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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BY전: 그간 장비빨을 세운 사람들이 허무하겠구나

조회수 2017. 10. 21. 14: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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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가장 좋은 장비를 찾아나선 허생의 전설

트탐라 편집장은 원룸에 살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2011년식 넷북에, 모니터는 겨우 11인치에 달하였고, 스피커는 기본 스피커였는데 그것으로는 단편영화 하나 보기 힘들었다.

진짭니다

하지만 편집장은 장비가 형편없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나 작은 화면만 들여보고 있었다. 어느 날 집에 찾아온 돌리던 친구가 한심한 눈빛으로 그를 힐난하였다.


“자네는 장비도 그렇게 부실하면서 어쩌자고 영화를 즐겨 본단 말입니까?”


그러다 편집장은 태연하게 껄껄 웃었다. 


“내 아직 돈이 없어서 그렇다네.”

“그렇다면 빔프로젝터라도 놓지 그럽니까?”

“방이 좁아서 놓을 곳이 없는 걸 어쩌오.”

“그렇다면 하다못해 헤드셋이라도 사야지요.”

“오래 쓰고 있으면 귀가 아픈 걸 어쩌오.”


친구는 드디어 역정을 냈다.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장비도 모르면서 대체 무슨 영화를 즐긴단 말이오?”


편집장은 이 말에 넷북을 덮고 벌떡 일어났다.


“애석한 일이로다. 내 이것으로 1000편의 영화를 보려고 했거늘.”


그 길로 편집장은 문밖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괜히 강남역으로 나가서 길 가는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여기서 가장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는 곳이 어디오?”


그 사람은 근처에서 제일가는 장비라면 역삼동 돌비 본사라고 일러주었다. 편집장은 그곳을 찾아갔다.

편집장은 담당자를 만나 말했다.


“내 장비가 미천하여 영화를 제대로 볼 수가 없소. 돌비 시스템을 좀 체험합시다.”

“그렇게 합시다.”


담당자는 대뜸 승낙하고는 체험장에 입장을 허락하였다. 편집장은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들어가 버렸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담당자에게 물었다. 


“담당자께서 아시는 분입니까?“

“모르는 사람일세.”


사람들이 놀라 물었다. 


“하루아침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체험할 기회를 주신다니, 더구나 무엇을 할지도 묻지 않으시고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담당자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이건 그대들이 알 바가 아닐세. 무릇 장비를 체험하러 오는 사람이라면 이것저것 길게 따지기 마련이야. 조명이 적절하지 않다느니, 방음이 약하다느니 하고 말일세. 그런데 저 사람은 조건 따위는 관심 없고 돌비 제품을 있는 그대로 체험하겠다는 것이니 내 어찌 믿지 않겠는가?”


체험관으로 들어온 편집장은 그 즉시 장비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입체감이 있는 사운드라고 소문이 자자했지만 딱히 눈에 보이는 장비는 보이지 않았다. 눈을 믿지 못해 자세히 알아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돌비 애트모스는 사운드 채널의 개수가 아니라 오디오 개체를 기반으로 하는 포맷이기 때문에 채널 배치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콘텐츠 마스터링 단계부터 설정을 시작하는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

편집장은 이렇게 탄식했다.


“허허, 별다른 장비 없이도 이렇게 입체감 있는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니, 그간 장비빨을 세운 사람들의 심정이 허무하겠구나!”


사운드를 살펴본 다음 그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틀어보았다. 전 세계 최초로 돌비 애트모스와 돌비 비전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HDR 스트리밍 서비스라서 그런지 옥자가 날뛸 때마다 지척에 있는 기분을 낱낱이 느낄 수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놀랄 만큼 다르다

“아마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콘텐츠는 도태될 게다.”


과연 편집장이 장담한 대로 세상은 변하고 있어서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는 후보작 중 11편이 DOLBY VISION과 DOLBY ATMOS로 제작되었다. 세간의 흥행작 <라라랜드>의 경우 DOLBY ATMOS로 믹싱하고 DOLBY VISION으로 마스터링하는 과정을 통해 뮤지컬 영화 특유의 생생함을 살리고자 했으며 많은 팬들을 가지고 있는 스타워즈의 신작 <로그 원>역시 음향 및 음향효과에서 DOLBY ATMOS가 사용되었으니 가히 돌비의 시대라고 할 만했다.

1977년 첫 시리즈부터 지금까지 돌비와 함께하고 있는 스타워즈 시리즈

한참 체험을 하고 있으니 밖에서 큰소리가 분분했다. 돌비 시스템을 체험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닥 차이가 없을 거라고 말하면서 갑자기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편집장이 가서 말을 걸었다.


“너희들은 정녕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느냐?”

“흥, 차이가 있어 봐야 전문가들이나 아는 부분이겠지.”


편집장은 웃으면서 말했다.


“너희들은 눈의 색이 뭔지 아느냐?”

“흥, 흰색인 것을 누가 몰라?”

“하지만 지금까지 너희들이 본 것은 흰색이 아니다. 이 화면을 보거라.”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편집장이 가리킨 화면을 보았다.

빈정거리기 바빴던 사람들이 화면을 보더니 눈이 커졌다. 기존 TV보다 40대 더 밝고, 최대 1,000배의 명암비를 제공하는 돌비 비전의 특성 때문인지 실제 눈앞에서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일백프로 출력이 되고 있던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보고 편집장이 웃으며 말했다. 


“4K다 뭐다 장비가 좋으면 무엇을 하는가. 그것을 눈앞에서 구현할 줄 알아야지.”


사람들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제 앞으로 돌비만 믿고 가겠습니다요.”

“넷플릭스는 물론이고 아마존과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까지 앞으로 콘텐츠가 많아질 것이니, 아마 질리지 않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계속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 돌비 시스템

그렇게 편집장은 남은 체험시간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보냈다. 그러고도 10분이 남았다.


“슬슬 집으로 돌아가야겠군.”


편집장은 밖으로 나가는 길에 담당자에게 인사를 건냈다.


“그대는 나를 기억하겠소?”


담당자는 놀라 말문을 열었다. 


“그대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군. 크게 감흥이 없었나 보오.”


편집장은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것은 명확하고 그것을 돌비가 그대로 재현했을 뿐인데 무엇이 그리 놀랍겠소.”

사람이 보는 명암비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돌비 비전

그러고는 입장 패스를 반납하고 나가려고 했다. 담당자는 크게 놀라 더 체험하기를 당부하고자 하니 편집장은 벌컥 화를 냈다.


“어찌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을 자꾸 경험하게 하여 재앙을 물려주려고 한단 말인가?”


담당자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편집장을 달래보았지만 편집장은 끝내 들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담당자가 편집장의 원룸을 찾아갔지만 그 자리에는 낡은 넷북만 쓸쓸하게 남아 있을 뿐, 편집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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