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인터뷰: "부동산으로 돈 버는 사람은 원래 돈 많은 사람들, 욕심 버리지 않으면 남까지 망친다"

조회수 2017. 10. 20. 08: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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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부동산 수석의원이 짚어주는 직설적인 부동산 핀포인트

Q.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KB에서 부동산 수석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Q. 부동산 기자로 스타가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때는 기자가 엄청난 인기였어요. 지금과 달리 월급도 많고 엄청난 권력이 있었죠. 그렇게 100:1 경쟁률을 뚫고 세계일보에 들어갔어요. 제가 고대 정외과 졸업했는데, 언론계 들어간 학생들만 1/4 정도 됐을 거에요. 95년부터 부동산 담당 기자를 맡았는데, 당시만 해도 아파트 시세를 다 외울 정도로 흥미를 붙였어요.


Q. 왜 그렇게 흥미를 가지게 됐죠?


부동산은 인간의 모든 꿈과 욕망들, 그런 게 다 투영되는 시장이에요. 항상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주식처럼 다이나믹하게 움직일 때도 많고요. 펀더멘탈에 기반한다지만 투기 상품이 되면 정말 예측이 안 되죠. 그래서 2009년에는 부동산 박사까지 땄고요. 문화일보와 중앙일보조인스랜드 기자를 하다가 스피드뱅크 연구소장, 부사장을 거쳐, KB까지 왔죠.

승리한 남자의 위용

Q. 한국 시장에서 부동산이 가지는 특징이 있다면?


거주하는 지역 자체가 신분을 나타내죠. 신도시가 91년부터 열리며 아파트가 많이 보급됐는데, 아파트는 중산층의 상징이잖아요. 이말인 즉, 우리나라 아파트가 욕망의 자산이에요. 외국은 아파트 대부분이 임대주택으로 쓰이는데, 우리나라 와서 탱자가 귤이 된 거죠. 외국에서는 자산가치 낮은 저소득층을 위한 게 아파트인데, 한국은 처음부터 변호사, 교수, 연예인 등 중산층이 들어왔어요. 저소득층은 관리비 부담 때문에 못 샀고.


Q. 들어오자마자 히트했나 보군요.


그렇진 않았죠. 처음엔 수세식 변기를 보고 ‘어떻게 며느리와 같은 엉덩이 맞대냐’ 이런 취급 받았으니… 그러면서 결정적으로 동부이촌동 아파트 이후 저변이 매우 넓어지면서 신분재로 변모했죠. 마포야 임대아파트고….

대한민국 최초의 아파트 단지 ‘마포아파트’

Q. 일반인에게 주식과 부동산 중 하나만 투자를 추천한다면?


진득하지 못하는 사람은 부동산 하는 게 낫죠. 어차피 뭐라도 남아 있으니까 안 팔려도 그냥 가지고 있으면 되고. ‘엉덩이 밀착의 법칙’이라고 부르는데, 부동산 부자가 주식 부자보다 훨씬 많은 게 엉덩이의 힘이에요. 물론 빠지는 데도 있고 하니 평균의 함정에 빠지면 곤란하겠죠. 외곽은 하락 후 회복이 힘든 경우가 많으니, 가급적 도심 중심으로 가져가라고 권해요.


Q. 하지만 도심일수록 표준화돼 있으니, 그만큼 많이 벌 기회도 없지 않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주변 사람들한테도, 택시 아저씨가 모르면 사지 말라고 해요. 유명한 부동산은, 유망하지는 않아도 미망에 빠지는 걸 막아요. 재테크는 망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거덜 나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거에요. 동네 아마추어 족구할 때 공격하지 말고 공만 잘 넘기면, 상대방이 자중지란에 빠지고 결국 이기잖아요.


Q. 하지만 부동산도 나름 리스크가 크지 않습니까?


모든 자산이 그렇죠. 그래도 주식에 비할 바는 아니에요. 주식은 유동성이 워낙 커서 변동성이 너무 커요. 반면 아파트는 정보도 엄청 공개돼 있고, 대략적인 각이 나오죠.


 

8/2 대책,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이유


Q. 82대책은 어떻게 보세요?


‘굉장히’ 강해요. 2005년 8.31대책과 비슷한 모습인데… 그때는 DTI까지는 제대로 건드리지 못했는데 이번 대책은 더욱 강력해요. LTV, DTI에 재건축까지 한 방에 가버리니. 게다가 그때는 정권 중반이었고 지금은 정권 초반이에요. 이걸 우습게 보면 안 돼요. 흐름은 패션(유행), 트렌드, 패러다임 순으로 지속기간이 길게 나타나는데, 이번 대책은 패러다임까지는 아니라도 트렌드는 충분히 된다고 봐요.


Q. 이번에 이렇게 세게 때렸는데, 추가로 더 때릴까요?


네. 시장도 트라우마가 있지만, 정부도 트라우마가 있어요. 2005년 당시 학습효과가 있어서, 어떻게 하면 집값 잡고 시장 안정화 시킬 수 있을지 안다고 봐요.

출처: 한국은행, KB

Q. 풍선효과로 별 의미 없이 끝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풍선효과는 누르는 힘보다 시장 에너지가 강할 때 일어나요. 금리, 대출, 세금 이런 걸로 정부가 시장을 전체적으로 누른다는데, 시장이 버텨낼 힘이 있을까요? 추가적으로 더 규제 넣으면 어떻게 버티려고요? 부동산에 있어서만큼은, 단기적으로 시장이 정부를 못 이겨요. 조세와 금융규제라는 무기 둘 다 가진 정부를 어떻게 이기겠어요? 장기적으로야 시장이 이기겠지만.


Q. 헤지펀드는 가끔 신흥국 뒤집지 않습니까?


국제 금융시장과 로컬 부동산 시장은 완전히 달라요. 국제 금융시장이야 외국인들이 월등한 파워로 뒤흔들 수 있죠. 자본력이 더 세니까 가능한 일이에요. 그런데 단기적으로 볼 때 부동산에서 플레이어들이 정부를 압도할 수 있는 게 어딨어요?


Q. 정부의 방향성 자체에는 동의하시나요?


시장이 과열됐을 때에는 합리적 수요조절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시장이 요동치면 실수요자들조차 투기적 대열에 동참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럴 때에는 시장의 정상화를 통해 변동성 완화가 필요하거든요. 끊어줄 땐 끊어줘야 해요. 이번에 계속 놔뒀다면 극단적 등락이 오갔을 수도 있어요. 정부 정책은 어느 정도 부작용이 있더라도, 적어도 자산시장에서라도 필요하다면 개입이 필요해요.


Q. 허나 너무 세게 때렸다는 비판이 빗발칩니다.


가급적 시장은 최대한 강압적으로 규제하기보다, 넛지로 시장 시스템 살아나도록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에요. 하지만 불가피하게 강도가 세야 할 때도 있다고 봐요. 시장이 온순한 양일 수도 있고 늑대일 수도 있는데, 그 양이 갑자기 늑대처럼 가면 어떻게 해요? 그런데 인간의 감성이 그래요. 그게 시장 변동성으로 드러나는 거고요.


Q. 시장에 가만히 맡기면 곤란하다?


시장을 그냥 놔두라는 것도 자산시장으로서 부동산이 아닌 주택 시장에 머무를 때 이야기라고 봐요. 다들 거주 목적으로 사고팔면 정부 정책이 필요 없죠. 투자에서 욕망의 자산이 됐을 때 매우 골치가 아파져요. 누군가는 이 고리를 끊어야 하고요.

열변을 토하는 박원갑 박사님



한국 부동산, 한정된 공급 속 리스크는 사라질 수 없다


Q. 그래서 이번 대책 때문에 집값 내려갑니까?


지역별로 워낙 편차가 커요. 크게 보자면 전세야 내리겠지만, 매매는 몰라요. 또 오른다 내린다 해도 살펴봐야 할 게, 폭락과 약보합세는 또 달라요. 쉽게들 폭락 이야기하는데, 이건 시스템 붕괴에요. 썩어 문드러진 후, 임계점을 지나야 일어나는 현상이에요.


Q. 미국이나 유럽처럼요?


미국은 그야말로 시장에서 부동산을 소화해내지 못하는 금융 시스템의 붕괴였죠. 한국도 하우스푸어 이야기하던데, 이건 그 정도로 물량이 많지 않았거든요. 2012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18만이 안 됐어요. 그런데 내년 한 해만 43만이에요. 박근혜 정부 때 그만큼 공급에 적극적이었죠.


Q. 박근혜의 공급 확대는 잘했다고 봐야 하나요?


모든 경제정책은 공과가 있어요. 단기간으로 변동성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성 측면에서는 좋았죠. 그런데 여기저기 단기 공급은 넘칠 텐데, 정작 서울에는 공급이 없어요.


수도권에만 내년 18만 호가 공급되는데, 2012년 하우스푸어 사태 때 공급된 전국 아파트보다 3000가구가 더 많아요. 일정 정도 공급과잉에 따른 후유증이 생길 수밖에 없죠.

출처: 부동산114, NH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인구수가 비슷한 서울과 경기도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큰 차이가 난다.
출처: e-나라 지표
서울은 미분양도 사실 거의 없다한 편

Q. 그러면 경기도 몰락인가요?


하이먼 민스키가 자산시장과 상품시장을 구분했는데, 매매는 공간 시장이 아니라 자산 시장이에요. 아무리 특정 지역에 공급이 많아도, 시장 전체를 반영하기 때문에 심리가 유지되면 안 떨어져요. 오를 거라는 기대가 있으면 여러 개를 사고 오르면 빠지겠죠.


반면 전세는 공간 시장, 당장의 수요공급을 반영하는 실수요에요. 한 사람이 여러 집에 살지는 않잖아요? 당장의 생활 공간을 담보하는 생필품, 이른바 라면이나 김치 같은 개념이죠. 그래서 매매가는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겠지만, 광주, 동탄, 용인, 김포, 경기 남부는 역전세가 일어날 수 있어요.


Q. 한국도 전세가 없어질 거라는 예상이 대세인데, 외려 전세가 늘어난다?


전세가 사라지게 되는 건 저금리에서부터 시작돼요. 주택시장이 선진화되면 없어질 수밖에 없는, 후진국형 사금융이죠. 그런데 저금리가 지속되면 결국 월세로 넘어가는 속도가 빨라지게 돼요. 월세로 이자 내고 돈 남기는 게 훨씬 수월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전세는 장기적으로 없어지게 될 거에요.


Q. 그런데 왜 역전세가 일어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물량이 워낙 많으니 다시 전세가 부활하고 있어요. 신규분양 엄청나게 많이 나오니까, 분양받은 사람들이 대출 안 되고 잔금 못 치르고, 전세로 임대를 할 수밖에 없죠. 장기적으로 전세가 없어지는 큰 흐름 속에서도 공급이 많으면 전세는 다시 살아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일시적으로 역전세가 나오는 거고요.


Q. 이런 현상은 어디에서 올까요?


사람들이 플로우(유량. flow)와 스톡(저량. stock)을 동시에 잘 보지 못해요. 스톡은 일정 시점을 특정 지어 바라보는 것으로, 주로 인구적 측면, 주택보급률로 많이 따져요. 플로우는 일정 구간 안에서 수요공급이 오가는 걸 보는 건데, 여기에서는 공급이 좀 더 중시되죠. 가뭄이 심각한 사막도 장마가 오면 특정 시점은 물이 넘쳐요. 하지만 곧 가뭄이 오죠. 단기적인 스톡에 매몰되는 시각은 곤란해요.


Q. 공급으로 강남 집값 잡을 수 있을까요?


안 되죠. 애초에 강남은 수요가 무한대에요. 그런 상황에서 공급 늘린다고 합리적 수요조절이 어떻게 돼요? 부동산은 유한성을 가지고 있는데, 강남을 어떻게 더 늘리겠어요?

출처: 부동산114, NH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Q. 그럼 포기해야 하나요…


그렇진 않아요. 강남은 타 지역까지 영향을 많이 주니까, 합리적 수요조절은 필요해요. 하지만 압구정, 반포, 서초 이런 곳에 어떻게 공급을 늘려요? 결국 할 수 있는 건 수요조절이고, 다만 내년에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면 분양가상한제는 이중규제니까 신중하게 도입해야 할 겁니다. 공급의 숨통은 터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Q. 만약에 내려간다면 그 시기는 언제 정도로 보시죠?


누구나 조정은 예상해요. 그런데 박스권을 벗어나는 블랙스완이 언제 나타나냐? 잘 몰라요. 가격의 큰 변화는 임계점이 와야 하는데, 그 지점이 어딘지는 알기 힘들죠. 거래가 안 되어서 시장 시스템이 매물 못 받을 때인데, 그게 내년이나 될까? 그럴 확률은 낮죠. 사람들이 싸게 안 팔 테니까. 부동산은 손실에 매우 민감한 자산이라, 쉽게 움직이지 않아요. 그냥 지금 수준 박스권에 머물 수도 있고.

두 권의 명저를 쓰신 박원갑 박사님



전문가 전망에 기대어 위험한 레버리지 투자를 삼가야 하는 이유


Q. 뭔가 너무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없는데, 전문가로 되게 인기 없을 것 같습니다.


전망이 말이죠, 안 맞아요. 자괴감 들 정도에요. 전망을 함부로 하면 안 돼요. 그러면 점술가밖에 안 돼요. 전문가들이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는 거 보면 무서워요. 상승론은 올라야 돈 번다는 소망적 사고가 깃들고, 하락론은 집값이 내려야 모두가 내 집 마련 한다는 당위적 사고가 깃들어요.


Q. 그래도 먹고 살려면 좀 질러야…


전망이라는 게 연연하면 또 다른 도그마가 돼요. 사람 심리가 불안하니까 자꾸 전망 전망 하는데… 장기적 전망은 원래 잘 안 맞아요. 그냥 통계적, 확률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패착이 될 수밖에 없어요. 오죽하면 월가에서 전문가 되는 방법이 ‘기록 안 남기고 자주 전망하라’고 하겠어요? 섵부른 예측보다는 적응과 대응이 중요해요.


그러려면 우연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고요. 부동산은 정말 돌발 상황이 많아요. 이번만 해도 정부 대책 갑자기 나올 줄 몰랐잖아요? 한동안 소외를 받았던 분당이나 일산도 많이 올랐고.


Q. 대체 어쩌라는 거지요.


일단 겸허해져야죠. 시장은 함부로 예측하면 안 돼요. 항상 나보다 똑똑하니까, 시장의 무서움을 알아야죠. 그런데 사람들이 시장을 우습게 보고 건방진 생각을 해요. 파도타기 선수처럼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착각하죠.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면 자꾸 정보를 왜곡해서 받아들여요.


예로 이번 대책에 대해서도, 참여정부 시절에도 집값이 올랐으니까 또 오를 거야, 이런 왜곡된 학습효과도 있죠. 주택시장에서는 수용자가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지가 매우 중요해요. 이에 따라 주택시장이 완전히 달라지니까요.


Q. 그냥 무리하지 마라, 는 것 같은데요.


저는 영리하게 행동하지 말고 현명하게 행동하라고 이야기해요. 갭투자가 영리한 투자자의 대표적 케이스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양도적 중과세, 거주요건 강화, 주택거래 신고제까지 다 먹이면, 종전의 투자방식이 통하지 않을 수 있어요.


Q. 갭투자도 이번 한 철 버티면 또 기회가 올 거라고들 하는데…


전 옛날부터 갭투자 하지 말라고 했어요. 도박이니까. 풍선효과는 잘해야 3개월이라고 봐요. 그리고 규제도 이해가 되는 게, 갭투자는 부도덕한 투자에요. 나만 다치면 상관없는데 대부분 돈이 세입자로부터 받는, 하이 레버리지 투자에요. 그러다 자기가 못 돌려주면 세입자가 다치잖아요. 세입자까지 깡통전세로 몰 수 있어요.


Q. 뭔가 부동산으로 돈 버는 거 포기하란 이야기 같은데요?


진짜 부자가 누구라고 생각해요?


Q. 그야 투자 잘 하는…


원금 잘 불리는 사람이 부자가 아니에요. 애초에 재테크는 성공률이 낮아요. 저는 원금을 늘리는 사람이 부자라고 생각해요. 박찬호가 빌딩 샀는데 빌딩 가치를 불려서 산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부동산 부자 부러워할 필요가 없어요. 원래부터 부자였으니까. 부자에 대한 환상을 접어야 해요. 재테크해서 부자 된 사람,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1천만 원이 곱절 되어서 2천만 원 되면 부자 되나요?


Q. 그런데 우리 아버지 세대부터 우리들까지, 왜 다들 그렇게 부동산에 열을 올릴까요?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을 사적 복지망으로 보고 있어요. 왜? 공공복지가 안 돼 있으니까 부동산을 통해 안전망을 만들려는 거죠. 재래시장 할머니들이 왜 돈이 생기면 땅을 살까요? 자식 못 믿고 공공복지 없으니 그렇죠. 그런 면에서 저는 공공복지 강화가 장기적으로 부동산 쏠림을 막지 않을까 싶어요. 참 어려운 이야기인데, 베이비붐 세대였던 부모들이 부동산 올인하는 게 나름 절박하니까 그러는 거예요. 개인적으로 선량해도 집단화되면 늑대의 모습으로 뒤바뀌는 거죠.


Q. 좀 현실적인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예로 이거는 꼭 알고, 부동산 투자하라거나…


정답이 없어요. 정형화된 답은 없고, 맞춤형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자기에게 맞는 걸 찾아야죠. 남에게 아쉬운 소리 잘 못 하는 사람들이 월세 받겠어요? 불쌍한 세입자한테 죄짓는 마음만 들지. 사람 스타일이란 게 있으니, 일단 1년 정도는 현장 조사하며 나에게 맞는 투자 철학 찾아야죠.


Q. 추천하고픈 책이나 고수가 있다면?


저도 책을 썼지만, 참 추천하기 힘들어요. 책의 내용이 좋아도 변수는 상황이에요. 부동산은 움직이는 생명체거든요. 아무리 훌륭한 조언이라도 고정된 전략 따라가면 된다는 생각은 금물이에요.


최근 3년간 갭투자 책 내면 다 부동산 베스트셀러였잖아요. 이제 그거 다 어떻게 할 거에요? 가격이 올라도 양도세 부담으로 팔 길이 없는데? 상황이 지나면 기존 논리 다 무너지니, 투자 공식 그만 외우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라 하고 싶어요.


Q. 그게 젤 어려워 보이는데요.


제가 경험주의자 데이비드 흄을 존경해요. 연역법 사고하지 말고 귀납적 사고로 가며, 내일은 태양이 안 뜰지도 모른다고… 너무 극단적이면 곤란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먹히던 공식도 과거의 하나의 기계적 공식에 불과해져요. 기계적 생각보다 항상 유연하게 생각해야죠. 레버리지는 잘하면 축복이지만 잘못하면 재앙이에요. 지렛대를 크게 쓰면 잘못하면 지렛대가 부러지니, 보수적으로 투자하길 권해요.


Q. 부동산에 보수적으로 투자하면 수익 올리기 힘들지 않습니까.


그럼 기대수준 낮춰야죠.


Q. ……


돈에 집을 맞춰야 하는데, 우리는 집에 돈을 맞춘다. 그게 다 렌트 푸어 낳은 거죠. 윗세대 아버지들은 집이 욕망의 자산이었어요. 이제 더 이상 그런 논리는 통하지 않아요. 누가 돈 잘 벌었다고 따라 하는데, 위인은 모범이 아니라 예외에요.


저도 위인전 죽도록 읽었는데, 보통 사람은 절대 못 따라 해요. 한순간 영리해지기보다 영원히 지혜로워야죠. 재테크로 돈 버는 사람 얼마나 된다고 그걸로 스트레스받아요? 그렇게 재테크할 바에야 열심히 공부해서 자기 분야 전문가 되는 게 낫죠.


Q. 자기 분야 전문가 되는 것도 참 어려워 보이는데요.


수익은 고통의 위자료에 불과해요. 자산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굴리란 거죠. 잠이 안 오면 위험자산을 줄여야지. 하우스 푸어가 왜 불행해요? 세상에 홈 푸어란 말은 없잖아요. house는 투자재고 home은 삶의 안식처니까 그렇잖아요.


물론 집의 투자재적 성격을 무시할 수는 없겠죠. 그래도 집을 바라볼 때 home의 비중을 좀 높이라는 거죠. 그것만이 유일하게 불행을 막는 방법이에요. 그래야 가격 변동 와도 마음 덜 다치니까. 가격의 노예가 되지 말아야 해요.


Q. 그러는 선생님은 부동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계신지…


딱 집 한 채 갖고 있어요. 부동산 전문가로 불리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객관과 균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해요. 집이 없으면 하락 이야기하고, 집 여럿 있다고 집비어천가 부르는 사람으로 오해받기 쉬워요. 저는 항상 중용, 객관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하고 있고, 그러려면 내 스스로 1인 1가구 지켜야겠죠. 퇴직 전까지 이 원칙을 깰 생각은 없고요.


Q.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부동산은 욕망과 가까운 이데올로기에요. 상품으로서는 삼계탕이지만 자산으로서는 보신탕인 거죠. 그런데 주식은 오르면 다 같이 행복하지만, 집이 오르면 임대료가 오르잖아요. 그러면 무주택자의 내집마련이 멀어지는 제로섬 게임이에요. 집이 집이면 상관없는데 부동산이 되니 문제죠.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순 자산 3억도 안 되는데, 결국은 내가 중심을 잡지 않으면 부동산은 결국 바닷물 마시기에요. 욕구(needs)로 끝나면 좋은데 욕망(desire)은 끝이 없어요. 자산이 욕망이 되면 골치 아파요. 집이 아니라 부동산되는 순간부터 골치죠. 오른다 내린다에 집착하지 말고, 부동산의 본래적 가치로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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