양 등이 있을 수 있다. 주로 명백한 잘못을 하거나 큰 사건을 일으킨 경우다.


좋음과 싫음 사이 회색지대에 숨겨져 있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또 하나의 감정이 있다. 바로 ‘얄미움’이다.



‘얄미운’ 사람, ‘얄미운’ 브랜드


얄미운 브랜드의 예를 사람에 비유하여 설명해보자. 작년에 얄미운 사람을 대표했던 사람은 미국 대선주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이다. 그녀의 정책이나 공약에는 동의하면서도, 그녀 자체에는 마음을 열지 않는 민주당 유권자들이 상당수 있었다. 왜일까?


Slate의 기사에 따르면, 그녀를 지지하지 않는 민주당원들은 그녀가 “어딘가 마음에 와 닿지 않는 불편함이 있다”고 말한다. 클린턴에게 인간미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이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녀도 자신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클린턴은 나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것 같다. 내가 그녀에게 득이 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니, 그녀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을 것이다.”
illust by Vanessa Dell

하지만 사람들이 힐러리 클린턴에 느끼는 비호감은 그녀의 정책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녀에게 얄미움의 이미지가 씌워진 순간, 사람들은 그녀의 정책과 행동들을 객관적으로 봐주지 않는다.


‘얄밉다’의 어원을 살펴보면, 행동이 얄다(재빠르고 약삭빠르다)의 뜻이 있다. 재빠르고 약삭빠른 것은 ‘나쁘다’와는 사뭇 다르다. 나쁜 짓을 하면 대놓고 싫어하고 비난할 수 있겠는데, 얄밉게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딱히 꼬집어 비난할 만한 잘못은 하지 않았기에 뭐라 할 수 없다. 말은 틀리지 않았는데 ( 특히 법적으로는 문제 될게 없는데) 괜히 싫다.


사람에 느끼는 감정을 브랜드에도 대입해보면, 좋고 싫고가 아닌 ‘얄미움’이 느껴지는 브랜드가 있다. 가족이나 회사 동료처럼 함께 지내야 한다면 얄밉더라도 억지로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라면 고객들은 미련 없이 이 불편한 관계를 정리해버릴 것이다.



‘얄미운’ 브랜드의 특징


얄미운 브랜드에서 느껴지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가장 먼저, 브랜드의 이익을 우선하여 행동하는 경우이다. 얄미움은 브랜드의 행동이 합법인지-불법인지로 구별되지 않는다. 어떤 전략적 판단, 예를 들어 골목상권에 프랜차이즈가 들어서는 것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도의적으로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이다.


또 다른 하나는 브랜드가 스스로를 과대포장하거나 미화하는 경우이다. 브랜드가 있어 보이고, 철학적이고, 사회적 문제를 고민하는 것은 단기간에 많은 팬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치열하게 경쟁하고 수익을 내야 하는 자유경쟁 시장에서 현실적으로 솔루션을 내놓기란 쉽지 않다. 결국 팬들의 일시적인 ‘기대’는 삽시간에 ‘실망’이라는 더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전자의 경우는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떠오르는 프랜차이즈, 유통 브랜드들이 있을 것이다. 후자처럼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메시지로 얄미움을 샀던 사례는 ‘사람이 미래다’를 얘기한 두산의 경우가 있다. 최근 흥미롭게 지켜보는 광고 캠페인은 ‘KCC 스위첸’의 TV 광고다.


스위첸의 ‘당신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라는 메시지는 아파트 입주자들의 이기적인 행동에 일침을 날린다. 한번 생각해볼 만한 화두를 던지기는 하지만, 곧이어 ‘그래서 스위첸은 어떤 아파트를 만들겠다는 건데?’ 라는 의문이 뒤따른다. 스위첸이 이에 대해 어떤 솔루션을 고민했고 선보일지 한번 지켜보자.



멀어지거나, 회복하거나. 다만 너무 늦기 전에


이런 브랜드들은 결국 두 가지 중 하나의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브랜드가 변화를 거부하여 고객들이 점점 불만을 갖고 비난하고 떠나는 경우가 일반적인 모습이다. 반대로 이러한 고객의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된다면, 팬들은 떠나려는 마음을 돌이킬 수 있다.


지금은 밉지만 앞으로는 밉지 않기를 바라는, 내가 너와 관계를 끊기 전에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 이것이 ‘얄미움’이 가진 이중성이다. 다만 너무 늦게 대응해 버리면 고객은 더이상 그 자리에 없을 것이다. 인간관계도 브랜딩도 결국은, 타이밍이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전제 조건, 관계 회복


어떤 의사결정권자들은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무너진 신뢰나 부정적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많다. 먼저 고객과의 관계를 회복한 다음에라야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부에서 문제가 있었음에 공감하고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모든 부서가 협력하여 해결책을 고민한 뒤, 그 변화에 대해 고객에게 솔직히 그리고 겸손히 알려야 할 것이다. 근본적인 변화와 달라진 태도가 진실되게 전달된다면, 고객와의 관계는 회복될 수도 있을 것이다.

라이엇 게임즈의 ‘일해라! 라이엇’ 은 LoL 게이머들과의 신뢰 회복을 위해 솔루션부터 메세징까지 아울러 준비한 캠페인이다.



브랜드의 각오


브랜드의 이미지는 ‘시늉’이나 하는 척만으로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 브랜드가 이미지를 바꾸는 데 필요한 단 하나의 단어만 꼽으라면 주저 없이 ‘각오’를 말할 것이다. ‘각오’는 가장 중요한 무엇을 이루기 위해 그 외의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라고도 말할 수 있다.


‘각오’가 없다면 어설프게 브랜드를 바꾸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고, 앞으로 변하지 않을 각오가 바로 섰다면 이제 증명하기 위해 매진해야 할 것이다.


원문 : Songha Lee의 미디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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